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참패! 'MB 독주기관차' 급제동
4대강사업 등 강행시 '레임덕' 자초, 국정기조 싹 바꿔야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TK)과 부산, 울산 등 영남권 4곳과 경기도 한곳에서만 이겼을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참패, 왜소한 'TK정권'으로 쪼그라들면서 사실상 지방권력을 야권에 반납했다.
특히 전국 경제력과 영향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 선거에서 대부분의 서울 구청장을 상실하는 등 사실상 참패하고 경기도-인천의 기초단체장 다수를 민주당에 빼앗기면서, 그동안 '수도권 정당'을 자처해온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사실상 권력중심 기반이 붕괴됐다.
이번 지방선거 참패는 향후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식 국정운영에 급제동을 거는 동시에, 한나라당 장악력도 급속 약화시킬 전망이다.
우선 이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사업과 세종시 수정, 그리고 7월부터 추진하려는 개헌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세종시 수정은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의 무서운 분노가 표출되면서 한나라당내 당론 변경조차 불가능해져 사실상 물 건너갔다. '박근혜 배제' 목적으로 추진하려던 이원집정부제 또는 내각제로의 개헌 시도 역시 분당을 각오하지 않는 한,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을 분위기다.
최대 관심사는 4대강사업을 계속 강행할 것인지 여부. 이 대통령은 다른 것은 몰라도 4대강사업은 밀어붙일 기세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참패한 최대 요인으로 4대강사업이 꼽히고, 한기총 등 일부 친MB 개신교세력을 제외한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등 대다수 종단이 강력 반대하고 있는 4대강사업을 강행하려 할 경우 이 대통령은 앞으로 더욱 벼랑끝에 몰리면서 급속한 레임덕을 자초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문수스님 소신공양후 4대 종단 및 환경단체 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이런 관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각에선 "4대강사업을 계속 밀어붙이려 할 경우 촛불시위 이상의 극심한 갈등도 예상된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한나라당 장악 또한 급속 약화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정두언, 정병국 등 친이직계가 주도했다. 승리를 거뒀다면 친이계 목소리는 높아지고, 반면에 친박계는 벼랑끝에 몰렸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 참패하면서 정반대 후폭풍이 예상된다. 친이계는 할 말이 없어지고, 정몽준 대표체제는 붕괴될 것이다. 7월 재보선 출마를 꿈꿔온 이재오 전 의원의 행보에도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더 심각한 것은 수도권을 주된 기반으로 하는 친이계의 대동요다. 이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이러다가 다음 총선에서 몰살 당하는 게 아니냐"는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대참패하면서 친이계 의원들도 다음 총선에서 대거 몰락하는 게 아니냐는 공포의 확산이다. 자신의 재선을 최우선시하는 의원의 속성상, 생존을 위한 이동도 예상된다. 이 과정에 한나라당내 극한 권력투쟁도 전개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렇듯 집권 중반을 막 넘긴 시점에서 치명적 중간평가를 받았다. 아직까지 2년 반의 재임기간이 남아 있다. 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무난한 국정운영을 하려면 국정운영 기조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애매모호한 '중도실용' 구호 갖고는 더이상 통하지 않음이 이번 선거를 통해 입증됐다.
지금까지의 일방주의적 밀어붙이기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소통을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단행, YES맨들 대신 민심을 중시하고 능력있는 당정청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레임덕을 최소화하는 길일 거다. 만약 그렇지 않고 '근소한 차이로 졌을 뿐 참패는 아니다'라는 식의 궤변을 앞세워 밀어붙이기 국정운영을 계속하려 한다면, "의외로 레임덕이 급속히 올 수도 있다"는 한 정치원로의 경고성 전망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이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귀를 열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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