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발언에선 천박한 자본주의 냄새가 난다"
<기고> "무슨 근거로 종교방송에 거품 잔뜩 끼어있다 하나"
문광부가 방송 주무부서 가운데 한 곳이긴 하지만 장관에 취임한지 이제 6개월이 좀 지난 유 장관이 과연 그간 방송 경영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가지고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인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
유장관이 과거 연극배우와 TV 탤런트 경력이 있다는 것 외에 그가 무슨 방송사 사장을 지냈거나 또는 직간접으로라도 방송사 경영에 참여했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굳이 그가 단체를 경영했던 경력을 따진다면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잠시 일했던 것, 그리고 한 때 그의 소유였던 극단 유시어터 운영 정도가 전부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가 그 재원의 100%를 지원하고 있는 곳이고 또 유 장관이 한때 소유했던 유시어터 운영과 관련해서는 ‘활동 중인 단원 69명이 모두 비정규직이고, 4대 보험 혜택도 못 받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 17대 국회에서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장관은 이에 대해 ‘ 연기자들은 월급을 받지 않고 출연료를 받는다’고 답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쨌거나 두 곳 모두 방송사 경영과는 거리가 먼 단체들이다.
유 장관은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지만 연극영화과 교수 자리였다. 따라서 ‘ 종교방송사들이 경영을 편하게 하고 있다’고 한 그의 돌출발언은, 더욱이 공적인 자리에서 행한 그의 발언은 그가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선 황당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유 장관의 돌출발언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특히 그의 이번 발언은 방송에 대한 편협되고 왜곡된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보도에 의하면 유 장관은 17일 "한국영화가 거품이 빠진 뒤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종교방송 등도 거품이 빠진 뒤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유장관의 이런 발언 속에서 '방송'을 '영화산업'과 사실상 동일시하는 그의 단편적인 인식에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유 장관이 과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방송의 공공성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며 살아왔는지 또 과연 그런 인식을 갖고 지금 방송 주무장관 자리에 머물고 있는지 의심하게 된다.
물론 오락을 위주로 하는 몇몇 케이블 방송들도 있고 지상파 TV들 가운데서도 상업용 오락프로그램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래도 지상파방송이 여타 매체와 다른 점은 방송의 공공성을 소중한 덕목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
더욱이 종교방송의 경우 일반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인간의 영혼을 깨우치는 소리들,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달래는 방송 내용들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역방송도 지역과 서울의 조화로운 발전, 지역 고유의 문화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종교방송들에 대해 영화산업의 거품을 언급하면서 거품이 끼었으니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하는 유장관의 발언속에는 돈이 안되는 것이면 뭐든지 버릴 수 있다는 천박한 자본주의 냄새가 느껴진다.
그가 과연 종교방송사들의 경영 내면을 제대로 한번이라도 심도깊게 들여다보고 거품론을 얘기를 하는지 묻고 싶다 . 자신의 주군을 닮아서 입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
평화방송 라디오의 경우를 한번 예로 들어보자. 연매출이 대략 100억 정도되는 것으로 치자. 물론 외형적으로 보면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런데 여기서 코바코 수수료 14% , 방송발전기금 2.67%, 그리고 지역방송사들 전파료 33.2%를 떼고 나면 실제로 서울의 방송사가 갖는 수입은 총 매출의 약 50% 그러니까 약 50억이 된다 .
다시 이 돈을 12개월로 나누면 월 약 4억이 조금 넘는 수입이 된다. 이 금액을 갖고 60여명의 라디오국 기자, 아나운서,PD, 관리직 직원들,자료실 직원들, 차량기사들 봉급.., 방송제작에 필요한 비용, 방송 장비 개보수 비용, 또 각종 신규 방송장비 구입, 그리고 각종 방송 출연자들, 작가들, 리포터들과 함께 생존해 나가고 있다. 물론 부족분은 교구에서 지원하고 있다.
평화방송 매출은 그야말로 거대 지상파 TV방송사 일개 프로그램 제작비도 안 되는 금액이다. 아니 영화 한편 만드는 돈도 안 될 것이다. 유인촌 장관은 자신의 재산이 140억 정도 되니까 종교방송사들의 그렇게 외형이 우습게 보였나? 아니면 무슨 근거로 종교방송사들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는 것처럼 말을 한 것인지 그 근거를 대주길 바란다.
듣기로는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도 코바코는 5공화국 군사독재 시스템의 산물이라며 종교방송사들이 여기에 길들여져 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정병국 의원에게 되묻고 싶다 .한나라당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뭐가 보이나? 5공화국의 전두환 정권이 보이지 않나? 정병국 의원이야말로 5 공화국 군사 독재의 잔재인 한나라당에서 그만 나오고 난 이후에야 그런 발언을 해주길 바란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정병국 의원의 말은 종교방송사들이 정권의 지원자금에 길들여진 것처럼 말을 하는데 지금 이명박 정권의 계속되는 실정에 대해서 종교방송만큼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매운소리, 쓴소리 하는 방송사가 또 어디 있으면 알려주길 바란다.
차라리 종교방송의 시사보도 내용들, 정권 잘못을 아프게 꾸짖는 목소리가 너무 맵고 아파서 코바코를 해체하려 한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싶다.
지난 7개월 가까이 이명박 정부나 유인촌 장관은 입만 열면 방송 개혁, 방송 경쟁력 강화를 외쳐왔다. 그리고 그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미디어렙 도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
이미 방송 관련 분야 수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듯이 코바코 해체와 미디어렙 도입은 현재 지상파 3사 TV 방송사들의 매출 독과점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현재도 이들 3사가 73% 광고매출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디어렙이 도입될 경우 80%를 넘어 90%에 육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 뿐만 아니라 신문사들의 광고시장 나아가 인터넷매체등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과 유인촌 장관, 최시중 방통위원장등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미디어렙 도입인지 강력한 질문에 답해주기 바란다.
코바코 해체와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지금 간절히 원하는 사람은 지상파 TV3사와 대기업 광고주 그리고 이명박 정권 뿐이다. 코바코해체 대안으로 보조금 마련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 바로 그 보조금 지원방안 형태가 바로 지금의 코바코란 현실을 직시해주기 바란다.
전문가들 분석에 의하면 코바코가 해체되고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될 경우 현재의 광고요금은 공공요금이라는 개념 하에 5년째 통제되고 있지만, 방송사가 광고단가를 직접 결정하게 돼 광고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광고비 상승은 결국 기업들의 제품 원가 상승으로도 이어져 소비자들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은 점차 사라지고 오락과 선정성 넘치는 프로그램들이 우리들 안방에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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