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주가가 폭락해 1,800마저 위협받고 금리는 연일 급등하고 원화가치도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총체적 패닉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IMF사태 10주년'을 맞아 한국경제가 잇따른 국내외 악재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루는 양상이다.
주가 폭락, 1800선도 위태
2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5.25포인트(3.49%) 폭락한 1,806.99에 거래를 마감됐다.
이날 주가 폭락의 주범은 프로그램 차익 매물이었다. 이날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거래 순매도만 8천707억원에 이르는 등 총 8천849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 사상 최대의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향후 한국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얘기.
또한 외국인과 기관도 각각 506억원, 5천198억원 어치를 순매도, 개인이 3천98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폭락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면서 증권(-6.65%), 보험(-6.16%), 금융(-5.38%), 은행(-4.79%) 등 금융업종이 일제히 급락했다. 그동안 증시를 주도해온 미래에셋증권이 12.20%나 폭락했고, 한화증권과 현대증권, SK증권이 각각 10.38%, 7.79%, 7.25% 떨어지는 등 증권 보통주는 모두 하락했다.
보험주 역시 롯데로의 M&A설이 나돌고 있는 대한화재(2.74%)를 제외하고 흥국쌍용화재(-8.83%), 한화손해보험(-8.75%), 삼성화재(-7.69%) 등이 급락했다.
은행주 역시 충당금 강화 여파로 기업은행(-6.07%)를 선두로 대구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전북은행 등이 모두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한국 간판기업들인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예외없이 약세여서 삼성전자가 3.01% 내리며 51만원대로 밀려나는 등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국전력, SK텔레콤, LG필립스LCD 등이 모두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 대비 12.14포인트(1.64%) 내린 727.33으로 거래를 마쳤다.
21일 증시는 떨어지는 종목들로 파랗게 물들었다. 새로운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연합뉴스 금리는 계속 급등, 원화는 휴지값
주가는 폭락한 반면, 금리는 급등하고 원화는 계속 헐값으로 떨어졌다.
증시로의 자금이탈 등에 따른 은행권의 자금 부족 등으로 금리는 21일 열흘 연속 상승했다. 전날 3년4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61%로 전날보다 9bp(0.09%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 철수하는 동시에 앤케리트레이드 청산까지 가세하면서 달러화 수요가 치솟으면서 원화환율은 두달만에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역외의 적극적인 달러 매수로 달러/원 환율은 927원대를 기록중이다.
엔캐리 청산 움직임으로 달러/엔 환율이 108엔대로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계속 약세를 보인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경제가 미국경제보다 취약하게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국제환경 악화에 국내 거품파열 공포 확산
21일 금융 패닉의 원인은 외형적으론 미국-중국발 악재 탓으로 보인다.
미국경제가 부동산거품 파열로 금융-실물경제 타격이 심화되는 데다가 '100달러 시대' 진입을 앞두고 있는 고유가로 저성장-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한 데다가, 그 여파로 중국경제도 초고속성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부동산-주식으로 대표되는 자산거품이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전세계 주가가 동반급락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 내적 요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10만채를 넘어서면서 연말 '부도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공포가 급속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도대란이 발생할 경우 제2금융권에 치명적 타격이 가해지면서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에 패닉적 충격이 가해지고, 실업이 급증하고 소비가 급감하며 카드 부실이 다시 증가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