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하룻새 8.8%나 폭락하고 후폭풍으로 뉴욕과 유럽 증시가 동반폭락하는 '검은 화요일'이 재연돼, 전세계 금융계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중국, 금리인상 발언에 10년래 최대 8.8% 폭락
27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2771.79로 전날보다 8.84%(268.81포인트)나 폭락했다. 이는 1996년 12월16일의 9.91% 급락이래 최대다. 이날 은행.철강 우량주를 포함해 8백개가 넘는 종목이 하한가로 폭락했다. 선전 종합지수도 8.54% 폭락한 709.81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하락폭은 1996년 중국 증시가 1일 최대 하락폭을 10%로 정한 이후 최대의 폭락이다.
전날 사상최초로 3000을 돌파하며 투자가들을 환호케 했던 상하이 증시가 폭락장세로 돌아선 것은 중국인민은행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 때문.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이날 "유동성 억제를 추진중이며 금리인상도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라며 "무역흑자가 계속 늘어날 경우 위안화가 빠르게 절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식 및 부동산 거품 확산에 대해 강도높은 경고를 했다.
중국 정부도 불법증시 거래를 강도높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검은 화요일' 쇼크가 전세계 증시를 강타, 주식투자가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욕도 9.11사태후 최대 급락
중국발 주가폭락은 곧바로 뉴욕증시를 강타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16.02포인트(3.29%) 급락한 12,216.24에 거래를 마감하며 5일 연속 하락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96.65포인트(3.86%) 내린 2,407.87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50.33포인트(3.47%) 떨어진 1,399.04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 하락폭은 2003년 3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것이며 나스닥지수의 하락폭도 2002년 12월 이후 가장 컸다. 특히 다우지수는 이날 오후 3시께 150포인트 가량 급락하며 546포인트의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해 장중으로는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주요 종목 중에는 알코아가 4.7%, 듀폰이 3.4%, 제너럴모터스(GM)가 5.4%씩 급락했고, 인텔 3.8%, 휴렛패커드 3.4%, IBM 3.0%, 애플컴퓨터 5.3%등 대표적인 기술주들도 급락했다.
주가 폭락으로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6천억달러가 공중으로 사라졌다. 이는 지난해 뉴욕 증시의 지난해 상승폭과 맞먹는 규모다.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스 관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정말 무서운 투매"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중국발 악재외에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준 의장의 경기침체 경고 및 미국의 1월 내구재 주문이 7.8%나 감소된 점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스펀 전 의장은 26일 홍콩에서 열린 세계경제인회의에서 가진 위성대화에서 "미국 경제가 지난 2001년 이후 팽창을 해왔지만 현재 경제 순환상 미국 경제가 호황의 종말 국면으로 들어갈 조짐이 있다"며 "미국 기업들의 이윤 폭이 안정되기 시작했다.이는 경기 순환의 다음 단계(침체국면)에 도달했다는 조기 징후일 수 있다"며 올 연말쯤 경기침체기 도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또 "미 주택경기 침체로부터 초래될 부작용이 미 경제 전반에 아직 미치지 않았다"고 부동산거품 파열의 후폭풍을 예고했다.
유럽도 4년래 최대 급락, 신흥시장도 투매
유럽 주요 증시도 급락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FTSE100 지수는 전날 대비 148.60포인트(-2.31%) 내린 6,286.10에 거래를 마쳤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지수 역시 207.94포인트(-2.96%) 하락한 6,819.65를 기록했다. 프랑스 파리의 CAC40 지수도 174.15포인트(-3.02%) 내린 5,588.39에 마감됐다.범 유럽 다우존스 스톡스 600지수도 2.7% 내렸다. 이는 지난 4년래 최대 급락이다.
특히 유럽 증시는 지난해 여름 이후 꾸준히 상승해 거의 6년래 최고치에 근접해 있어 중국발 쇼크가 조정의 빌미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27일자에서 전세계적 주가폭락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이 새삼 실감된 사건"이라며 "상하이 증시가 무너진 여파가 유럽과 신흥시장으로도 급속히 전이됐다"고 분석했다.
신흥시장도 동반폭락해, 터키의 경우 4.5%, 러시아가 3.3%, 브라질 보네스파 지수의 경우 6.6% 폭락했다. 메릴린치 관계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이 컸던 신흥시장이 빠질 때도 더 속도가 빠르다"며 "헤지펀드의 움직임도 큰 변수"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계 일각에서는 이번 '검은 화요일'이 전세계에 과잉공급된 유동성이 낳은 주식-부동산거품의 본격적 파열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