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MB 특명' 묵살? "약사들, 걱정말라"
지역구 약사모임에 나가 MB의 '일반약품 편의점 판매' 일축
이 대통령의 물음은 감기약 등 의사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을 슈퍼마켓 등 편의점에서 팔도록 하라는 지시로 받아들여졌고, 그후 뜨거운 논쟁이 불붙었다.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약사회만 강력 반발한 반면, 제약업계와 의사, 시민사회단체들은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한국소비자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 편의점 판매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세간에선 "이 대통령이 모처럼 피부에 와닿는 지시를 내렸다"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진수희 장관이 자신의 지역구(성동갑)인 성동구약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약사들에게 "걱정 말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진 장관은 현재 한나라당 의원직을 겸직하고 있다.
13일 <머니투데이><서울경제> 등에 따르면 진 장관은 지난 11일 저녁 서울시 성동구약사회 제54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행한 축사에서 "(작년 말 업무보고때)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있었지만 항간에 기사화되고 알려진 것과는 매우 다른 맥락"이라며 "(약사들이) 크게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또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언론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이 문제에 대해 (내 자신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잘 알 것"이라면서 "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의약품 오남용을 이유로,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그러면서도 국민 반발을 의식한듯 "한 가지 국민이 불편해하는 부분에 대해 여러분들이 노력해달라. 약사회가 좀 더 국민의 접근성과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묘안을 짜달라"고 당부했다.
양호 성동구약사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진 장관 발언에 대해 "진 장관이 악천후에도 직접 참석해 지역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며 "장관으로서 약사들의 직능을 인정해주는 소신발언을 했다"고 극찬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도 "지역구 행사이긴 하지만 꼭 가야하는 자리도 아닌데 진 장관이 직접 참석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청와대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냐"며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큰 힘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무부처 장관이 지역구 보건의료단체에 참석해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극히 드문 일이어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장관직을 이용해 지역구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의 특명을 주무장관이 묵살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앞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도 11일자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약사들이 수십 년 동안 독점적 이익을 누려왔으니 이제는 좀 양보를 해야 한다. 소화제, 드링크류는 약국 외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이상하다. 20여 개 시민단체도 이제 이를 허용하라고 나서고 있다"며 "국민이 자기 건강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 필요하며 산업 진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가격 인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며 일반의약품 판매 자유화를 전폭 지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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