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숨겨놓은 빚'만 8천억원
다른 건설사들에 대한 불신 증폭, 건설위기 심화 우려
특히 국내 최대건설사인 현대건설에 이처럼 막대한 부실이 은폐돼 있다는 것은 다른 건설사들도 비슷한 상황이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면서 저축은행 연쇄도산 사태로 가뜩이나 깊어진 건설사들에 대한 불신을 한층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1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박동욱 현대차 재무실장을 실사단장으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현대건설 실사를 끝냈다. 실사단에는 현대차 재경본부와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100여 명이 동원됐다. 실사단은 서울 계동 현대건설 본사에서 회계보고서와 수주 계약서 등을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벌였다. 실사에서 미래 회수가 불가능한 미수금과 저가 수주 및 공사비 급증을 주로 봤다.
실사단 고위관계자는 “계약서와 공사 현황, 각종 회계장부에서 발견한 우발채무만 해도 예상보다 컸다”며 “이 상태로 본 계약을 체결하면 인수 후 뒤탈이 커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사단은 ‘채권단과 최종 가격협상에서 부실금액 8천억원 전액을 깎아야 한다’는 내부보고서를 이정대(부회장) 재경본부장에게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대차가 채권단과 맺은 양해각서(MOU)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실사 후 인수대금 조정을 입찰금액의 3% 이내로 한정했다. 이대로라면 입찰금액으로 5조1000억원을 써낸 현대차는 입찰금액의 3%인 1530억원만 깎아 4조9470억원에 인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부실이 큰 만큼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채권단은 기존 안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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