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급락'과 '주가 급락'이 다시 만날 때
<분석> '쌍둥이 자산하락' 동시진행 악순환 고리에 빠지나
아파트값 올 들어 최대 추락
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5월 첫주 서울 아파트값은 올 들어 최대치로 낙폭이 확대됐다. 아파트값 폭락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또 다른 매체인 <부동산114>는 9주째 급락하고 있다고 하고, 다른 부동산정보매체는 11주째라고 하고 있으나,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파트값이 지난 2월 설날이래 날개 꺾인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거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아파트값 폭락을 견인하고 있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0.98%)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송파구(-2.36%)가 특히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어 강남구(-1.1%), 서초구(-0.54%), 강동구(-0.47%), 영등포구(-0.25%), 용산구(-0.06%)등이 약세를 보였다. 특히 송파구 낙폭이 크다. 송파구의 한주 새 2.86% 폭락은 그냥 보면 큰 숫자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환산하면 10억짜리 아파트가 불과 1주새 평균 2천360만원 떨어졌다는 얘기다. 적은 액수가 아니고, 간단한 낙폭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보자. 낙폭이 가장 큰 송파구의 신천동 장미1차 92㎡형이 2천만원 하락해 7억3천만~7억8천만원 선이고, 가락동 시영1차 56㎡형이 1천만원 하락해 6억~6억1천만원 선이다. 강남구는 부의 상징인 개포동과 대치동이 하락했다. 개포주공은 지난주 급매물만 한 두건 거래가 이뤄졌다. 개포동 주공2단지 52㎡형이 2천만원 하락해 8억1천만~8억8천만원 선이고, 개포동 시영 62㎡은 3천만원 하락해 10억8천만~11억5천만원 선이다.
1주새 몇천만원씩이 뚝뚝 떨어진 것이다.
강남이 무너지자, 서울은 물론 수도권 일대도 마찬가지다. 경기 의왕시의 경우 포일자이 112㎡A형이 2천만원 하락해 5억2천만~6억 선이다. 용인시의 상현동 동일스위트 188㎡형이 4천만원 하락해 4억6천500만~5억5천만원 선이고, 풍덕천동 진산마을삼성래미안5차 165㎡형이 3천500만원 하락해 5억9천만~6억8천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1주일새 기준만 놓고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2월이래 5월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충격은 간단치 않다. 국내 재벌그룹인 D그룹 임원의 경우, 부산에 모기업이 지은 주상복합이 분양이 안되자 사측으로부터 평당 2천만원에 떠맡았다가 지금은 1천2백만원까지 떨어졌다고 울상이다. 몇달새 40%의 손실을 떠맡은 셈이다. 이런 예가 적지 않다.
아파트-주가 동반폭락이란 새로운 국면
이같은 아파트값 폭락은 지난 2월부터 쭉 계속됐던 현상이라 새로운 게 아니다. 너도나도 아파트값에 너무 거품이 끼었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돈을 물릴 생각이 없어 환전성이 약한 아파트를 기피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거품이 빠져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다가 5월 들어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재연되면서 한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2차 패닉 상태에 빠져들면서 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08년 7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는 부동산과 주식이라는 양대 자산시장이 동시폭락, 1929년 세계 대공황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지난해 2009년 이후는 달랐다. 최소한 한국은 달랐다. 이례적으로 부동산과 주식이란 양대 자산시장이 동시 폭등, 리먼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선 부동산 거품은 빠지기 시작했고, 600조원에만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외국계의 가공스런 '바이 코리아'에 뒤늦게 증시를 기웃거리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수직상승하는 차별화 현상이 나타났다. 그나마 자산보유층의 숨통이 트였던 상황 전개다.
그러던 것이 지금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한국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외국계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폭락 행진을 시작한 것. 3~4월에 10조원이 밀려들었던 외자가 불과 이틀새 2조원 이상이 빠져나갈 정도로 썰물의 기세가 가공스럽다.
외국계는 말한다. 한국 증시처럼 돈벌기 쉬운 나라도 없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밑바닥에서 사들인 주식을 외적 환경이 나빠질 때 내다 팔더라도 주가 급락을 우려한 정부가 연기금 등을 총동원해 사들이고 개미들도 몰려들기 때문이다. 거액을 투매하더라도 큰 손실 없이 이익실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관건은 이번 현상이 일시적 현상이냐, 아니냐다. 불행히도 이번 남유럽발 2차 재정위기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유럽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되고, 더 나아가 투기자본 문제를 놓고 유럽 대 미국간 갈등마저 읽히고 있다.
사실상 이번 위기는 예견된 위기였다. 2년전 미국발 금융위기때 각국은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일단 발등의 불을 껐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로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전이된 위기가 이번에 그리스를 신호탄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일보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때문에 관리를 잘못하면 2차 위기가 1차 위기보다 커질 수도 있다. 연초부터 계속된 한국의 아파트값 하락과 2차 주가 하락이 맞물리면 그 파괴력이 가계부채 부실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2년전 이상으로 파괴적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들이 최근 집중적으로 한국 금융주를 투매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각에선 '600조 부동자금의 힘'을 믿는다. 그 돈이 어디 가겠냐고. 갈곳은 부동산과 증시밖에 없다며 곧 자산시장이 곧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대목이 있다. 사상 최저의 초저금리와 방대한 부동자금, 그리고 대부분의 규제 해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는 몇달째 날개 꺾인 추락을 계속해왔다는 대목이다. 돈들이 더 이상 세게 발목 잡힐 수 있는 '위험한 짓'을 안하려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뭉칫돈이 모처럼 증시에 몰려들던 결정적 시점에 유럽발 2차 재정위기가 폭발한 것이다. 재정위기는 일반 금융위기보다 '악성'이고, 따라서 '장기간'을 필요로 한다.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시중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갈 곳을 잃고 헤매는 일본식 '장기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거다. 금융위기로 아파트값 하락이 더 파괴적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한국경제상황은 부동산거품 파열과 주가 하락이란 '쌍둥이 자산하락'이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듯 싶다. 그것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파괴적 위기국면에.
다시 긴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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