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아파트 투기세력의 거짓말 들통나"
"투기수요 얼어붙으면서 중대형 아파트값 계속 추락"
이준구 교수는 1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세가 꺾이고 하향세로 돌아섰다. 흥미로운 점은 주택가격 하락을 중대형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반적 주택가격 하락 추세 속에서 소형 아파트는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이 공급의 과잉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일 아니냐?
최근 들어 주택건설 붐이 일었다는 증거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까"라며 "집을 사두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꺼져가면서 투기수요가 얼어붙은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데 한 점 의문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공급론자들은 주택문제를 시장에 내맡기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건설회사들이 돈 되는 중대형 아파트만 짓고 소형 아파트는 짓지 않으려 해도 그대로 놓아두라는 논리"라며 "그러나 내가 줄기차게 주장해 왔듯 우리 사회의 주택시장은 투기적 수요에 의해 왜곡될 대로 왜곡된 상황에 있다. 투기적 수요가 판을 치는 시장에서 시장의 펀더멘탈(fundamental)이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거듭 건설업자들 주장의 허구성을 꼬집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올 분양예정 아파트 74%가 소형-이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 사회의 주택문제에 관해 두 가지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겠지요.
하나는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게 된 근본적 이유가 공급의 부족에 있다는 견해지요.
이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정부의 부적절한 간섭이 그와 같은 공급 부족 문제를 부추겼다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부언할 것은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이런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앞으로 이들을 '공급론자'라고 부르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투기적 수요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보는 견해지요.
주택가격의 급등은 공급 부족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투기적 수요의 과잉이 빚은 문제라고 봅니다.
따라서 투기적 수요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는 한 주택가격 안정은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앞으로 이들을 '투기적 수요론자'라고 부르겠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최근 주택가격이 상승세가 꺾이고 하향세로 돌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주택가격 하락을 중대형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반적 주택가격 하락 추세 속에서 소형 아파트는 오히려 가격이 올라가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 우리 사회의 주택가격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힘이 공급이 아니라 투기수요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최근의 주택가격 하락이 공급의 과잉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일 아닙니까?
최근 들어 주택건설 붐이 일었다는 증거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것은 공급이 늘어난 데 기인한 현상이 아니라 수요가 급감한 데 따른 현상이지요.)
집을 사두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꺼져가면서 투기수요가 얼어붙은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데 한 점 의문이 없습니다.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이 특히 현저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 부분에 투기적 수요가 빚은 거품이 특히 많이 끼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과거 주택가격 급등기에 중대형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더 컸습니다.
공급론자들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히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빚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가는 상황에서 소형 아파트 건설을 의무화한 정부의 규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그들의 지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최근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이 특히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정부하에서 경제가 죽을 쑤고 있기는 하지만 소득이 뒷걸음치지는 않았지요.
그렇다면 소득 증가에 따른 중대형 아파트 선호 성향이 역주행을 할 리는 없잖습니까?
비록 쥐꼬리만큼이라 해도 소득이 늘었으면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늘었어야 마땅한 일이지요.
한 마디로 말해 공급론자의 논리로는 최근의 주택가격 동향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공급론자들은 주택문제를 시장에 내맡기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건설회사들이 돈 되는 중대형 아파트만 짓고 소형 아파트는 짓지 않으려 해도 그대로 놓아두라는 논리지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시장의 자율에 의해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은 시장이 왜곡되어 있지 않을 때 한해서 설득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내가 줄기차게 주장해 왔듯 우리 사회의 주택시장은 투기적 수요에 의해 왜곡될 대로 왜곡된 상황에 있습니다.
투기적 수요가 판을 치는 시장에서 시장의 펀더멘탈(fundamental)이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사후적으로 볼 때 소형 아파트를 외면한 시장(건설사)보다는 소형 아파트 건설을 의무화한 정부가 더 현명했던 것 아닙니까?
오늘 신문 기사 보니까 10대 건설사의 올 분양예정 아파트 중 74%가 소형 아파트라고 하더군요.
작년도는 그 비율이 80%에 달했다고 하네요.
최근 들어와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소형 아파트를 많이 짓기 시작하는 것은 전형적 '뒷북치기'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이젠 정부의 규제 때문이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논리에 의해 소형 아파트를 많이 지으려 하는 것입니다.
투기적 수요가 잠들자 드디어 시장의 진실이 드러났고, 그 진실에 따르면 소형 아파트를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난 것이지요.
그 동안 공급론자가 말해 왔던 시장의 상황은 투기적 수요에 의해 왜곡된 거짓 모습이었던 것이지요.
여러분이 잘 아시듯, 나는 의심의 여지 없는 투기적 수요론자입니다.
공급론자들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어떤 해석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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