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라디오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중인 방송인 백지연 씨가 10일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과 격돌했다. 전날 이명박계 박계동 의원과의 격돌에 이은 2차 격돌이다. 격돌 원인은 역시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의혹'이었다.

백지연 "매형과 상의없이 김재정이 단독고소?" vs 전여옥 "그럴 수 있다"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연한 전여옥 의원은 이명박진영 입장을 대변했다.

전 의원은 박근혜계가 여러가지 증거를 제기하며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이명박계의 '김재정 단독 고소' 주장에 대해 이 진영측 입장에 섰다.

전 의원은 '이명박 후보 측과는 상의 없이 김재정씨가 일방적으로 고소했다고 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는 먼저 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가 거듭 '매형과 상의 없이?'라고 의문을 제기하자 "그럴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 쪽 변호사 쪽에서 굉장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했던 것으로 언론보도에도 나와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상의나 이런 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가 "문제가 되는 땅의 규모나 매입 시점을 봤을 때, 과연 김재정씨 혼자 했겠느냐 하는 것이 그 동안에 나왔던 여러 의혹이었기 때문에 이제 정황을 해석하는 부분이 다른 것 같다. 어쨌든 의견으로 듣겠다"고 말하자, 전 의원이 즉각 진행자 발언중 '의혹'이란 단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전 의원은 "그건 의혹이라는 점에 대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왜 그러냐면 당에 검증위원회가 있다. 검증위원회에 자료를 다 냈고 제가 확인한 바로는 김재정씨나 형인 이상은씨 모두 다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명박 시장 측도 박근혜 대표 측도 말하자면 검증위원회를 통해서 검증 받겠다는 것에 대해 약속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검찰 쪽까지 가고, 또 의혹을 가지고 당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러면 검증위원회에서 역할을 다 해서 충분히 검증이 이루어진 결과 아무런 문제도 없다, 이렇게 됐다는 말씀이냐'고 묻자, 전 의원은 '검증위원회가 열리지 않았잖냐. 검증위원회 청문회가 19일날 열린다. 거기에서 묻고 대답하고. 다 우리는 하나의 경과, 과정을 갖고 있다. 그런 과정을 지켜야 하는 거다. 그리고 19일날 열리게 될 때 검증위원들이 다 물어볼 것 아니겠나. 더구나 생방송된다고 들었는데. 모든 것은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전여옥 "돌아가는 걸 꼼꼼하게 봐라" vs 백지연 "자료 다 챙겨보고 물었다"

2차 충돌은 '정치 공작' 논란을 놓고 벌어졌다.

진행자는 이명박계의 '정치공작' 주장과 관련, "국정원이나 국세청, 행정부에서 나오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자료다, 그런 자료가 나온 것을 보면 공작 정치가 있다, 이렇게 보는 것 같다. 이재오 의원 얘기도 그랬고. 국정원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런 것처럼 공작 정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한나라당 대부분의 정서"냐고 물었다.

전 의원은 그러자 "정서의 문제가 아니라, 백지연 앵커께서 좀 더 이 사건에 대해서나 돌아가는 걸 꼼꼼하게 제대로 보셨다면, 이건 정서의 문제가 아니라 팩트의 문제"라며 또다시 '정서'라는 단어를 문제삼으며 "사실은 개인의 정보에 대해서 이렇게 나올 수 없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여러 가지로 보시면 이건 분명히 정부가 관여했고, 그리고 보통 사람이 낼 수 없는 정보라면 이것은 거대한 정부 권력, 현재의 권력이 작용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행자는 이에 "제가 자료를 다 챙겨봐서 여쭤본 것"이라고 반박하며, "정서라고 표현한 것은 지금 말씀하신 대로 한 쪽에서 말하는 팩트와 다른 쪽에서 말하는 팩트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중간적인 입장에서 그렇게 여쭤본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그러자 재차 "그거에 대해서 정부가 관여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다. 정서가 아니다. 팩트"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는 "네. 모두가 인정한다고 하면,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는 쪽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여쭤본 것"이라며 "국정원이나 국세청에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얘기하니까"라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그러자 "그러면 국정원하고 국세청을 믿느냐"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국정원이나 국세청이 어떻게 보면 국민들에게 의심받을 만한 일을 많이 했던 것은 참 우리의 뼈 아픈 과거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는 "국세청이나 국정원을 내가 믿느냐 아니냐는 여기에선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며 "나는 질문을 드리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백지연 "예민한 것 같다" vs 전여옥 "형평성에 문제 있다"

진행자는 인터뷰 막판에 "이명박 캠프 쪽으로 가신다는 예측이 계속 나온다. 그 예측 보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자, 전 의원은 "예측은 예측인 거다. 굳이 제가 지금 말씀드릴 필요가 없는 사안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진행자가 재차 "네. 결정하신 바가 아직은 없으신가"라고 질문하자, 전 의원은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라고 말씀 드렸죠"라고 다소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진행자는 이에 "저희가 연달아서 박희태 위원장으로부터, 또 어제는 박계동 의원. 오늘 전여옥 의원을 모셨는데. 한나라당 모든 의원들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것은, 지금 상당히 한나라당 내부 사태에 관해서 예민한 상태다, 이런 생각도 든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했고, 이에 전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 "백지연 앵커도 굉장히 예민하고, 어제 박계동 의원도 말씀하셨지만 형평성이나 언어의 선정에 좀 문제가 있으신 것 같다"고 전날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편파방송' 비난을 했다.

이에 진행자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를 평가하는 말씀을 저는 사양하겠다"고 불쾌한 듯 답했고, 전 의원은 "(높은 소리로 웃으며) 예. 그렇게 하세요"라고 비꼬듯 답했다.

진행자는 이에 "저는 예민할 상황이 아니다. 왜냐하면 저는 대선 후보도 아니고 정치권에 갈 생각도 없기 때문에 예민할 이유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자 전 의원은 "아니 그런데 말씀하시는 게 아주 예의바르고 뭐라고 할까, 어느 정도에도 문제가 안 될 단어를 써서 물어보셔도 되는데 제가 보기에는 팩트에 의존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물어보시는 것 같다"고 거듭 진행자를 비난했다. 이에 진행자는 "팩트에 의존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물어본 게 뭐가 있나"라고 되받아치자, 전 의원은 "수자원 공사에서 그런 자료를 한 것 자체가 다 팩트인데 거기에 대해서 무조건 저희가 공작 정로 몰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백지연 앵커도 한 표를 가지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말씀하시는 걸 잘 유념해서 열심히 고치려고 하겠다"고 냉소적으로 답했다.

진행자는 이에 "저는 제 표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여권과 한나라당의 모든 선택을 잘 보고 결정을 할 것"이라며 "알겠다. 팩트가 어떤 것이냐, 방향이 어떤 것이냐의 문제는 듣는 분들이 평가하시는 거니까 거기에 맡겨두기로 하고, 서로 평가하지 말기로 하죠. 잘 들었다"며 인터뷰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