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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인사 "정치권에 안 휘둘리겠다"

이론보다 능력-경험 중시, 인수위에 속전속결형 성과 요구

이명박 대통령당선자가 26일 오후 인수위원장에 이어 인수위원 명단을 발표함으로써 당선후 첫 인사를 완료했다.

이경숙 발탁은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메시지

이 당선자의 첫 인사는 몇가지 면에서 주목할만하다. 우선 그는 인수위원장 발탁과정에 '비정치인 인사' 원칙을 고수했다.

이 당선자는 대선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비정치인'을 인수위원장에 발탁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후 기류가 미묘했다. 한나라당을 비롯해 대선때 그를 도왔던 정치권 인사들 쪽에서 미묘한 저항이 일었다. 당선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에는 박관용, 박희태 등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의 명단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이경숙 총장으로 내정된 후인 24일에는 이재오 전최고위원이 당선자와 독대에서 과거 국보위 전력을 근거로 '이경숙 불가론'을 폈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 이를 관철시켰다.

이 당선자의 비정치인 인수위원장 관철은 아무리 경선-대선때 많은 신세를 졌다 할지라도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 전달이었다.

이 당선자는 비정치인 이경숙 위원장을 보좌할 부위원장에 정치인을 기용하면서도 자신의 측근이 아닌 합리적 성향의 4선 김형오 의원을 발탁했다. 김 의원은 사상 최악의 '지독한 경선'을 불리는 한나라당 경선때 원내대표로서 중립적 위치에서 경선을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 실제로 김 의원은 "이번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며, 설익은 정책을 강요하지도 않겠다"며 실현가능한 합리적 정책들을 추진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수위 분과 핵심측근 배치는 '속전속결' 의지 표현

후속 인선위원 구성에서는 박형준, 진수희 등 경선때 핵심적 역할을 한 '핵심측근'들과 맹형규 의원 등 통합성향의 의원들을 대거 전진배치했다. 경제관련 분과들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분과에 정치인들을 배치했다. 이는 "4월 총선때문에 정치인들을 가급적 배제하겠다"던 대선직후 인수위 구성 원칙과는 벗어나는 조치다.

한나라당에선 그러나 이 당선자의 정치인 배치를 보고 '이명박식 통치'가 본격화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우선 정치인 배제 원칙을 깨고 박형준, 진수희 등 경선때 핵심들을 전진배치시킨 것은 이들에게 권력의 무게중심을 실어주는 동시에,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익숙한 이들을 통해 '속전속결'로 난제들을 처리해나가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학자들보다는 국정운영경험이 있는 관료출신들을 경제 1, 2분과 및 국가경쟁력강화특위에 대거 배치한 것도 '실무능력'을 중시하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경제 1분과 위원장에 강만수 전 재경차관, 투자유치 TF에 윤진식 전 산자부장관, 한반도 대운하 TF에 장석효 전 서울시 부시장, 새만금 TF에 강현욱 전 전북지사를 발탁한 대목이 그러하다.

'안국포럼' 출신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이 당선자는 이론만 밝은 인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선자는 서울시장 시절부터 사람을 쓰면 '원 패키지'로 기획부터 최종 실천까지 모두를 맡기는 스타일"이라며 "석달정도 지나 성과를 내면 계속 쓰고 아니면 탈락시키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때문에 이 당선자 측근들 중에는 내년 총선에 나가길 희망하지, 청와대에 들어가길 원하는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이 당선자의 몰아치는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농을 섞어 이 당선자의 실적중시 업무 스타일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수위 성공시 조각-공천때 힘 받을듯

이 당선자는 이날 이경숙 인수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내일부터 곧바로 정권인수 작업에 들어가고 한달내에 우선순위를 가려줄 것"을 주문했다. 장고끝에 인수위 인사를 마쳤으니, 속전속결로 일을 처리해 이명박 정부다운 성과물을 내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정가에서는 이 당선자의 인수위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다음 예고된 '첫 조각' 및 '총선 공천' 인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수위 활동이 호평을 얻을 경우 이 당선자가 보다 힘을 받고 조각 및 공천을 추진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인수위가 뚜렷한 가시적 성과를 못 낼 경우 한나라당 등 여의도 정치권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당선자는 정치적으로 내년총선에서의 압승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럴 때에만 소신껏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명박계 좌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24일 이 당선자와 장시간 독대후 당내 최대 이명박계파인 발전연을 해체하고, 이날 인수위 명단에 실세로 발탁될 것으로 알려진 정두언 의원을 일단 보류한 것도 이를 위해 당내 갈등 소지를 없애 내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의도 정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적 권력중심을 구축하려는 이 당선자의 시도가 성공할지 여부는 향후 인수위의 활동에 달린 모양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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