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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무시해라. 문제 하나 더 맞히는 게 나아”

외고 등 특목고 입시설명회에서부터 '사교육 부채질'

국회 교육위의 27일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는 난데없는 입시설명회 동영상물이 상영됐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지난 8월 실시된 서울지역 H외고의 입시설명회 녹화본을 이 날 국감장에서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위원들 앞에서 소개했다.

외고, 사실상 본고사 치르며 교육청 지침 사항 비웃어...

해당 입시설명회 동영상에서 H외고 관계자는 “교육부가 내놓은 서울대-연대-고대 등 명문 3개 대학입학자 출신 고등학교 학생수 숫자”라며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통계표를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바로 00외고 졸업생 3명중 2명이 서울대-연대-고대를 갔다”며 “바로 00외고-서울대 루트가 만들어졌다. 제가 생각하는 바로는 이제 우리나라의 엘리트 코스는 바로 우리학교”라고 자랑했다.

더 나아가 이 학교 관계자는 H외고 입학전형 자료를 설명하며 “일반전형은 교과내신 3백점에 영어성적과 면접 등 모두 4백50점이 배점인데, 여기서 교과내신 3백점은 거의 무시해도 된다”고 밝혔다.

그는 “내신보다 시험 당일 날, 한 문제를 더 맞히는것이 그동안의 내신성적을 만회하는 것”이라며 내신 무용론을 펴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서울지역 6개 외국어고등학교의 입학시험 시 지필고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H외고와 같은 서울지역 외고들은 이를 비웃기나 하듯 버젓이 입시설명회에서 지필고사를 기정 사실화하며 아예 내신을 무시하라는 진학지도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정 의원은 “서울시 교육청이 이처럼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사운영에 대해 외고 본연의 목적대로 운영되도록 강력한 행정지도를 해야 함에도, 주의나 경고에 그침으로써 학사파행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시교육청을 비판했다.

로스쿨-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준비까지 독려하는 ‘외고 입시설명회’

그러나 이같은 파행적인 외고 입시설명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본지가 외고 등 특목고 입시 대비 사이트들에 올라와 있는 각종 특목고 입시설명회 동영상들을 확인해 본 결과, 해당 입시설명회를 주관하던 특목고 관계자들의 입에서는 H외고 사례와 유사한 입시설명을 하고 있었다.

모 외고 관계자는 입시설명회를 통해 “앞으로 대학들이 전문대학원 체제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이런 전문대학원 진학 할 때도 우리같은 외고가 특별히 유리하다”고 선전했다.

그는 “전문대학원 전형의 핵심은 하나는 외국어 시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대학내신과 적성검사”라며 “우리같은 외고 출신 학생들은 대학에서도 학점을 받는데 상당히 유리하다”고 밝히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학 진학시 외국어학과로 진학하면 특별히 학점을 잘 받을 것”이라며 “그래서 본교에서는 동일계(외국어학과) 전형을 앞으로 30% 가까이 높이기 위해 진학지도에 신경쓸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었다.

언론-학원-학교, 사교육 부채질 ‘삼위일체’?

이처럼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가 입시설명회에서부터 벌써 과열경쟁과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사교육 시장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언론과 학원도 자유롭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모 일간신문사와 공동주최한 외고 입시설명회에서는 명문대를 진학하기 위해서는 외고에 들어와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각종 언론사들은 외고 입시설명회 광고를 교육지면 하단에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 언론들은 아예 특정 외국어고등학교 등과 공동으로 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행 법은 사교육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학원과 학교가 공동으로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해당 학교들은 언론사라는 우회로를 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공동으로 주최된 입시설명회에서는 거의 대부분 해당 신문사가 쓴 해당 학교 홍보기사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소개되고 있었다.

입시학원들이나 입시사이트 등도 입시 설명자료를 바탕으로 강의교재를 선전하고 수강생들을 모집하는 등 '입시장사'에 나서고 있었다. 한 입시전문 사이트는 “특목고별로 입시지도와 수강 계획을 짠다”며 “해당학교와 긴밀히 연계해 입시정보를 교환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었다.

정 의원은 이 날 국감에서 “외고 정책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이것이 서울지역 6개 외국고등학교가 대한민국 13조원 사교육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범”이라고 서울시교육청을 질타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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