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바벨탑'의 미래는?"
"IMF와 신문, 투기 부추겨", "강남 집 팔고 삼성전자 사는 게 정상"
동양종금증권의 이석진ㆍ김태현 연구원이 7일 보고서 <삼성전자와 강남 부동산>을 통해 던진 화두다.
"부동산 바벨탑의 미래는?"
"부동산 바벨탑"이란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은 올 들어 폭등을 거듭하는 수도권 아파트값에 거품이 잔뜩 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에서도 한국은 군계일학이라 할 정도로 (주가) 만회 폭이 높은데 부동산 가격상승과 상당한 관련이 높다"며 "8월 현재 서울의 평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821만원으로 금융위기 이전 평균가격인 1815만원을 넘어섰고 경기도는 금융위기 이전의 96.5%, 수도권은 98.4% 수준이다. 덕분에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역사적으로 서울 아파트와 코스피지수의 시가총액은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의 경우 주택시장 경기회복은 증시 투자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높다"며 "이는 가구 자산비중 중 주택의 비중이 그만큼 높아 증시 투자심리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 가구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기형적으로 높은 까닭에, 주택경기 회복 여부가 주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인 셈.
"IMF의 이상한 한국 주택가격 분석"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집값에 거품이 없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두 세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IMF와 한국언론이 그들이다.
이들은 우선 <IMF의 이상한 한국 주택가격 분석>이란 장(章)에서 '한국 주택시장은 아시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지만 펀더멘탈 측면에서 그다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8월 21일자 한국과의 연례협의 보고서를 정조준했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 투자에 나서려는 투자자에게는 천군만마 같은 표현이다. 더욱이 한국인에게 IMF는 신뢰의 상징 아닌가?"라며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우선 IMF가 분석틀로 서울 집값이 아닌 전국평균 집값을 사용한 대목을 꼬집었다.
이들은 "한국은 전국평균과 서울의 주택가격 편차가 너무 심해 전국평균보다는 서울을 주택가격 상승의 벤치마크로 써야 타당하다. 한국 정도의 선진경제 문턱에 진입한 국가 또는 선진국 중 수도(최대 도시)의 인구와 경제 비중이 한국만큼 비대한 국가는 없다"며 "도시별 차이가 크지 않은 미국의 경우도 대도시 주택가격지수(케이스-쉴러지수)가 전국 평균가격지수보다 경제와 증시에 미치는 파괴력이 크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IMF 분석을 보면 1999년 이후 아시아 지역의 실질주택 가격상승률 중 가장 높은 순위는 인도이고 그 뒤를 호주와 서울, 뉴질랜드가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보다 경제성장률이 가파른 중국이 뒤를 잇고 있다. 한국 전체상승률은 25%로 아시아 태평양 국가 평균상승률인 31%보다도 오히려 낮다"며 "그러나 서울을 잣대로 할 경우 순위는 서울-싱가포르-대만-홍콩으로 나타난다. 서울의 경우 1999년 이후 60%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다른 비교국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더욱이 이 분석에는 한국이 지난 4월 전월대비 3.5%의 주택가격 하락을 경험했으며 전임정권 시절의 강력한 주택시장 규제책으로 2007년 초부터 가격증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최근 서울 중심으로 부는 주택가격 급등세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어 현 상황에서 리포트 내용의 유효성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주택가격 상승률 역시 국내 자료와 비교해 과소평가된 부분도 지적된다"며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2003년 6월 이후 서울은 50.4% 상승하는 등 전체적으로 28.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IMF의 1999년 이후 25% 상승과 비교하면 IMF 자료가 다소 낮아 보인다"며 IMF가 고의로 수치를 낮춰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론적으로 "IMF의 결론은 펀더멘털과 비교해 적절한 주택가격 수준이며, 주택구입능력지수를 보면 오히려 1990년대 초반보다 주택구입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까지 포함해서 말이다"라며 IMF 최종결론을 지목한 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주택구입능력의 향상보다는 담보 대출금리 및 유동성의 자산시장 유입이 주택시장 강세 주요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최근 신문들, 다시 부동산투기 부추기는 기사 늘고 있어"
이들은 IMF에 이어 한국 신문들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이들은 "최근 신문들을 보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을 부추기는 기사들이 늘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던지, 마지막 기회라든지, 전세값 고공행진에 뒤이은 주택마련 방법이나 임대사업 등의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며 "부동산 불패는 신화를 넘어 신앙수준"이라고 한국 신문들을 꼬집었다.
이들은 "오늘도 신문기사에는 주택물량 부족이 역대 최악이며 전세불안이 2~3년 더 갈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며 "이런 류의 기사들이 빼놓은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가격이 향후 계속 올라간다는 전제이다. 이는 마치 주가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가니 지금 당장 주식을 사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런 부동산 불패신화의 지속은 경제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다. 부디 이성적인 투자의 세계로 돌아와야 한다"며 신문들부터 이성을 되찾을 것을 촉구한 뒤,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한, 인구증가로 인한 개발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한, 수요자의 소득증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토지(부동산)가격은 계속 올라갈 수 없다. 돈을 버는 것은 인간의 아이디어와 자본의 결합이다. 삼성전자가 강남 부동산보다 장기투자에 적합한 이유"라는 주장으로 의미있는 보고서를 끝맺었다.
"해답은 스웨덴에"
이들은 이 과정에 '거품없는 지속가능한 성장'만이 한국증시, 한국경제의 살 길임을 강조하면서 대표적 예로 스웨덴을 꼽았다.
"서구 선진국의 대표주자인 미국과 영국 등이 주택시장 붕괴로 인해 증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데 반해, 스웨덴의 경우는 얕은 주택가격 하락과 함께 증시 역시 리먼사태 이전 단계로 회복했다."
"그에 대한 비결은 부동산시장의 안정에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매해 10~20%에 가까운 주택가격 급등세를 보인 반면, 스웨덴은 5~10% 정도에 머무르면서 자산시장 거품 압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런 덕분에 최근 주택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전체자산 감소가 크지 않아 투자심리가 안정되면서 주가회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과 부동산이 걸어가야 할 길-공존공생의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왜 이들이 거품투성이인 강남 부동산 대신 실적우량주인 삼성전자에 투자하라고 하는 지, 그 답을 알 수 있는 대안 제시였다. 오래간만에 접하는 '소신형 리포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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