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PD수첩> 제작진 자택 압수수색
약혼자 집까지 수색, PD들 "후회 않는다. 두렵지도 않다"
소환대상 아닌 약혼자 집까지 압수수색
검찰은 이춘근 PD를 체포한 뒤 한시간쯤 후인 25일 밤 11시 30분께 검찰 소환대상인 김보슬 PD의 약혼자 조준묵 PD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조 PD는 검찰 소환대상이 아니어서 과잉 압수수색 논란을 낳고 있다.
여자 수사관 1명과 남자 수사관 5명이 밤 늦게 조 PD의 어머니만 있는 집에 와 김보슬 PD를 찾는다며 옷장과 베란다 등을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5~10분 정도 집안을 수색한 수사관들은 물러간 뒤, 조 PD의 어머니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어와 “김보슬 PD와 조준묵 PD의 신혼집이 어디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6일 오전 11시께에는 전날 밤 이춘근 PD의 마포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동시에 소환대상인 조능희 전 <PD수첩> CP, 송일준 PD의 자택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PD "<PD수첩> 방송 시작전 90년대이전으로 시계 돌아가"
검찰로부터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3명의 <PD수첩> PD들은 26일 오전 긴급소집된 MBC노조 비상총회에서 검찰 소환에 불응 방침을 거듭 분명히 밝히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송일준 PD는 이춘근 PD 체포에 대해 “1990년 5월 <PD수첩> 방송을 시작한 이후 한국 사회에 나름대로 기여를 해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는데 요즘 벌어지는 일을 보면 백주대로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명동대로에서 퍽치기를 당한 느낌”이라며 “< PD수첩>이 방송을 시작하기 전인 90년대 이전으로 시계 방향이 돌아간 것 같다”고 한탄했다.
조능희 전 CP는 “지금까지 언론자유가 단단하게 이뤄진 걸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언론자유는 한계단 한계단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잠시라도 노 젓는 걸 멈추면 민주주의는 한 순간에 바닥으로 내려온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보슬 PD는 “상식 선에서 그럴 리 없을 텐데라고 생각한 것들이 모두 무너지고 있다. 저희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다. 이춘근 PD가 체포된 것에 대해 착잡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한 뒤, "후회하지 않는다. 두렵지도 않다. 다만 이렇게까지 전개되는 상황을 보며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서글픔을 느낄 뿐"이라고 말했다.
MBC노조는 이날부터 '공정방송 사수대'를 가동해 이들 세명의 체포를 저지하는 동시에, 검찰의 MBC 압수수색도 실력저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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