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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공산국가 인권, 외부 간섭으로 해결된 예 없다”

DJ, 대북인권결의안 찬성표 던진 정부 우회적 비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제연합(UN) 대북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우리 정부에 우회적으로 꾸짖었다.

김 전 대통령은 24일 오전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5주년 기념식’ 격려사를 통해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태가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고 있다. 시민적 인권도, 생존적 인권도 최하의 상태에 있다”며 “UN이 거듭 북한 인권을 비난하는 결의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침내 금년에는 이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북한 인권에 관해 언급했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대량의 식량과 비료, 의약품과 의류 등을 지원함으로써 북한의 생존적 인권의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우리의 도움으로 아사 직전의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고, 질병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추위에 떨던 사람들이 한기를 피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의 이러한 지원에 대해서 감사하고, 우리를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민심이 크게 바뀐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적 인권에 대해서는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공산국가는 철저한 쇄국주의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그들의 인권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또 파악하더라도 시정시킬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공산국가의 인권은 외부의 간섭과 억압에 의해서 해결된 예가 없다. 소련이나 동구라파, 중국, 베트남, 쿠바 등이 모두 그렇다”며 대북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우리 정부에 우회적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개혁 개방으로 유도했을 때는 독재적 통제가 크게 완화되고 심지어 민주화까지 되었다”며 “소련과 동구라파가 민주화되었고, 중국과 베트남에서 독재가 완화되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미국 측에 ‘북한과 대화하고 주고받는 협상을 통해서 북한을 국제사회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 내부를 개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거듭 권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햇볕정책이야말로 남북한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적 공존과 평화적 교류 협력, 평화적 통일을 통해서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고 장차 민주화를 실현시키는 길이라고 믿는다”며 햇볕정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산국가 인권은 외부 간섭으로 해결된 예가 없다"며 대북 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우리 정부에 우회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김동현 기자


DJ 발언, ‘북한 인권’ 입장표명 앞둔 인권위에 영향 미칠까?

김 전 대통령의 북한 인권에 관한 언급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 발표를 앞둔 인권위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2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연내에 하겠다는 것은 원래 잡혀있던 계획”이라며 인권위의 북한 인권관련 입장 표명 시기를 못박은 터다. 안 위원장은 특히 “청와대, 국회, 통일부, 외교부 등과도 이 문제가 관계 있지만 독자적으로 그렇게 하라고 인권위를 만든 게 아닌가”라며 말해 인권위 차원의 독자적 대북 인권 입장 발표를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인권위를 탄생시킨 김 전 대통령이 인권위 설립 기념식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향후 인권위 결정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다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5주년 격려사 전문.

격려사

존경하는 안경환 위원장, 위원 여러분!
임채정 국회의장과 귀빈 여러분!

우리의 자랑인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업적을 이룩한 데 대해 경의와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인간의 인권에는 두 가지의 범주가 있습니다. 하나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같은 시민적 인권이고, 또 하나는 먹고 건강한 삶을 영유하는 생존적 인권입니다.

서구 사회의 사람들은 흔히 아시아에서는 생존적 인권에는 중점을 두어왔지만, 시민적 인권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시아에는 일찍이 ‘사람을 가지고 하늘로 삼는다.’ 즉, 이민위천(以民爲天)의 사상이 있었습니다. 부처님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해서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인권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맹자는 지금부터 2,300년 전에 ‘임금이 선정을 하지 않으면 백성은 이를 몰아낼 권리가 있다’는 국민주권의 ‘방벌사상’을 설파한 바 있습니다. 이것은 영국의 사상가 존 로크가 17세기 말에 주장한 ‘국민주권사상’보다 2천년이나 앞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민족종교인 동학은 ‘사람이 즉 하늘이다’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사람 섬기기를 하늘 섬기듯 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민주주의적 주장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정부’ 출범과 더불어 인권위원회의 설립 추진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저는 집권 당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인권위원회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입법화하는 과정에서는 참으로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단체는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타협에 타협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세계가 부러워하는 인권위원회를 만들어냈습니다.

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로 지난 5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은 이제 인권위원회가 있다는 것과 이것이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 또 인권의 침해가 있을 때는 인권위원회를 찾아가면 억울한 사정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국인권위원회의 이러한 기능에 대해서는 세계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큰 성공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는 이 정도에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전 국민의 지원 속에 인권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한층 더 높여야겠습니다. 국민이 만족하고 세계가 더 큰 모범으로 생각하도록 한국인권위원회의 업무를 더욱 발전시키고 그 위상을 확고히 수립해야겠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이 날 발언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앞둔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김동현 기자


다음에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 몇 마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인권 상태가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시민적 인권도, 생존적 인권도 최하의 상태에 있습니다. UN이 거듭 북한 인권을 비난하는 결의를 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침내 금년에는 이에 동조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대량의 식량과 비료, 의약품과 의류 등을 지원함으로써 북한의 생존적 인권의 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우리의 도움으로 아사 직전의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고, 질병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회복하고 있습니다. 추위에 떨던 사람들이 한기를 피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이러한 지원에 대해서 감사하고, 우리를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심이 크게 바뀐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인권에 대해서는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산국가는 철저한 쇄국주의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그들의 인권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파악하더라도 시정시킬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공산국가의 인권은 외부의 간섭과 억압에 의해서 해결된 예가 없습니다. 소련이나 동구라파, 중국, 베트남, 쿠바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그러나 개혁 개방으로 유도했을 때는 독재적 통제가 크게 완화되고 심지어 민주화까지 되었습니다. 소련과 동구라파가 민주화되었고, 중국과 베트남에서 독재가 완화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미국 측에 ‘북한과 대화하고 주고받는 협상을 통해서 북한을 국제사회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 내부를 개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거듭 권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햇볕정책이야말로 남북한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적 공존과 평화적 교류 협력, 평화적 통일을 통해서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고 장차 민주화를 실현시키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의 시민적 인권에 대해서 현실적 장벽의 탓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북한 탈북자들을 8천명 이상 받아들여서 그들에게 정치적, 생존적 인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50년 동안 막혀 있던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을 실현시켜 그동안 1만 3천여명의 이산가족이 죽기 전에 혈육과의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국민의 정부’ 이전에는 50년 동안 불과 200여명이 상봉했을 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얼마나 큰 시민적 인권의 실현이겠습니까?

저는 인권위원회가 출범 5주년을 계기로 이제 북한 인권에도 관심을 가지고 가능한 노력을 다해줄 것을 바라고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다시 한 번 자랑스러운 국가인권위원회의 출범 5주년을 축하하고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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