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손정 - 3쪽신당, 돼지 세탁당???"
당명도 인사도 헷갈린 민주신당 ‘불안한 출발’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서 손학규-정동영-천정배 신경전 팽팽
입력 :2007-08-05 22:08:00
[데일리서프라이즈 김혜영 기자]대통합민주신당(약칭 민주신당)이 열린우리당·민주당 탈당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출범했으나 당대표가 인사말에서 당명이 헷갈리고 지도부가 현장서 교체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5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민주신당 창당대회에 6,000여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지만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신기남 전 의장, 김혁규·김원웅 의원, 김두관 전 행자장관, 강운태 전 내무장관 등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이 창당대회에 불참함에 따라 ‘반쪽신당’ ‘날림창당’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창당 당일 오전 갑작스런 조찬회동에서 당 대표를 선출하는가 하면, 창당대회 임시의장을 맡은 김호진 전 노동부 장관은 “사전에 최고위원을 맡지 않기로 논의가 됐었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창당식 진행 도중 사의를 표해, 최고위원은 즉석에서 양길승 녹생병원장으로 변경됐다.
또 이날 오전 선출된 오충일 민주신당 대표는 인사말에서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는 민생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뒤 “우리 민주당이 나서겠다”고 말해 웃지못할 황당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창당대회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장상 전 민주당 대표,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형 전남지사, 김근태 전 의장 등이 참석했다.
열린우리당 빠진 민주신당…시작부터 ‘삐그덕’
이날 창당대회에서 정대철 창준위 상임공동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짧은 시간에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민주평화 시민사회 제 세력은 대통합의 물결에 합류하게 됐다”면서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한반도 평화통일과 조국선진화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새 정치의 지평을 펴겠다”고 밝혔다.
▲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정동영 전 장관, 천정배 의원, 손학규 전 지사, 장상 전 민주당 대표가 정대철 위원장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 뉴시스
정 위원장은 특히 “중산층과 서민의 권익을 적극 대변하면서 시대변화를 주도하고, 통일시대와 문화대국의 미래 꿈을 실현해 갈 것”이라며 “민주·평화·통합·환경 등 ‘4대 기본가치’와 더불어 성숙한 민주주의, 공정한 시장경제, 복지와 사회통합, 평화체제와 통일기반 구축 등의 ‘6대 정책목표’를 토대로 선진조국의 미래를 열어가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7인 우리당 소속 대선 후보들은 이날 불참했으며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천정배 의원만 참석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범여권 제3지대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창당은 골조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지붕 얹고 벽만 만들어 모양만 갖추는 날림창당”이라며 “이런 날림정당이 탈이 나지 않을 리 없다”고 비난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이 빠지고 친노 주자 6명도 빠진 마당에 대통합민주신당이란 당 이름이 무색하게 됐다”면서 “대통합은 커녕 소통합, 반통합도 안된다”고 폄하했다.
또한 서혜석 열린우리당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대통합을 위해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정치세력이 모두 합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작은 차이를 넘어 공동운명체라는 신뢰와 믿음을 쌓아야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 배제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 대변인은 이어 “민주신당의 이날 출범은 모든 평화민주개혁진영이 하나가 되기 위한 출발점이 돼야할 것”이라며 “대통합을 위해서는 작은 차이를 넘어 공동운명체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신당 존립 ‘우리당·민주당 대통합 합류가 관건’
초고속으로 밀어붙이며 가까스로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이라는 깃발을 꼽기는 했지만 민주신당의 앞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당대당 통합이 가장 큰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서 신임대표로 선출되 오충일 대표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오충일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50년 전통의 민주화세력과 시민세력이 대통합물결에 합류했지만 아직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협의가 남았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각 당과의 대통합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민주평화개혁세력의 단결된 모습이야말로 감동의 원천이고, 이를 실천해나가며 국민의 지지를 모으도록 하겠다”며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도록 함께 노력해야한다”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통합 합당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도통합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당대당 통합에 대해 ‘잡탕정당’이라고 맹비난하며 흡수통합을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대통합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경선을 거쳐 후보단일화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3일 경으로 예정돼 있던 열린우리당의 통합마저 주요 대선주자들의 불참으로 사실상 위태로운 현실이다.
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 탈당파 61명, 김한길 그룹 19명, 민주당 탈당 그룹 5명으로 총 85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한나라당에 이은 원내 2당으로 부상했지만, 사실상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대통합 합류가 난제로 작용하고 있어 난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정동영-천정배 ‘맞잡은 손’ ‘팽팽한 신경전’
이날 창당대회에서 손학규 전 지사와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은 서로에 대한 비방이나 직언은 삼갔으나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특히 손 전 지사와 정 전 의장은 각각의 연설에서 뼈있는 발언들을 내뱉었다.
▲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창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오충일 대표와 최고위원5명이 꽃다발을 받고 환호하는 당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양승길, 정균환, 김상희 최고위원, 오충일 대표, 이미경, 조일현 최고위원. ⓒ 뉴시스
손학규 전 지사는 전국 각 지역을 순회한 민심대장정에서 만난 자갈치시장 아주머니, 노동자 아저씨와의 만남을 언급하며 중산층과 서민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는 자신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손 전 지사는 호남민심을 의식한 듯 ‘광주정신’을 재차 강조하며 “광주정신은 영원한 민족정신이고 광주정신을 세계로 미래로 발전시키겠다”고 역설했다.
반면 정동영 전 의장은 손 전 지사가 강조한 ‘광주정신’에 반격을 가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최근 관람한 영화 ‘화려한 휴가’를 언급하며 “군사독재의 잔재와 지역주의, 광주학살 후예들과 맞서 싸워 이기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광주를 짓밟은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맹공했다.
정 전 의장은 또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해 “차기정부를 부동산 투기를 저지른 투기꾼에게 넘겨줄 수 없고, 광주를 짓밟은 세력에게 넘겨줄 수 없다”면서 “이들이 어떻게 서민과 약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천정배 의원은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후보는 필패할 수밖에 없고, 어정쩡한 중도실용을 내세우거나 자신의 잘못에 반성하지 않는 후보로는 승리를 거둘 수 없다”면서 손 전 지사와 정 전 의장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천 의원은 이어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계승할 유일한 인물”이라며 “나는 광주학살 주범으로부터 판검사 임용을 거부 당한 이후 오직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데 헌신해왔고, 대통합을 위해 잠시도 한눈을 팔지 않았다”며 정통성과 일관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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