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 획득의 '숨은 MVP'인 이용규(KIA 타이거즈)가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순간보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역전승을 거뒀던 순간을 더 기뻤던 순간으로 꼽았다.
이용규는 11일자 <스포츠 2.0>과의 인터뷰에서 "결승전에서 쿠바를 꺾었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며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꺾은 게 훨씬 감격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용규는 이어 당시 일본과의 준결승전에 대해 "모두들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선 게 승리로 연결된 것 같다"며 "준결승전은 선수들의 자세부터가 다른 경기와 달랐다"며 일본전 승리가 정신력의 승리임을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 사이에서 일본이 준결승전을 앞두고 8월 20일 미국에게 일부러 졌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며 "경기를 보지는 못했지만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선수단 모두 반드시 이기자며 벼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일본이 고의 패배 의혹을 낳으며 미국에게 승부치기패 끝에 한국과 준결승을 치르게 된 상황이 오히려 한국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했던 셈.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한동안 그 자리에 엎드려 기도하는 동작으로 화제가 됐던 이용규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감격스러워서 그랬다"며 "다들 기도하는 걸로 본 모양인데 실은 눈물이 나서 엎드려 손을 잡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자세가 나왔다.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용규는 올림픽에 출전해서 얻은 성과와 관련,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병역 문제를 해결해 마음의 짐도 덜었다. 앞으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항상 최선을 다하는 야구선수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 한국-일본 전 8회말 1사 1루, 이승엽의 2타점 역전포에 1루주자였던 이용규가 베이스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