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 세이커스의 간판 포워드로서 고려대 재학시절부터 파워 넘치는 플레이로 '한국의 찰스 바클리'라는 찬사를 들어온 현주엽이 올해도 서울삼성에게 6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챔피언 반지를 거머쥐는 데 실패했다.
'한국의 찰스 바클리'라는 별명이 과거 현주엽이 지닌 최고의 기량을 대변해 주는 별명이었다면, 이제 이 별명은 현주엽에게 반복되는 '무관(無冠)'의 불운을 대변해 주는 의미로 변해가고 있다.
현주엽은 기량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파워포워드이자 올라운드 플레이어.
외국인 선수와 대등한 매치업이 될 정도의 당당한 신체조건(195cm, 110kg)을 바탕으로 펼치는 파워 넘치는 수비와 골밑 플레이는 바클리와 흡사하며, '포인트 포워드'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의 어시스트 능력과 고감도의 외곽슈팅 능력은 바클리보다 더 다양한 능력을 지닌 선수라는 평가를 가능케 하고 있다.
찰스 바클리, NBA 통산 득점-리바운드 '더블-더블'. 단 한차례 우승경력도 없어
바클리는 1990년대 초반 마이클 조던과 함께 미국 NBA를 대표했던 파워포워드. 신장 198cm, 몸무게 110kg의 평균적인 NBA의 파워포워드들의 신체조건보다 월등히 열세인 신체조건에도 불구하고 패트릭 유잉, 하킴 올라주원, 데이비드 로빈슨 등 당대 최고의 센터들과의 골밑 경합에서 결코 밀리지 않으며 수비, 리바운드, 득점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투박하지만 파워 넘치고, 그 가운데 정확성까지 갖춘 플레이. 그것이 '바클리 스타일' 이었고, 특히 골밑에서 상대 센터들과 파워 넘치는 몸싸움을 펼치며 공격 리바운드를 따낸 이후 아무렇지도 않게 득점을 올리는 모습은 바클리의 전매특허와도 같았다.
그 결과 바클리는 17년간의 NBA 통산 평균 리바운드 11.70개, 평균 득점 22.1점으로 '더블 더블'을 기록하는 놀라운 업적을 남겼고, 은퇴 이후인 지난 2006년에는 N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이렇듯 최고의 기량을 지닌 바클리였지만 그가 지난 1984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서 NBA에 데뷔, 피닉스 선즈(1992-1996)를 거쳐 2000년 휴스턴 로케츠에서 은퇴하기 까지 단 한 개의 챔피언 반지도 가지지 못한 '무관의 제왕'이라는 점은 그에게 유일하고 치명적인 경력상의 오점으로 남았다.
현주엽, 플레이 스타일, 신체조건 등 바클리와 유사. '무관' 불운까지?
지난 1일 서울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또 다시 우승의 꿈을 내년으로 미룬 '한국의 찰스 바클리' 청원LG의 현주엽 ⓒ연합뉴스
프로 11년차 현주엽도 바클리와 마찬가지로 현재 '무관'의 불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98-1999 시즌 프로에 데뷔한 현주엽은 플레이오프에 처음 나선 것이 2004-2005 시즌이었을 정도로 생애 첫 플레이오프 출전이 늦었을 뿐 아니라 프로에서 이번 시즌까지 10시즌을 활약했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이번 시즌 삼성과 맞붙은 6강 플레이오프가 세 번째일 정도로 그동안 플레이오프와는 인연이 없었다.
전희철(서울SK), 김병철(대구오리온스), 서장훈(전주KCC), 우지원(울산모비스), 이상민(서울삼성) 등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던 동료들이나 맞수 연세대학교 출신의 선수들이 최소 한 차례 이상 프로농구 챔피언 자리에 오른 경험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주엽은 그 자신의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이번 6강 플레이오프 탈락까지 합쳐 10시즌째 '무관'에 머물게 됐다.
지난 1일 삼성과의 2007-2008 시즌 6강 플레이오프 패배로 현주엽은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1975년생인 현주엽의 올해 나이는 우리 나이로 34살. 현재 현주엽의 적지 않은 나이와 오랜기간 고생해온 무릎부상을 감안할때 그가 언제까지 현역에서 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