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채 위기' 급확산. '감세' 추진에 투매 양상
미국-일본-유럽 국채 동반 급등. 선진국발 '재정위기' 발발 우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시장의 투매로 이날 전 거래일보다 12.3bp(1bp=0.01%포인트) 급등한 5.092%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23년 10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도 4.599%로 전장 대비 11.2bp 올랐다. 앞서 <블룸버그>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5%에 이를 가능성도 경고한 바 있다.
이날 모기지은행협회(MBA)가 발표한 지난주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92%로 3개월 사이 가장 높았다.
미국채 금리 급등의 주범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이다. 미 의회 합동조세위원회(KCT)는 감세 법안 통과 시 10년간 재정적자가 2조5천억달러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재정적자 급증을 이유로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강등했다.
달러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99.336으로 약 2주 만의 최저치였다.
일본 국채 금리 역시 급등했다.
일본의 초장기물 국채 금리는 21일 장중 한때 30년물과 40년물 국채 금리가 각각 3.185%, 3.635%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은 세계 최대 부채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소비세 감세 논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일본의 202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250%로 그리스가 재정 위기에 직면했던 2009년의 127%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살인적 부채 비율에도 불구하고 발행하는 채권의 95%를 국내 은행들이 사들이도록 하면서 외국인 보유비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정부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양상이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도 대대적 경기부양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자동차 등 제조업 불황으로 마이너스 성장 위기에 직면한 독일의 경우 지난 3월 독일 정부의 천문학적 규모의 '돈 풀기' 정책 여파로 국채 투매세가 촉발된 데 이어, 최근 다시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어 21일 전장 대비 4.7bp 오른 3.133%를 기록했다.
영국 또한 지난달 9일 3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5.63%까지 오르며 1998년 이후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최근 다시 장기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21일 전장 대비 6.1bp 오른 5.516%를 기록했다. 영국 국채는 미국 국채와 연동돼 움직인다.
<블룸버그>는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이 각국 정부에 장기로 돈을 빌려주기를 꺼려하고 있다면서 '채권 자경단'이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의 재정·통화 정책에 문제가 있거나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날 경우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는 투자자들을 가리킨다.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45.3%로 선진국 평균(104.2%)보다 크게 낮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 말까지만 해도 40%를 밑돌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가부채비율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4.5%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치(54.3%)를 처음 넘어서고 5년 후에는 59.2%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증가 속도가 주요국 중 가장 빠르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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