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출자총액제 제한 완화 등 잇따른 열린우리당 보수화에 따른 당내 반발로 '정세균 체제'가 출범 2주만에 심각한 저항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반발이 3월 중순 제2차 집단탈당 사태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채수찬, 당직 사퇴
28일 오후 소집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는 '정세균 지도부'를 비난하는 의원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채수찬 제3정조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과정이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전날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편법처리를 질타하며 당직사퇴를 선언했다. 채 의원은 "공정거래법의 정무위 통과가 현 지도부와의 의견 조율없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정세균 지도부를 비난한 뒤, "어려울 때일수록 상식과 원칙에 맞는 당 운영을 하지 않으면 당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전날 공정거래법 개악을 질타했던 김현미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특정 재벌기업과 야당의 정치공세에 명분없이 굴복하는 정부와 우리당 일부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장영달 원내대표, 김진표 정책위의장, 박병석 국회정무위원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정무위 간사인 신학용 의원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말했다.
재벌규제 강화를 주장해온 박영선 의원도 "지도부의 출총제 축소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일부 교육위 소속 의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주택법을 위해 사학법에 손을 대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정세균 지도부 당황
이에 대해 사퇴 압력을 받은 신학용 의원은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4월15일 출총제 기업집단 지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의견수렴을 제대로 못한 것은 잘못했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인정한 뒤, "원내대표로서 사전에 모든 법안을 세세히 알고 정리했어야 했는데 미처 몰랐다. 지금은 어려운 국면인 만큼 우리는 결속해야 한다"며 자신의 사과로 넘어가려 했다.
정세균 의장도 "어떤 사안이든 진지하게 지혜를 모으고 가능하면 뜻을 통일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자기 뜻과 달라도 전체 뜻에 가깝다면 관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자 당 지도부는 임시국회 종료 전날인 오는 5일 다시 정책의총을 소집해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사학법 협상 문제를 논의키로 하고, 서둘러 의총을 산회했다.
열린우리당 '보수화' 갈등은 출범 2주를 맞은 '정세균호'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자, 2차 집단탈당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보수화는 정 의장이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해온 김진표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후 예상대로 정세균 지도부는 분양원가 공개, 사학법 등의 쟁점사안에서 한나라당 주장을 받아들여 급속한 보수화 과정을 밟고 있다.
이에 열린우리당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런 식으로 가다간 대통합 신당 주도는커녕 열린당 궤멸도 시간문제"라는 위기감 어린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28일 의총에서 이런 불만이 폭발한 것.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당의 보수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개혁성이 강한 민평련 등 김근태계 불만이 높고, 28일 의총에서 공개리에 당지도부를 비판한 채수찬, 김현미, 박영선 의원 등이 '친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라는 점에서는 3월6일 임시국회가 끝난 뒤 2차 집단탈당이 단행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2차 집단탈당파가 최소한 30명이 될 것"이라는 숫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