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새만금공항 건설 중단하라. 조류 충돌 위험 축소"
작년 여객기 참사 언급 "조류충돌 위험성 국내 어느 공항보다 높아"
지난 2022년 9월 사업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 제기된 지 3년 만에 나온 법원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행동(공동행동) 소속 시민 1천297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11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체 원고 중 3명에 대해서만 법률상 소음 지원 대책 범위에 해당하는 지역에 거주한다며 원고 적격(행정소송을 낼 자격)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새만금 국제공항 계획타당성 단계에서 입지를 선정하면서 조류 충돌 위험성을 비교 검토하지 않은 점,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기본계획은 이익형량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해 계획 재량을 일탈했기 때문에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업 진행으로 인한 공익과 이로 인한 피해 등 공·사익을 비교해 저울질하는 이익 비교 형량을 해볼 때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국토부는 전략영향환경평가의 보완 단계에서 이 사건 사업부지의 조류 충돌 위험을 평가한 결과 현재 운영 중인 공항과 신규로 검토되는 공항 모두에서 그 위험성이 국내 어느 공항보다 높다고 나왔음에도 평가 모델을 일관성 없이 적용하거나 평가 대상 지역을 축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실제로 유사한 환경의 무안국제공항의 사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지만, 해당 공항에서는 여객기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지난해 12월 발생한 여객기 참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는 입지 변경이 불가능하고, 조류를 보호하면서 실효성 있는 충돌 위험 저감 방안 마련도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운항 안전성에 대한 검토와 이익형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공항 건설이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부지는 풍부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고, 다수 멸종위기종 동물 등 다양한 개체군이 풍부하게 발견된다"며 "신공항 건설이 생태계를 훼손하는 결과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전문가 조사 등으로 인정되고, 국토부도 이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국토부는 기본계획까지 충분한 검토와 조사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후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효과적인 계획이 나오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공익이 침해되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조류 충돌 위험을 축소 평가하고 입지 선정 절차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환경파괴 영향을 축소·부실 검토했고 멸종위기종 및 생태계 훼손 저감 방안이 마련 가능하다는 근거 없는 전제에서 비롯된 결론"이라며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방청석에서 공동행동 관계자 등의 환호성과 울음이 교차하자 재판장은 "여러분의 평화를 위해 저희가 항상 정당하고 객관적인 (판결을 하려 한다)"며 "절대로 어떤 선을 넘지 않고 정해진 규칙과 서로에 대한 배려 속에서 절차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전북특별자치도 새만금 지역 부지 3백40만㎡에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등을 짓는 사업이다.
지난 2022년 6월 국토부가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하자 공동행동은 같은 해 9월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공동행동과 환경단체들은 이날 소송이 끝난 뒤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제동을 거는 사법부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지 않은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기후생태 붕괴를 가속하는 정부의 '생태학살' 사업들을 중단시킬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국토부는 항소하지 말고 기후생태 붕괴를 직시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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