노무현 대통령의 기자실 통폐합 강행에 대해 열린우리당 수뇌부가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동시에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국정홍보처 폐지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노 대통령과 정면 대립, '5.22 조치'가 노대통령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친노세력을 배제한 범여권 통합을 가속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장영달 원내대표 "한나라당과 국정홍보처 폐지 협의하겠다"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4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국정홍보처 폐지와 관련, "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제기해 오면 얼마든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표는 "다음주 국회 문화관광위를 소집해서라도 왜 이렇게 (기자실 통폐합 조치가) 갑자기 나타났는지 하는 부분을 추궁하고 따져볼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의 통폐합 강행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뒤, 기자실 통폐합 저지를 위한 입법 움직임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대응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당에서 제안해 오면 법적 사항이 될 수 있는지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성 열린우리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기자실통폐합 방안에 대해 “온 나라가 이 문제로 들끓고 있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며 "정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반대 여론이 많은만큼 숙고하고 다른 방법이 없는지 여유를 둬야 한다. 이 기회에 진정으로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선진화시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그런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절차가 다시 진행돼야 한다”고 노 대통령에게 5.22 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정동영 "기자실 통폐합, 국무회의서 투표했으면 통과 못했을 것"
정동영 전 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수석 등 비서들로 인해 국무회의가 의례적 기구가 되고 말았다”며 “만일 국무회의에서 기자실 통폐합 문제를 투표했다면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청와대 비서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과거 고려시대까지 도승지가 정승과 판서보다 높지 않았으나, 조선시대에 들어 후퇴했고 지금도 국무회의가 의례적인 기구에 머물고 있다”며 “과거 판서들이 밤을 새워 토론하고 국정을 논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후퇴한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도 왕이 대궐을 행차할 때 징을 울리면 그 잘못을 묻지않고 왕 앞에서 직접 상소를 할 수 있었으며, 언로의 중요성을 고려해 사간원, 홍문관, 예문관 등을 뒀다”며 “기자들이 일하는 데 불편을 주면서 언론 개혁을 한다는 것은 말이 많지 않으며 국무위원들이 적극 토론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5.22 조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청와대 "기자실 통폐합 예정대로"
청와대는 그러나 5.22 조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본 방향은 변함 없이 간다"며 "다만 브리핑제도를 보다 내실있게 운영하기 위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견 중에 합리적인 것은 능동적으로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앞으로 언론과 정부 모두 상당기간 불편이 따르겠지만 언론은 취재방식과 스타일, 정부는 언론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변화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미시적 조정 가능성을 닫고 있지 않는 것이지 기본 방향은 달라질 게 없다"고 밝혔다.
5.22 조치를 놓고 열린우리당 수뇌부가 노무현 대통령과 정면 대립 움직임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장영달 원내대표 얘기, 립서비스 아니길"
한편 국정홍보처 폐지법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장영달 원내대표의 발언에 한나라당은 즉각 환영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환영을 표시한 후 "지난 2005년 11월 정종복 의원 대표발의로 국정홍보처 폐지법안(정부조직법)이 제출됐고, 2006년 11월 행자위에 상정돼 현재 계류 중으로 진즉에 국정홍보처 폐지법률안이 통과되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 원내대표의 국정홍보처 폐지법률안에 대한 협의 발언이 단순히 여론에 밀려 하는 립서비스가 아니라 믿는다"며 "한나라당은 국정홍보처 폐지법률안을 당론으로 채택, 6월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 협의하여 반드시 통과되도록 당의 전력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