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병역특례를 악용한 고위층 자제의 병역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사회일반 고위층의 자녀들외에 현정부 장관급 고위직 및 열린우리당 수뇌부, 친노기업인 자녀들이 무더기로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한나라당이 전면적 정치공세를 시작하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 전 청와대 장관급 아들 등 소환 조사
벙역비리 특례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 동부지검은 14일 지난 3월까지 청와대에 재직했던 장관급인 김모씨 아들이 바코드 개발업체인 N사에 병역특례 복무한 점에 의혹을 갖고 아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N사에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해 자료를 받았다.
검찰이 김모씨 아들에 대해 병역특례 비리 의혹을 갖는 것은 문제의 N사가 역시 아들의 병역특례의혹을 사고 있는 박모 SBS사외이사가 실제 소유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업체 대표의 4촌 이내 혈족을 채용할 수 없다'는 병역법 30조를 회피하기 위해 부하 직원을 대표이사로 내세워 자신의 아들을 특례 채용한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났다. 문제의 아들은 병역특례로 근무하면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립학교재단 이사장을 겸직하고, 유명 운동선수들을 관리하는 스포츠 에이전시의 대표도 맡은 사실이 드러났다. SBS노조는 이미 박 이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상황이다.
검찰은 특히 문제의 박모 사외이사와 장관급 김모씨가 고교-대학동창인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장관급 김씨는 이와 관련, "아들이 들어간 회사가 박모 이사 회사인 줄 몰랐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이에 앞서 현직 장관급 인사인 김모 위원장의 장남이 근무한 A사 대표이사를 소환조사해 특례자 선발경위와 운영에 관해 집중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65개 병역특례업체를 조사해 온 검찰은 이번 주중 비리 혐의가 짙은 3~4개 업체 대표와 관련자들을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수사대상자 중 상당수에 대해 비리 심증을 갖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자금 거래나 이권 제공 등 물증을 확보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명관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10일 오후 동부지검 브리핑실에서 병역특례업체 비리 의혹 수사 중간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나라당 "여권 핵심당직자, 친노 기업인 등 10명 비리 의혹"
문제는 현재 검찰이 비리의혹을 갖고 수사중인 거물급 인사들이 상당수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한나라당이 상당한 자료를 확보한 뒤 정치공세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검찰이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며 "전현직 장차관 인사, 여권 핵심당직자 그리고 대통령과 가까운 기업인의 아들 10명이 그 대상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대통령이 군대 가서 썩을까봐 걱정하더니, 고위공직자들이 줄줄이 대통령의 뜻을 따르기로 작정했는가 보다"라고 노대통령 '군대 발언'을 끄집어내 비아냥댄 뒤, "참여 정부형 신종 병역비리 게이트로 국민들의 가슴이 또 한 번 멍들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며 대대적 총공세를 예고했다.
나대변인 논평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미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장차관급 외에 '여권 핵심당직자' '대통령과 가까운 기업인'이란 대단히 파괴력 있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명박-박근헤 경선 룰 갈등으로 극한혼란을 겪는 와중에도 최고위원인 권영세 의원이 '병역특례 비리'를 추적해왔다. 권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월 1일 현재 부모가 4급 이상 고위 공직자인 복무자는 모두 56명. 이 가운데 20여명은 법학, 상경계열, 어문계열 등을 전공해 전공 분야와 관련 없는 업체에서 근무중이어서 1차적 의혹대상이 되고 있다. 권 의원은 이 중에서도 특히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1백34명의 직계비속 1백25명 가운데 보충역 편입자 30명을 주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가운데 혐의가 짙은 10명을 추려 본격적 정치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본지 확인 '초대형 거물급'만 7명
본지는 15일 모처로부터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아들 가운데 보충역 편입자 30명의 명단과, 이들 가운데 비리 의혹을 사고 있는 7명의 명단을 입수했다.
7명은 14일 검찰에 아들이 소환조사를 받은 전 청와대 장관급 김모씨를 필두로 현재 정부 핵심 권력부처의 장-차관을 맡고 있는 5명과 열린우리당 수뇌부 1명, 친노기업인 1명 등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누가 봐도 비리 의혹을 느끼게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친노기업인으로 유명한 A씨의 경우 2001년 10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자신이 오너로서 회장직을 맡고 있는 소유기업에 아들을 병역특례로 근무케 했다. '4촌 이내 혈족이 대표이사로 취임시 취업 제한' 조항(병역법 30조)이 만들어진 것은 2004년 3월16일. 이 기업인의 경우 법이 개정되기 전 아들이 근무를 시작해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법 개정후에도 아들을 9개월이나 계속 근무시켰다는 점이나 근원적인 도덕성 측면에서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또다른 정부기관장인 B씨의 경우는 무역경영학과에 다니던 아들이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따 모 화학공업사에서 병역특례를 했다는 점에서 강한 의혹을 사고 있다. 무역경영학을 배우는 대학생이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딴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한 병역전문가는 "병역특례를 악용한 비리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것"이라며 "이번에 의혹을 사고 있는 기업들만 봐도 섬유회사나 화학공업사 등 도통 병역특례기업체로 지명될 수 없는 기업들이 지명된 것 자체가 의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검찰 수사가 병역특례 비리 자체에 그치지 않고 차제에 병역특례 제도 자체의 맹점을 파헤쳐, 두번 다시 병역비리가 국민을 분노케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