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자진신고납부 기간이 오는 15일로 임박한 가운데 ‘라이트코리아’(공동대표 강승규ㆍ봉태홍), ‘나라사랑시민연대’ 등 ‘올드라이트’로 분류되는 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진동 국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종부세 폐지 ▲국세청장 사퇴 ▲노무현 정권 퇴진 등을 주장했다.
“종부세 절대 못낸다, 악법은 지키지 않을 권리 있다”
봉태홍 대표는 “돈 없어 종부세 못내겠다는데 조세범으로 몰아붙이냐”며 “납세거부범으로 어디 한번 기소해보라”고 주장했다. 봉 대표는 또 자신이 속한 단체가 ‘종부세 거부를 교사하고 있다’는 국세청의 주장에 대해서도 “납세거부 주체는 종부세 대상자다. 그들이 자진해서 못내겠다고 하는 데 우리가 무슨 교사를 했나?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봉 대표는 더 나아가 “국세청이 종부세 대상자가 전 인구의 ‘아름다운 1%’라며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미사여구를 쓰고 있지만 정작 재벌이나 정치인, 고위관료 등이 먼저 모범을 보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에 한번 가봐라. 수십, 수백억원대의 무기명 채권이 있을지도 모른다. 국회의원들도 자기 집 금고에 다 수억원 뭉칫돈을 보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누구보고 실천하라는 것이냐”며 극언을 퍼붓기도 했다.
따라서 그는 “명백히 잘못된 종부세법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옛 말에 악법도 법이라고 지키라고 하는데 지금이 수천년전 로마시대냐? 악법은 지키지 않을 엄연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과거 386 민주화 운동 세력도 결국 군사독재의 악법에 저항했던 것 아니냐”며 “우리도 악법에 저항하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8일 서초세무서를 시작으로 ▲강남세무서(11일) ▲송파세무서(12일) 앞에서 종부세 납세 거부 운동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또 일선 세무서에서 종부세 납세 대상자들을 상대로 세금 징수가 본격화되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행정소송 ▲헌법소헌 등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라이트코리아 등 이 날 종부세 거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은 '종부세, 국세청장' 등의 푯말이 부착된 상자를 부수며 종부세 저항을 주장했다. ⓒ김동현 기자
일부 종부세 대상자들 “특별반상회 조직, 종부세 저항 끝까지 간다”
이 날 국세청 맞은 편에서는 일부 강남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등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초구 B아파트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우린 절대 종부세 못낸다”며 “어디 걷어갈 테면 가보라. 내가 가만 있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함께 있던 예닐곱 명의 주부들도 기자에게 “종부세는 절대 안 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60대 여성은 “내가 30년 동안 OO아파트 살았는데 느닷없이 아파트 값 올랐다고 세금 폭탄 때리는 게 말이 되냐”며 “내가 언제 우리 아파트 값 올려달라 했나”고 정부를 맹성토했다. 그는 “정작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아파트 값을 천정부지로 올린 것은 노무현 정부 아니냐”며 “지네들은 행정도시다, 기업도시다, 닥치는 대로 투기할 것 다 해 먹고 왜 우리만 못 살게구냐”고 주장했다.
16억(42평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또 다른 주부는 “종부세가 무려 4백만원이나 나왔다”며 “바깥 양반이 퇴직 후 한달에 겨우 2~3백만원 연금 받아 써는데 무슨 수로 종부세를 내냐”고 주장했다. 그는 “아파트 관리비 내야지, 생활비 써야지, 또 늙어서 병원은 좀 가냐”며 “15일 내에 종부세를 어떻게 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날 집회장에 나온 강남 거주 종부세 대상 주민들은 한결같이 “할 때까지 해 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 주민들은 우선 내년 상반기에 관할 세무서에서 납세 고지서가 오면 이의신청을 하고, 이후 다시 행정소송과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부녀회 회원이라고 주장한 한 여성은 “종부세 거부와 관련해 지금 특별반상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단지 전체가 종부세를 거부하는 등 집단 행동을 위한 대책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처럼 강남ㆍ송파ㆍ분당 등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단지별로 긴급 반상회를 여는 등 실질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서초 S아파트 주민 대표자 A씨는 5일 오후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몇 번 특별반상회를 열었다”며 “인근 아파트들도 종부세 관련해 비슷한 반상회를 가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A씨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각 구 의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이후에는 당장 집단 행동 같은 것을 하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일부 강남 거주 종부세 대상자들은 이의신청, 행정소송, 헌법소원 등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동원해 끝까지 종부세에 저항한다는 입장이다. ⓒ김동현 기자
이들 종부세 거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은 8일 서초 세무서를 시작으로 종부세 납세 거부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 ⓒ김동현 기자
국세청 “끝까지 저항 못할 것”
한편 국세청은 일부 종부세 과세 대상자들의 ‘격렬한 버티기’ 분위기에 대해 과세는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5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15일까지 자진 신고하지 않으면 내년 초(2월말 정도로 검토 중)에 납세고지서가 종부세 대상자들에게 개별 발송되고, 그래도 납부하지 않으면 ‘체납처분절차’에 들어가게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등을 통해 최후까지 저항하는 납세 대상자에 대해 “일단 체납처분 절차에 들어가면 해당 소유 부동산을 압류할 수도 있다. 다만 조세 저항자가 행정소송으로 들어갔을 때 공매처분을 할 수 있는 지는 다시한번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실제로 내년 초에 납세 고지서가 날라가면 납부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가산금 3%가 부과되고 매월 1.2% 중가산금이 최장 5년동안 부과되는데 끝까지 버텨봤자 조세 저항자에게만 불리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