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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의 '적군 명장 빼가기'

<특별기고> MB, 사르코지의 '진짜 실용주의' 배워라

사르코지의 '적군 명장 빼가기'

프랑스언론들은 사르코지의 실용주의를 ‘개방작전’, ‘개방전략’이라 부르고 있었다. 중도실용주의 정책을 “개방”으로 표현한 이유는 우파대통령이 좌파인재 등용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사회당 거물정치인을 계속 기용한 사르코지의 ‘개방전략’은 2007년 5월 집권초부터 집행되어 프랑스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사실은 적군진영의 명장들을 빼가는 사르코지에게 피해자인 사회당이나 여론이 박수를 치는 것은 국가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삼은 대통령의 가치관을 읽었기 때문이다.

7월 초 필자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사르코지는 미테랑 전대통령의 조카 프레데릭 미테랑을 문화부장관에 기용해 프랑스가 떠들썩했다. “사회주의 대통령인 삼촌을 배신한 조카의 처신이 아닌가?”라고 신문은 묻고 있었다. 미테랑장관은 “조카를 적재적소를 찾아 기용해준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오히려 고맙게 여길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문명비평가인 그가 드골대통령 시대 유명한 앙드레 말로 이래 최고의 문화부장관이 될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모으고 있다.

7월7일 아침, 카페에서 시민들이 신문을 보면서 탄복하고 있었다. “미테랑 다음에 로카르”라는 큰 제목의 기사를 읽으며 사르코지의 “개방작전”에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에는 “대어 낚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제목이 보였다. 신문은 사르코지는 2명의 전직 총리를 국채자금의 최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정부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사르코지는 좌파인재 등용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만일 프랑스 좌파에서 국가에 잘 봉사할 인재들이 있다면, 그들을 초빙하는 것은 대통령의 당연한 임무이다.”

사르코지는 미테랑 대통령의 총리를 지낸 78세의 미셀 로카르와 우파 시라크 대통령의 총리를 역임한 63세의 알렝 쥐페를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사회당에서 제일 온건한 로카르와 드골파에서 제일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운 쥐페가 2010년부터 시작될 국채수입 배분을 보증하니 아무도 이론을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신문은 평가하고 있었다.

사르코지 앞에서 좌우파의 거물총리 2명이 악수하는 모습만으로 프랑스국민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참으로 멋있는 인사구나!” 이러한 정치를 구경할 수 없는 한국인인 필자도 감동할만한 정치풍경이다.

프랑스시민은 사르코지 ‘개방정책’에 대해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라고 말했다. 로카르는 이렇게 말했다. “국가중대사에 있어서 좌우파가 함께 일할 때, 감동적 충격이 더하는 것은 비단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다. 이런 일은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쥐페의 변은 “로카르는 사회당의 정치전통을, 나는 드골주의의 전통을 각기 구현하고 있다. 나는 보수의 날개 밑에 있으나 로카르와 함께 일해 공동의 제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사회당은 로카르의 행동에 관해 “사회당을 잊지 말기 바란다”는 우호적 논평을 냈을 뿐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적군 명장 빼내기'로 프랑스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다.

사르코지, 사회당인재 계속 기용해 신선한 충격 주다

좌파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의 주필이자 대논객인 장 다니엘은 ‘사르코지부터 일자리를 얻은 로카르’에게 “질주하는 로카르”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나는 2009년 6월7일자 로카르가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 관해 찬사를 보내기 위해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위기에 대해 '우리는 보다 근원적일 수도, 더 충격적일 수도, 보다 비관적일 수도 없다'고 말했다. 로카르는 '다만 위기가 계속 악화될 것이며, 그럼에도 유럽유권자들이 위기를 유발한 정치세력에게 대거 투표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위기이든 아니든, 프랑스사람들이 바캉스 앞에서 최소한의 한기를 느끼거나, 여름바캉스를 즐긴다'고 화를 낼 것 같지 않다고 말해 주었다."

장 다니엘은 로카르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며 그의 말을 인용했다.

"사회민주주의는 반세기 전부터 시장이 자동규제를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와 금융을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고, 불평등에 대해서는 조세투쟁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해왔다. 이 사실은 이번 경제위기가 비극적으로 원인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민주주의는 유럽의회선거에서 참담하게 패배했다. 유권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 위기가 어떠해야 하는가? 아무튼 이러한 반복적 정치메커니즘이 여기에 연동되고 있는 것 같다."

중도좌파 논객 다니엘의 로카르에 대한 우정어린 논평은 사르코지에 채용된 로카르의 입장을 변호하고 있다.

<르몽드>는 7월30일자 “병적 직업기아환자 로카르”라는 제목으로 사회당의 반응을 소개했다. 사실 로카르는 지난 3월 사회당출신 쿠슈네르 외상으로부터 ‘남북극 국제협상 대사’로 임명되었고, 그 후에도 탄소세 제안을 위한 전문가회의 의장으로 임명되었다. 환경문제에 지대한 관심과 연구를 해온 로카르는 2007년 인도 뭄바이 여행중에 뇌졸중이 발병,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우파 사르코지 정부에 중책들을 맡아 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로카르의 사회당 동지들은 일에 대한 열정을 표출하는 정치원로의 정력을 감탄할 뿐, 변절자나 배신자로 비난하지 않는다. “나를 부려먹어라, 나는 고위공직의 업무를 집행하고 있다. 나는 언제나처럼 일하고 있어!” 로카르의 응수에 사회당 동지들은 “로카르가 명예에 너무나 민감하구만” “그는 남극의 펭귄과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또....” “좌파의 역사를 빛낸 지성이 사르코지의 목발로 변모하는 모습이 슬프구만!”, 이 정도 반응만 보였다는 게 <르몽드>의 보도다. 그리고 조스팽과 모로아 등 미테랑의 총리들이 “사회당이 위기를 반드시 벗어날 것”이라고 격려하는 것과는 로카르가 완전히 다르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선에서 그쳤다.

첫 조각부터 사회당 대거입각, 확고한 신뢰 획득

사르코지의 이러한 실용주의 정책에 관해 우파진영인 드골파 ‘대중운동연합(UMP)에서도 무반응이다. 불평이 나올만한데도 중도좌파 인재기용은 계속되고 있다.

2007년 6월 사르코지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가히 혁명적이라 할 정도로 6명의 좌파인사들이 입각했다. 보수의 대변지 <르휘가로> 지는 “사르코지 시대에 사회당이 점점 더 변절자의 정당으로 변모하는 이유를 자문할 때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사르코지의 중도좌파인재 발탁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당 스타였던 쿠슈네르외상은 사르코지 정부의 명외상으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유럽의회선거에서는 우파후보에 투표했다. 그는 사회당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초기장담과는 달리 이렇게 드골파에 포섭되었다. 그렇지 않은 인사들도 있다. 미테랑의 경제특보, 비서실장 등으로 14년 충실한 동반자였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는 아탈리위원회(경제발전위원회)의 수장을 맡았으나 임무완료 후 제자리로 돌아갔다. 프랑스가 강국이 되기 위한 300가지 개혁안을 내놓은 아탈리는 국익을 위해 중임을 맡지만, 사회민주주의자로 영구히 남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테랑대통령과 조스팽 총리 시대의 탁월한 경제재무장관이며 2007년 사회당 대선 후보 도미니크 스트로칸도 사르코지의 IMF총재 추천을 받아 취임했다. 그는 최근 사르코지의 총리기용설이 나돌자 즉각 부인하면서, IMF총재 임기가 끝나면 사회당으로 돌아간다고 천명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미테랑시대 명문화장관 자크 랑도 사르코지의 쿠바 특사 임명을 받아 활동했으나 사회당원로로 존경받고 있다.

사회당 일각에서는 사르코지의 “개방전략”은 1789년 7월 프랑스혁명 이래 구축한 프랑스적 사회모델을 허물기 위한 책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로카르 등 사회당 거물들이 속속 사르코지의 등용문에 입문하는 것은 프랑스의 중도좌파가 이룩한 조화로운 자유와 평등의 혼합사회 프랑스모델을 잠식하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개방전략”에 응한 사회당 원로들의 변은 “당리당략이 아닌 국가와 국민의 전체이익에 부응하기 위한 일편단심”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변명은 프랑스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사르코지의 실용주의가 그래서 제도화의 길을 밟고 있으며, 일각에서 ‘사르코지주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나의 정치모델로 정착하는 모습이다.

사르코지주의 개혁의 상징인 주말노동법이 프랑스의회에서 채택되었다. “더 많이 일해서 더 많이 벌자”는 사르코지의 브랜드를 법제화한 셈이다. 7월15일 국민의회에서 찬성 282표 반대 238표로 통과되었고, 23일 상원에서는 찬성 165표 반대 159표로 간신히 채택되었다. 앞으로 프랑스의 대도시와 관광지에서 주말영업을 하게 된 것이다. 주말노동법은 압도적 다수표가 아닌 과반을 간신히 넘겨 우파에서도 반대표가 다수 나왔다.

사회당은 사르코지정부가 지속적으로 프랑스 사회모델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상하원 모두 투개표는 질서정연하게 마무리 되었고, 한국국회와 같은 폭력시위사태는 애당초 없었다. 좌우이념의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잘 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모델은 사회복지, 의료복지, 교육복지로 상징되고 있으며, 국가가 국민의 의식주뿐만 아니라 보건과 교육도 모두 책임을 지는 “요람부터 무덤까지”의 사회복지국가를 말한다. 주말 노동을 금지한 프랑스의 사회복지제도의 일각이 이번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MB실용주의, 재야인재 등용으로 신뢰 얻어야

그러나 주말노동법은 사회민주주의 석학 아탈리의 경제발전위원회가 제시한 개혁가운데 핵심적 과제였다. 사회당 거물인재들을 발탁해 중도우파정책을 집행한 것은 사르코지의 실용주의를 잘 설명해준다. 사실 실용주의는 등소평의 ‘흑묘백묘’론이 선례가 된다. 중국공산당이 개혁개방이란 명분을 내세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실용주의는 힘을 얻었다. 중국공산당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수용해 편입되면서 흑묘백묘론을 거론한 것은 등소평의 개방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다. 공산국가가 자본주의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실용주의가 유용하며, 등소평의 실용주의는 이제 성공한 모범사례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보수세력인 드골파가 신자유주의정책을 포기하고 국가의 시장개입-관리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회민주주의의 국가개입-관리정책이 유효하다.

사르코지는 사회민주주의정책을 채택해 집행하기 위해서는 사민주의인사를 채용해야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처음부터 다수의 사회당 인재들을 발탁한 것이다. 독일 보수 기민당의 메르켈 총리는 아예 사민당과 대연정을 하면서 슈뢰더 사민당 전총리의 2010프로그램을 집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민주의자 아탈리가 주말노동법을 개혁과제로 채택해 추천한 것 역시 국익을 우선시한 실용주의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르코지의 실용주의는 좌파사람을 쓰지 않으면 좌파정책을 집행하기 어렵고 특히 국민의 신뢰를 획득할 수 없다는 원칙위에 서 있다. 그래서 사르코지주의는 성공모델이 되는 것이다.

MB정부가 중도실용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 있으나 다행한 일이다. 보수주의적 성장논리로는 경제위기, 특히 중산층-서민-빈민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소영 S라인’의 정부로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뿐, 문제해결을 하나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MB가 깨달았다면, 앞으로 실용주의정책을 집행할 정부를 새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수인사로는 실용주의정책 집행은 불가능하다. 실용주의적 사고로 무장한 인재를 발탁해야 MB실용주의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르코지의 “개방전략”이 하나의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벤치마킹해 참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MB실용주의는 말잔치로 끝날 위험이 많다. 또 실용적 인재발탁이 없는 실용주의 주장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할 위험이 많다. 그래서 제2기 MB정부는 ‘고소영’의 불신을 청산하는 진정한 실용주의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르코지주의가 국민적 신뢰를 담보로 성공한 것은 사회당의 인재들을 과감히 대거 기용해 국가대사를 위임했기 때문이라는 교훈을 참고하기 바란다.

필자 소개

언론인. 1937년 생. 파리 13대 정치학 박사, 파리 1대 프랑스혁명연구소 연구원, 전 <중앙일보> 파리특파원, 국제문제 대기자. 저서 <프랑스혁명과 한말 변혁운동><지도자와 역사인식><프랑스의 대숙청><프랑스의 나치협력자 청산><김정일과 부시의 대타협><사회민주주의 길-서구 좌우파의 실용주의>외 다수.
주섭일 언론인

댓글이 4 개 있습니다.

  • 4 3
    참관인

    바랄 걸 바라시요
    지도자가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않으니
    밑에서는 10년 좌파 정권 싹쓸이를 명분으로 자기 몫 챙기기에 몰두하는 중이라오.
    정말 가관이지

  • 4 6
    본질

    사르코지는 좌빨 제자가 아니야
    사르코지가 개판칠수록 야릇한 미소지을
    좌빨총수 김정일은 없다.

  • 6 3
    에라이

    이게 무슨 글이요 지금?
    MB의 실용주의? 취임 초기라면 모를까, 이명박에게 이런걸 바라기에는 너무 늦은것같은데. 이념이고 뭐고 흠결 없는 사람이나 좀 뽑기를. 적군 명장 빼오기 같은건 바라지도 않으니.

  • 8 4

    수구 꼴통들의 실체
    http://www.youtube.com/watch?v=wZVMRMsUs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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