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일본지진으로 한국이익? '경제적 동물 짓' 말자"
"MB의 유전 수주가 '긴급뉴스'? 정말 부끄럽다"
이상돈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피에 올린 글을 통해 "행여나 '우리 반도체와 철강산업이 호황을 맞게 됐다'는 식의 유치한 말은 제발 입에 담지도 말자. 일본을 걱정하기에 앞서 우리에 미칠 경제적 충격을 먼저 따지는 정부 당국의 모습도 별로 좋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에 일본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정부도 정부이지만 민간 차원에서도 물적 심적으로 일본을 도와야 한다. 과거의 식민통치, 교과서와 독도 문제 같은 해묵은 현안은 당분간 접어 두고 휴머니즘 입장에서 일본을 도와야 한다"며 "미증유의 재난 속에서도 슬픔을 자제하고 질서를 지키는 일본인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일본’이란 나라를 느끼게 된다"며 일본인들의 질서정연함에 존경의 염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전날 밤 일부언론이 일본대지진 보도중 이명박 대통령의 UAE유전 개발 참여 MOU 소식을 속보로 대서특필한 데 대해서도 "저녁 8시에는 MBN 채널을 보고 있었는데, 일본 특보를 전하다가 별안간 화면에 MB가 나타났다. 순간 나는 그것이 방송사고인 줄 알았다"며 "그런데 유전 개발에 합의했다는 것이 ‘긴급 뉴스’라서 그것을 내보낸 것이다. YTN도 똑같은 내용을 내보내고 있었다. 방송사가 '여기서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뉴스를 보낸다'고 알리지도 않고 별안간 MB가 등장했으니, 정말 방송사고인 줄 알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긴급뉴스’라는 것도 긴급할 것이 하나도 없는 ‘계약 수주(受注)’이니 어처구니없다. 그런 소식은 자막으로 내보내고 나중에 정규 뉴스로 다루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이웃나라에선 몇 만 명이 실종되었다고 하고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할 수도 있는 긴급한 상황이고 BBC와 CNN은 계속 일본 뉴스를 내보내고 있지 아니한가.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탄식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일본 지진 참사를 보면서
역사와 지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케이블 채널인 ‘디스커버리’와 ‘히스토리’의 ‘애호가’이다. 이 두 채널은 최근에 지진과 화산 문제를 많이 다루었는데, 미국 서부에 대형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지진이 일어나면 그것이 지각 변경을 일으켜서 화산 폭발을 촉진한다면서, 이제는 캘리포니아에서 ‘큰 것’이 올 때가 됐다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직한 일인데, 엊그제 일본 동북부에서 그런 악몽이 현실로 나타났다.
일본이 이번에 입은 피해는 정말 가공할 규모로 보인다. 1990년대에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지진은 이번 일본 지진에 비하면 지진이라고 할 것도 못되는 것 같다. 그런 피해가 바로 이웃나라에서 일어났는데 우리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이번에 일본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정부도 정부이지만 민간 차원에서도 물적 심적으로 일본을 도와야 한다. 과거의 식민통치, 교과서와 독도 문제 같은 해묵은 현안은 당분간 접어 두고 휴머니즘 입장에서 일본을 도와야 한다.
미증유의 재난 속에서도 슬픔을 자제하고 질서를 지키는 일본인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일본’이란 나라를 느끼게 된다. 행여나 “우리 반도체와 철강산업이 호황을 맞게 됐다”는 식의 유치한 말은 제발 입에 담지도 말자. 일본을 걱정하기에 앞서 우리에 미칠 경제적 충격을 먼저 따지는 정부 당국의 모습도 별로 좋지 않다. 언제부터 우리가 그런 ‘경제적 동물’이 됐다는 말인가.
어제(13일) 나는 오후부터 계속 TV를 통해 일본 소식을 보고 있었다. 저녁 8시에는 MBN 채널을 보고 있었는데, 일본 특보를 전하다가 별안간 화면에 MB가 나타났다. 순간 나는 그것이 방송사고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유전 개발에 합의했다는 것이 ‘긴급 뉴스’라서 그것을 내보낸 것이다. YTN도 똑같은 내용을 내보내고 있었다. 방송사가 “여기서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긴급뉴스를 보낸다”고 알리지도 않고 별안간 MB가 등장했으니, 정말 방송사고인 줄 알았다. ‘긴급뉴스’라는 것도 긴급할 것이 하나도 없는 ‘계약 수주(受注)’이니 어처구니없다. 그런 소식은 자막으로 내보내고 나중에 정규 뉴스로 다루면 되는 것이 아닌가. 이웃나라에선 몇 만 명이 실종되었다고 하고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할 수도 있는 긴급한 상황이고 BBC와 CNN은 계속 일본 뉴스를 내보내고 있지 아니한가.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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