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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GP파이널, '경기'만 있고 '팬'은 없었다

경기장 확정부터 입장권 관리 등 팬들에 대한 배려 낙제점

지난 14일 막을 내린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은 김연아와 아사다간 명승부를 비롯해 아이스댄싱, 페어, 남자 싱글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제각기 최선의 연가를 펼치며 피겨 스케이팅의 진수를 맛보게 했다.

그러나 경기 외적으로 이번 대회의 유치, 준비과정, 대회 운영 전반을 평가하는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능력도 없이 대회 유치?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대회를 유치하던 당시부터 실수를 했다. 빙상연맹은 그랑프리 파이널의 대회 운영비용을 개최국 연맹에서 부담하는 조건을 알았고 스스로 대회운영비용을 댈 능력도 없었지만 대회를 유치했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확보되지도 않은 지방자치단체의 비용 지원이었다. 손도 안대고 코를 풀려 했던 셈.

이어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데 대한 피겨팬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며 제동이 걸렸다. 팬들의 요구는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의 격에 맞는 수준과 규모의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르라는 것이었다. 그랑프리 파이널을 고작 2천600여석 규모의 '연습용 링크' 수준의 경기장에서 치르겠다고 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빙상연맹은 뒤늦게 다른 경기장 후보지를 알아보고 추가로 소요될 예산을 확보해 보겠다고 동분서주했지만 팬들 눈에는 그저 시간이나 벌기로만 비쳤다.

결국 대회는 '예정대로' 어울림누리에서 치러지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빙상연맹은 어울림누리 빙상장에 가변죄석을 설치, 관중석을 3천700여석까지 늘렸지만 팬들은 "그걸 누구 코에 붙이냐"고 냉소했다. 우려했던 티켓대란은 현실이 됐다.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1시간도 안돼 일반 판매분 티켓은 동이 났고,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3만원짜리 티켓이 5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티켓발매 30분만에 매진된 그랑프리 파이널 입장권 판매 사이트 화면 ⓒ캡쳐 임재훈 기자

한쪽에서는 공짜 초대권 남발, 정작 피겨팬들은 암표상과 씨름

우여곡절 끝에 열린 대회 경기장에 들어선 관중즐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매진됐다던 빙상연맹측의 설명과는 달리 빈좌석이 곳곳에 눈에 들어왔기 때문. 그 시간 밖에는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암표상들과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흡사 2008 베이징올림픽 어느 경기장 앞 풍경을 보는듯 했다.

어울림누리 빙상장 근처에서 한 만난 택시기사는 "경기장 앞에서 암표상들이 20만원에 파는 표가 고양시에서 활동중인 시민단체를 통해 공짜로도 돌아다닌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장 앞에서 판매되는 암표들은 상당수가 초대권이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팬들을 위해 인근 전철역에 대회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는커녕 길을 안내해주는 안내표지판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좌석을 안내하는 진행요원이 턱없이 부족해 관중들은 경기를 봐야 할 시간에 이리저리 자기의 좌석을 찾아 헤메야 했다.

SBS는 이번 대회 타이틀스폰서를 따내며 과잉방송 논란을 부를 정도로 김연아의 일거수 일투족을 방영하고 짭짤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빙성연맹 역시 10억원이라는 대회운영자금을 고양시로부터 지원받아 대회를 치루며 SBS나 빙상연맹이 얻으려 했던 목표를 얻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팬들에 대한 배려에 관한 한, 낙제점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대회 참가 외국 선수들 사이에도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태도는 화제가 됐다. 한국 팬들이 푸대접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에게 수많은 꽃과 인형을 던져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

김연아의 연기직후 팬들이 던져넣은 꽃과 선물로 뒤덮힌 아이스링크. 뒤 쪽으로 빈 좌석이 눈에 띄인다. ⓒ임재훈 기자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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