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금 부동산, 2006년보다 더 과열"
<WSJ>과 동일한 경고, 李대통령과의 불협화음 증폭
내년 6월까지 출구전략은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금리 인상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는 한은 사이에 점점 불협화음이 커지는 양상이다.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대출 수요 지수는 30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2005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주택대출 수요지수란 값이 커질수록 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지표로, 아파트거품이 서서히 꺼지지 시작한 2007년 이후 대부분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가 올해 들어 플러스로 돌아서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아파트값 폭등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6년을 크게 능가하고 있다. 올해 1~8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0조9천억원 늘어났다. 이는 월평균 2조6천억원씩 늘어난 셈으로, 2006년 월평균 증가액 2조2천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6월과 7월에 각각 4조5천억원, 8월에 4조2천억원 등 최근 몇달새 정부의 뒤늦은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은 도리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완화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와, 은행들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중소기업대출보다 위험이 작은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은은 또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부동산 과열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과 영국의 집값이 2006~2007년을 기점으로 지금도 계속해 큰 폭의 하락을 계속하고 있는 반면, 국내 집값은 잠시 급락했다가 다시 전고점을 뚫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영국은 거품 파열기를 맞아 가계들이 부채 축소를 진행중인 반면, 한국의 가계부채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은의 경고는 며칠 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09년의 한국은 2006년의 미국을 보는 것 같다"는 신랄한 비판을 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경고여서, 자산거품 확산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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