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교수의 비판에 대한 <조선일보> 기자 반론
"바닥이란 표현 딱 한번 써버린 게 잘못이라면 잘못"
박은호 기자의 반론 전문
<뷰스앤뉴스>는 중앙대 이상돈 교수가 그의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을 바탕으로 "일등신문 <조선일보>가 '고의성 허위기사'라니" 기사를 싣고, 또한 이 교수의 칼럼 전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교수와 김동현 기자의 글은 부당하다. 왜 그런가?
<뷰스앤뉴스>가 게재한 이 교수의 칼럼부터 보자.
"<조선일보>에 크게 난 사진은 임하댐의 바닥이 아닌 댐의 접근수로부로, 평소에도 물이 차지 않는 곳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사이트의 실시간 영상에 들어가면 조선일보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임하댐에 물이 찰랑찰랑한 것을 잘 볼 수 있다."
"기자는 육지 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고, 장관은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대단한 '쇼'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식견 높다는 이 교수마저 독해(讀解)를 잘못하도록 한 건 내 책임으로 돌리겠다. 200자 원고지 13매 분량으로, 신문지면의 3분의 2의 가량을 차지한 그 기사에서 '바닥'이란 표현을 딱 한번 써버린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바닥 드러낸 안동 임하댐 찾은 이만의 환경장관'이라는 작은 제목 속에 있는 바로 그 '바닥'이란 표현이다.
사진 또한 이 교수의 분노를 증폭시켰을 것이다. 이 교수의 눈에는, 사진 속 풍경이 마치 그 드넓은 임하댐(유역면적이 서울면적의 2.2배이다)에 물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마치 임하댐 전체의 풍경을 담은 것처럼 비쳐졌나 보다.
그러나 기사가 보도된 뒤, 몇몇 인터넷 언론사와 이 교수 말고는 "댐물이 남아있는데 왜 허위기사를 실었냐"고 항의해 온 <조선일보> 독자들은 없었고, "벌컥 뒤집혀야 하는" 정부 역시 아직까지 별다른 말이 없다. 나로선 그나마 위안이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 기사를 '고의성 허위기사'로 몰아붙였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 교수야말로 '허위'의 모래성을 쌓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잘못된 전제로 내 기사를 부당하게 비판한 부분이 적지 않다.
먼저, 사진 속 풍경은 '접근수로부'가 맞다. 그러나 임하댐 안에 있는 이 접근수로부가 "평소에도 물이 차지 않는 곳"이라는 이 교수의 말은 틀렸다. 수자원공사의 임하댐 운용 상황에 따라 달라지곤 하지만, 작년의 경우 1월부터 5월18일까지 접근수로부는 물에 잠겨 있었다. 이후 물이 찼다 빠졌다를 반복하다 작년 10월부터는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임하댐물은 수위가 접근수로부 높이보다 6m는 더 아래로 내려가 있다. 그것도 올 1월부터 방류량을 줄이고 줄여서, 정상 공급량의 50%도 안되는 물을 흘려보내고 있는데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신발로 쓱 훑으면 먼지가 폴폴 날리는, 내가 본 임하댐내 접근수로부의 풍경이야말로, 이곳에 맘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뉴스가 될 수 있다고 나는 판단했다. (다른 까닭도 있지만 여기선 생략한다. 임하댐을 비롯한 낙동강 5개댐의 상황에 대한 관련 기사를 지난 3월2일자 조선일보에 썼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기 바란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3/02/2009030200132.html)
그러니, 접근수로부를 "평소에도 물이 차지 않는 곳"이라고 알고 있는 이 교수가 "기자는 육지 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고 표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현장에 가면 보는 눈이 달라지고 그 느낌과 분위기, 사실적 풍경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기자가 하는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고의'로 ‘허위 기사’를 쓰지 않았으며, 더욱이 '육지'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선 착오를 일으킨 쪽은 이 교수다. 수자원공사 사이트의 실시간 동영상을 보면 "임하댐에 물이 찰랑찰랑한 것을 잘 볼 수 있다"고 했는데, CCTV가 전한 그 동영상은 임하댐 안이 아니라 바깥의 풍경을 담은 것이다. 임하댐의 CCTV는 댐 밖에 설치돼 있다. 그러므로 임하댐 물이 "찰랑찰랑"하다는 이 교수의 표현도 과장됐다. 현장에서 지켜 본 내 눈엔 임하댐 물이 흐르기보다는 고여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므로 <조선일보>의 보도는 "중대하게 잘못된 것"이 아니며, 이 교수가 필요성을 역설한 “정정보도”를 <조선일보>가 해야 할 이유도 없다. 왜 그런지는 법학을 전공한 이 교수가 더 잘 알 것이니, 그 까닭은 생략하겠다.
이 교수는 또, "기초적 사실도 모르는 장관"이 말한 "허위 사실을 그대로 받아 적는 기자도 한심하기는 매일반이다"고 했다. 나 역시 이런 식의 기자는 ‘최악의 기자’로 생각한다.
이 교수가 나를 한심하다고 한 것은, 수자원공사가 "원래 산업기지 건설공사로 출발"했다는 이 장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썼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 발언이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요컨대, "원래 산업기지 건설공사로 출발한 수자원공사가 이후 댐 건설에 뛰어들고"라는 이 장관의 발언을, 이 교수의 희망 사항을 반영해 "원래 댐 건설공사로 출발한 수자원공사가 산업기지 건설공사에 뛰어들고"로 바꾸어도 이 장관이 전달하려던 그 취지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의 사업영역은 실제로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장돼 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끔 '문어발식 경영 공기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짐작하기로, 이 교수가 이렇듯 나와, <조선일보> 기사를 '한심'해 한 까닭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수리권(水利權)' 부분일 텐데, 여기에 대해선 이 교수가 특별히 <조선일보> 기사를 지칭해서 비판하지 않았으므로 반론 역시 생략하겠다. 다만, 대개의 일이 그렇듯 수리권을 어떻게 해석하고 우리가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절대선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김동현 기자는 이상돈 교수의 칼럼 내용을 전혀 검증조차 않고 대부분 '받아 적은' 기사를 썼다. 기사가 실리기까지 나는 반론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임하댐 사진 논란' 기사를 처음 실은 다른 인터넷 언론사도 마찬가지지만(이 자리에서 적시하지는 않겠다.) '허위 기사'를 쓴 쪽은 내가 아니라 김 기자였다.
기사 말미에 "또한 실시간 동영상에도 물이 가득 찬 상태여서, 허위기사 조작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2009년 3월24일 오후 7시18분 현재)도 <뷰스앤뉴스> 초기화면에 올려진 그 임하댐의 사진은 요즘의 임하댐이 아니다. 과거 사진이다. 김 기자는 물이 풍부하던 예전 모습을 찍은 사진을 수자원공사 홈페이지에서 그대로 따왔다. 사진이 나타내듯 지금 '맨땅'을 드러내고 있어야 할 임하댐 접근수로부가 물에 잠겨 있지 않은가. "허위기사 조작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는 김 기자의 비판을 나는 사양하겠다.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박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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