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중증병상 확보 더디다" vs 의료계 "입원환자들은 어디로"
신동욱 교수 "중환자실, 암-심장병 등 위태로운 환자들 가득"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국립대병원 17개소와 민간 상급종합병원 42개소에 대해 허가병상의 1% 이상을 중증환자 전담 치료 병상으로 확보하라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을 오는 26일까지 총 318개 추가확보한다는 계획아래, 이를 위해 협조하는 병원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민간 상급병원들이 코로나 중환자를 위한 병동 제공에 머뭇거리는 게 과연 인센티브가 부족하기 때문인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병상 확보 행정명령 발동 직후에 민간 병원에서 터져나온 일치된 목소리는 "그러면 지금 입원해 있는 중환자는 어디로 보내라는 거냐"는 질문이었다.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가정의학부)는 20일 <의협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특히 중환자실은 일부 코로나 환자 뿐 아니라, 비(非)코로나 중증 환자들로 이미 가득 차있다. 주로 암, 심장병, 뇌졸중, 장기이식이나 희귀질환 등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들"이라며 "이 환자들이 소위 나이롱 환자로 입원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 안전하게 전원이나 퇴원이 가능할까? 새로 발생하는 중환자들은 어디로 수용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더욱이 우리나라의 중환자실은 미국 등의 선진국과 달리 1인실이 아니고, 대부분 개방형으로 되어있는 일종의 다인실이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를 받으면 중환자실을 통째로 비우라는 말과 똑같다"며 "정책 결정자들이 한번이라도 중환자실을 가본 적이 있는 지 의문"이라며 탁상행정을 꾸짖었다.
더 나아가 "가천대 길병원의 사례는 한번 곱씹어 볼 만하다. 길병원은 수익감소를 각오하고 코로나 19병상을 100병상 이상 확보해 놓았다. 환자가 줄자 정부는 8월 4일 지정을 해제하고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도 해제했다. 병원에서는 아직 코로나 19병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대했으나, 정부가 거부했다. 이에 병원은 어쩔 수 없이 설치했던 음압 장비와 차단벽을 다시 없앴다"며 "그러더니 며칠 후 다시 환자가 증가하자 다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재지정하면서 병상을 확보하라고 했다"고 힐난했다.
길병원 엄중식 교수는 지난 10일 "정부가 감염병 병상 확보와 관련해 상황이 급해지니 상급종합병원에 협조하라고 반협박을 하고 있는데, 안정적일 때 미리 계획 세우지 않고 뭘 했습니까? 상황이 나빠져야 나서는 겁니까?"라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신 교수는 글을 끝맺었다.
의료계는 기존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암·심혈관·뇌혈관 등 중환자들이 지속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환자만 진료할 수 있도록 전용병원을 지정, 정부 대책과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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