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민변, 민중연대, 한국기자협회, 인터넷기자협회 등 14개 단체는 2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 건설노조 파업에 대한 ‘권언경 유착’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포스코와 일부 언론이 손을 잡고 노조에 대한 폭력적인 면만 강조한 보도를 해 포스코 우호 여론을 의도적으로 형성했다”며 “이는 ‘민주적 여론 형성과정의 파괴’이자 더 나아가 민주주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포스코가 7월 7일 작성한 ‘노조명문 약화 활동’ 계획이 10일과 11일 지역언론을 통해 그대로 실행됐고 12일 포스코의 포항시장 면담, 12일 포항시의 ‘대책회의’를 통한 여론 왜곡상황이 계속됐다”며 “일방적인 여론몰이로 근본 문제를 덮어둔 채 노동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가는 것은 사태를 점점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몇몇 언론이 입수해 보도한 ‘건설노조 파업 동향 및 대응 관련 보고’ 문건에 따르면 포스코는 ‘공감대 형성 및 노조명분 약화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지역언론을 통한 우호 여론형성 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 지역언론 통해 파업 정당성 은폐.왜곡"
구체적으로 포스코는 ▲전문건설협의회, 파업부당성에 대한 성명서 지역 조간신문 게재 ▲사설.기고문.기사수첩 등을 통한 우호 여론형성 등의 대응계획을 세웠고 문건의 내용은 농성이 진행되는 시기, 지역언론을 통해 그대로 실행됐다.
또한 포스코는 12일 박승호 포항시장, 13일 지역의 각계 인사들을 만나 파업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고 특히 이 자리에는 KBS포항방송 관계자 2명이 참석해 권언유착의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밖에도 경찰은 포항 형산로에서 벌어진 12일 포항건설노조 결의대회의 실시간 상황을 포스코 측에 전송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전형적인 ‘권.언.경’ 유착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포항건설노조 파업에 대한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 14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뷰스앤뉴스
박현삼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이번 사건에서 언론은 공범이 아니라 주범에 가깝다”며 “광고로 먹고사는 이 땅의 언론들이 언론의 혼을 팔고 사는 추악한 거래를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박 실장은 KBS 포항방송 관계자가 포항시의 대책회의 참석한 것과 관련해 “공영방송 KBS가 기관장 대책회의에 왜 나갔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도대체 누굴 위한 언론이냐”고 비판했다.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도 “KBS포항지국장과 사장이 여론조작 대책회의에 참가해서인지 오늘 이 기자회견에도 KBS는 오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농민 두명을 죽이고 다시 또 노동자까지 죽음에 이르게 할 경찰의 폭력을 이 땅 언론은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가 왜 포항시의 파업대책회의에 참석해야하나"
신태섭 민언련 공동대표는 “언론은 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주장을 했는지 파업 후 어떻게 분쇄되었는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직무유기했다”며 “다시는 이 같이 민주주의와 상식, 진실이 파괴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지역언론과 포스코, 포항시의 3각 유착관계에 대한 진상규명을 지속적으로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변, 민교협 등 30개 시민사회단체도 지난 16일 경찰과의 충돌과정에서 뇌사 상태에 빠진 하중근씨와 관련 공동대책위를 결성하고 폭력진압에 대한 자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노조도 27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포스코 점거사태, 언론보도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12일 진행된 민주노총 포항지역 결의대회의 일일 진행상황을 7차례에 걸쳐 포스코 측에 넘겨준 포항 북부경찰서 소속 정보관 최모 경사(43)를 26일 직위해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