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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지금 지방이 심상치 않다"

<매일> "이명박 대통령 됐어도 TK 찬밥", 지방신문들 연일 성토

한나라 의원 "지금 지방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금 지방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아마 지금 총선을 다시 치룬다면 한나라당이 싸그리 궤멸 당할듯한 삼엄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총선에서 수도권에서만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두고, 지방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거 떨어졌다고 보복하기냐'라는 살벌한 얘기까지 나온다. 지역민들 뇌리에 쏙쏙 들어 박히는 기막힌 얘기다. 벌써부터 내후년 지방선거가 걱정이다."

한나라당의 한 당선자가 전한, 최근의 간단치 않은 지방 분위기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4.9총선에서 수도권에선 압승을 거뒀으나, 지방에서는 참패했다. 특히 16개 시도 가운데 6개 시도에서 단 한석도 건지지 못했다. 초유의 사태다. 충청도에서도 간신히 한석을 건졌고, 영남에서도 대패했다.

이런 마당에 총선이 끝나자마자 '10개 혁신도시 재검토' 발언이 나오고, 수도이전에 반대해온 최상철 교수가 국토균형발전위원장에 내정되며, 수도권규제 대폭완화 방침 등이 잇따라 쏟아지자 지방이 발칵 뒤집히며 '정치적 음모론'까지 나도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는 일이다.

<매일신문> "이명박 대통령 됐는데도 TK는 찬밥"

한 예로 29일자 주요 지방신문만 봐도, 분위기는 살벌하다.

대구경북 지역의 최대 유력지인 <매일신문>. 이날 톱기사 제목은 '30대그룹 95조 투자에 대구경북만 빠져'였다.

신문은 전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관합동회의를 전하며 "삼성그룹 등 30대 그룹이 올해 95조6천억원을 투자하기로 발표했으나 모두 수도권과 남서해안권에 투자가 집중된 채 대구경북은 단 한건의 대형투자도 없어 지역이 재벌그룹으로부터도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며 "5천억원에서 조단위가 투자되는 대형 프로젝트 17개 사업은 ▷수도권 5건 ▷충남 4건 ▷전남 3건 ▷부산·울산·경남 4건 ▷전북 1건 등으로 대구경북은 한건도 없고 소규모 투자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특히 사상 최대 규모로 투자를 하는 삼성그룹도 투자를 약속했다가 중단된 구미사업장 기술연구센터에 대한 투자재개 요구가 지역에서 일고 있지만 오히려 연구분야 임원급을 수도권으로 철수시킨 채 투자계획을 잡지 않았다"며 "지역에 본사를 둔 전경련 소속사 포스코도 전남 광양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결정적으로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정부나 대기업 투자가 수도권과 남서해안권에 집중되고 있는 현상이 지역 출신 대통령이 나온 이 정부 체제에서도 계속되면서 대구경북 및 동해안권은 십수년째 대형 투자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 출범에도 TK 홀대가 계속되고 있다고 이 대통령을 질타했다.

신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진형 대구경북분권운동 상임대표의 말을 빌어 “대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 행정수도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을 반대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인사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 내정된 사례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대기업과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중시정책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지방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연합뉴스

<전남일보> "혁신도시 기능 통폐합으로 축소하려 해"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발언후 가장 부글부글 끓고 있는 곳은 광주전남이다. 이곳으로 옮기기로 한 한전이 민영화대상이 되면서 안 올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전남은 이미 토지보상이 96%가 끝난 상황이어서 더욱 불안과 반발이 크다. 혁신도시 재검토 발언후 십수일 동안 이 지역 신문들은 연일 혁신도시가 톱기사다. <전남일보>의 29일자도 마찬가지다.

<전남일보>는 "혁신도시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가 전국의 혁신도시를 통폐합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밝혀져 혁신도시 사업 전면 재검토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며 "혁신도시 문제점을 보완해 계속 시행하겠다고 밝힌 정부가 실제로는 사업을 전면 수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라고 보도했다.

<전남일보>가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삼은 것은, 통합민주당 이낙연(함평ㆍ영광) 의원이 28일 열린 국토해양부의 건교위 업무 보고때 폭로한 "한국토지공사는 지난 14일 국토해양부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단 주최로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혁신도시 발전방안 워크숍에서 '정치적 필요에 의해 10개나 건설되고 있는 혁신도시 수를 3∼4개 정도로 줄이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중복되는 기능군들을 한 곳으로 집중해 주는 검토는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밝힌 대목. 토지공사는 현재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6곳의 사업 시행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기구다.

이 의원은 "혁신도시 기능군을 통폐합하면 일부 혁신도시의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기능 통폐합 과정에서 혁신도시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며 "일부 문제점을 보완해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혁신도시 수 감축과 기능 통폐합 등 사업 틀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일보> "최상철은 수도권 중심 스타일"

충청도는 정부가 투자활성화 차원에서 수도권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한 데 대해 강력반발하고 있다. 수도권규제가 풀릴 경우 그만큼 충청권에 입주하려는 기업들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도는 이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았던 최상철(68)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를 지난 27일 내정한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행복도시가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에서다.

<충청일보> 29일자는 최 교수 내정 사실을 전하며 "최 내정자는 대구 출신으로 2004년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아 헌법재판소에 행정도시특별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해에는 이명박 대통령 경선 캠프의 정책자문단에서 '대운하를 찬성하는 환경학자'로 일했고, 현재는 경기도의 경기선진화위원장으로 수도권규제완화, 팔당수질 개선, 교통정책, 뉴타운사업 등 경기도의 현안에 대한 정책연구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며 "이처럼 수도권 중심 스타일의 인물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에 내정되자 각계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며 충청권 각계의 반발을 상세히 전했다.

충남·북, 대전의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충청권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8일 성명을 내고 "혁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 재검토 논란으로 그렇치 않아도 지역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가운데 현정부가 신행정수도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인사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지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임에 틀림없다"며 내정을 전면철회할 것을 촉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통합민주당 홍재형 의원(청주 상당구)도 이날 최 내정자와 관련해 "인수위 시절에 균형발전위원회를 없애려다 반발이 생기자 이제는 수도이전반대 국민연합 대표를 하던 사람을 앉혀놓았다"며 "이는 균형발전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지적했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균형발전과는 전혀 상반된 철학과 가치관을 가진 최 교수의 내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5월2일, 이대통령과 16개 시도지사 협의회가 고비

지방신문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지금 지방 분위기는 간단치 않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한나라당 의원을 주축을 이룬 여야 의원들은 오는 5월 1일 오전 국회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을 초청해 혁신도시 문제를 놓고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말이 좋아 토론회이지, 일종의 압력행사다.

여기에다가 오는 5월 2일 이명박 대통령과 16개 시ㆍ도지사는 정책 협의회를 가질 예정이다. 과연 이 대통령이 지방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정확히 읽고, 어떻게 이들을 진정시킬 것인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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