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문들 서로 으르렁, '종편전쟁' 시작
노골적 상호비방 시작, "종편이 레임덕 기폭제 될 수도"
17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는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종편의 합리적 도입 방안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여기서 많은 전문가들은 우선 종편을 1개만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개 이상을 한꺼번에 허용하면 과당경쟁으로 모두 망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김동규 건국대 교수는 "일단 1개를 선정하고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추가 선정하는 것을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했고, 권만우 경성대 교수도 "종편을 복수로 선정하면 과도한 경쟁과 비용 지출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양수 연대 교수 역시 "종편을 한개씩 순차적으로 선정하는 게 위험 분산을 위해 좋다"고 했다. 복수허용 주장도 나왔으나 소수의견이었다.
이날 세미나를 <조선일보><중앙일보><매일경제> 등은 제 입맛대로 요리해 보도했다.
18일자 <조선일보>는 2면에 세미나 소식을 전하며 특히 '선정기준'과 관련, "지상파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종편사업자'를 선정하려면 '변별력 있는 재무능력'을 주요 심사 항목으로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며 "현재 종편을 준비 중인 주요 신문사들의 경영 상황을 보면 일부 신문은 작년과 재작년에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종편은 매년 3000억원씩 최소 3년간 1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만큼, 최대 주주의 부채비율·유동비율·신용등급 같은 재무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재무능력'에 방점을 찍었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별도의 표를 통해 종편 경쟁사인 <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와 자사의 지난해 손익 현황과 부채비율을 적시하며 자사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특히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중앙일보>의 부채비율이 580%에 달한다는 대목을 집중 강조했다.

이날자 <중앙일보>는 12~13면에 걸쳐 세미나 소식을 전하며 '선정기준'으로 자사가 자신있는 '콘텐츠 제작능력'과 '자본금 5천억원'에 방점을 찍었다.
신문은 "한국언론학회가 17일 개최한 종편 도입 관련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콘텐트 제작 능력이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종편 사업자의 재정 능력과 관련해선 '글로벌 미디어로 가려면 자본금이 최소 5000억원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우선 콘텐츠 제작능력과 관련해선 윤석민 서울대 교수의 “콘텐트 제작 능력이 전체 배점의 80%는 차지해야 한다. 인력이나 재정도 결국 콘텐트 능력을 보기 위한 것이며 본말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강조하며 재무능력을 최우선시하는 <조선일보>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신문은 자본금 조항과 관련해서도 주정민 전남대 교수의 “종편 도입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선 지상파에 견줄 만한 제작 능력과 운용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SBS 기준으로 5000억원 정도의 예산과 자본을 3~5년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중앙일보>의 홍석현 회장은 앞서 5천억원의 자금을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일보>는 하루빨리 종편 선정을 발표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늦어도 7월 초까지는 승인 종편 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권만우 경성대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의 “방통위가 승인 관련 심사를 위한 초안을 8월 초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최소한 승인 종편 수라도 6월 중, 늦어도 7월 초까지는 공표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정권과의 관계 등에서 내심 종편 선정을 자신해온 만큼 하루빨리 종편 선정을 매듭지으려는 속내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
반면에 <매일경제>는 이날자 기사를 통해 "방통위가 연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을 밝힌 가운데 일정 기준을 갖추면 원하는 사업자 모두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신청자 모두에게 종편 허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신문은 노기영 한림대 교수의 "특혜 시비를 불러올 수 있는 비대칭적 규제보다는 능력과 자원을 가지고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며 종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조중동보다 열세인 현실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종편은 보수신문들의 숙원이고, 정부여당은 이들의 숙원을 들어주기 위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복수 허용을 했다가는 공멸할 수밖에 없고 탈락사들의 강한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선정을 하지 못하고 계속 시간만 끌고 있고, 이에 대한 보수신문들의 대정부 압박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언론계의 한 관계자는 "종편이 MB정부 탄생의 1등공신이었다면 레임덕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종편에서 탈락한 보수신문들이 가만 있겠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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