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연재소설 '강안남자'의 음란성을 문제삼아 청와대가 절독한 <문화일보>에 대해 전폭적 지원사격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7일자 사설 '연재소설이 야해서 신문 끊는다는 청와대'을 통해 청와대의 문화일보 절독 소식을 전하며 "문화일보 연재소설 ‘강안남자’는 2002년 정초부터 지금까지 연재되는 동안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24차례 경고를 받았다. 그만큼 선정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안남자'의 선정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청와대 사람들이 연재 5년이 다 돼 가는 이 소설을 며칠 전에야 처음 봤을 리는 없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문화일보는 2003년 4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첫 인터뷰를 하면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대통령이 인터뷰를 수락한 것은 문화일보에 대한 신뢰가 주요한 기준이었다'고 전했다. ‘강안남자’가 1년 넘게 연재되고 있었고 그 선정적 묘사가 화제가 되던 때였다"고 과거를 회상시킨 뒤, "청와대가 문화일보 구독을 끊은 이유로 대고 있는 ‘소설의 선정성’이라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정권 초기 문화일보는 정권에 우호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대통령이 이 신문과 인터뷰를 한 것도 그 무렵"이라며 "문화일보는 그 이후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으로 돌아섰다. 정부가 정권 출범 이래 지난 8월까지 낸 언론중재신청에서 문화일보는 39건을 기록해 조선·동아일보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정부는 얼마 전 최규하 대통령 국민장 공고를 모든 종합일간지에 내려다 뒤늦게 조선일보 등에 게재 요청을 취소하면서 거기에 문화일보도 포함시켰다. 청와대가 갑자기 이 신문을 끊은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빚어진 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절독 조치가 청와대의 '조동문' 탄압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사설은 이어 "과거 독재권력이 정권을 홍보하는 특정신문을 관청과 공공기관이 구독하도록 압박한 例예는 있었다. 그러나 이 정권처럼 권력을 동원해 권력에 비판적인 신문을 끊는 것을 언론압박의 수단으로 남발한 정권은 없었다"며 "대통령 친위단체가 ‘조선일보 50만부 절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라며 '조아세' 등의 안티조선 운동을 비난하며 <문화일보>에 대한 동병상련의 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설은 "그런가 하면 정권에 호의적인 신문을 위해서는 남의 눈도 개의치 않고 국민 세금을 퍼붓고 맨발로 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월급을 떼 한겨레신문 발전기금을 내자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그 신문의 구독확장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이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겨레>신문을 비난한 뒤,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정권의 소행"이라는 비아냥으로 글을 끝맺었다.
문화일보의 대표작(?)인 '강안남자'. ⓒ문화일보
한편 <문화일보>는 전날인 6일 기사를 통해 "'강안남자'는 연재직후 문화일보 주 독자층인 중년 남성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음으로써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며 "세상에 치인 중년 남성들의 환상을 대리만족시켜주는 역할을 주인공 조철봉이 해줬기 때문이었다. 2002년 당시 인기가 식었던 신문연재소설의 붐을 다시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강변했다.
청와대의 <문화일보> 절독 배경에는 분명 강안남자의 '음란성' 이상의 이유가 있어 보이나, 그렇다고 그동안 수십여차례 신문윤리위원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안남자'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온 <문화일보>도 차제에 자성을 해야 한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따가운 눈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