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가 또 폭락, 월가 "오바마가 경제 죽여"
오바마 "싸움 마다하지 않겠다" vs 월가 "우리는 정치적 희생양"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216.90포인트(2.09%)나 급락한 10,172.98로 마감해 10,200선마저 무너졌다. 이는 지난해 10월30일이래 최대 낙폭이다. S&P 500 지수 역시 24.72포인트(2.21%) 떨어진 1,091.76으로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보다 낙폭이 더 커 2,205.29로 60.41포인트(2.67%)나 폭락했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3일간 무려 552포인트나 급락했고 이번 주에만 4.1%가 떨어지면서 작년 2월 이후 최대의 주간 단위 낙폭을 기록했다.
또한 시장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공포지수'인 VIX 지수는 27.31로 치솟으면서 3일간 무려 56%나 급등했다. 이는 2007년이래 가장 크게 폭등한 수치다.
이날 주가는 개장 초에는 소폭 하락세로 출발했다가 거의 보합선까지 회복하는 등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또다시 초강력 발언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최악의 실업을 겪고 있는 오하이오 주(州)의 로레인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행한 연설에서 "여러분이 보다시피 싸움이 있을 것"이라며 "그들이 말문이 막히는 결정을 해서 여러분이 결과적으로 대가를 치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몇 가지 규칙을 만들길 원한다. 나는 그런 싸움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듭 월가와의 전면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내 행동에 대한 책임과 비판을 감수할 것"이라며 "그러나 나는 일자리를 돌아오게 만들고 힘든 일에 보상이 따르는 경제, 그리고 책임감 있는 금융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지난달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43개 주의 고용상황이 악화됐다는 정부 발표후 나온 것이어서, 극한 불황으로 고통받는 다수 미국민의 지원아래 월가와의 전면전을 펼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오바마 발언의 여파로 금융주가 사흘째 폭락을 거듭해, 모건스탠리는 5.3%, 골드만삭스는 4.2%,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7% 급락했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역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8.3%나 추락했다.
당연히 월가는 보수적 경제매체 등을 앞세워 오바마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씨티그룹의 은행분석가 메레디스 휘트니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계획은 거래 이윤을 극적으로 줄어버릴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고, 알파인 뮤추얼펀드의 매니저인 케빈 샤크노브스키는 "워싱턴은 지금 은행과 전쟁중으로, 올해 내내 금융은 정치적 희생양이 돼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까지 은행 주식은 맥을 못 출 것"이라며 오바마의 공세를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략으로 몰아붙였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CEO인 스티븐 로치도 오바마의 계획을 "은행 두들기기(bank bashing)"라고 맹성토했고, 펀드매니저인 칼 밀스는 "이런 정치적 환경하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로이터>는 "규제 발목 잡힌 미국 금융산업은 결과적으로 '저패나이즈(일본화)'될 것"이라며 오바마가 미국 금융산업을 붕괴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는 또 오바마 정책이 세계적 투자 여력을 고갈시키면서 신흥시장에서의 외국자금 이탈, 미국 장기채 금리 급등 등 각종 부작용을 몰고 오면서 세계경제를 다시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오바마와 유태계 월가간에 본격적으로 전면전이 펼쳐지기 시작한 양상이어서,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금융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 시대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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