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는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 노 전 대통령의 묘소 앞에서 사죄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끝내 차명계좌 발언을 백지화하지 않았다.

조 내정자는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 인사청문회에 출석, "진정으로 사과한다면 노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할 의사가 있느냐"는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질문에 "그럴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차명계좌 존재 여부에 대해선 "경찰 지휘요원들을 상대로 얘기한 게 이렇게 큰 논란을 일으켰는데, 제가 더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느냐"며 끝내 확답을 피했다.

그는 그러면서 "차명계좌 발언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어떤 태도로 임하겠느냐"는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의 질문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유족들 이해를 구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이해 구하기가) 제대로 안돼 검찰 수사로 가게 되면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내정자가 끝내 차명계좌 존재 여부에 대한 즉답을 피하며 고개만 숙이자,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격노하며 "내정자가 대답을 하지 않는 이런 청문회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질타하기도 했으나 조 내정자는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조 내정자의 사과는 참으로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허울 좋은 ‘청문회 면피용 사과’에 불과하다"며 "조 내정자는 사과 한마디면 자신의 잘못이 세탁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인가. 고인에 대한 의혹을 던져놓고 분명한 대답조차 않는 것은 고인을 또 한 번 욕보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없다' '있다'도 밝히지 못하는 조현오 내정자는 15만명 경찰의 수장으로 자격이 없다"며 거듭 자진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