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아무리 정부가 고용한 '총잡이'라지만"
4대강 국민소송 재판 막 올려. 정부, 율촌 등 매머드변호인단 꾸려
이날 오후 서울행정법원에서는 4대강 소송 중 하나인 한강 소송에 대한 첫 공판이 있었다.
지난달 26일, '4대강사업 위헌ㆍ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행정소송 및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서울행정법원, 부산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등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인 4곳의 관할 법원에 접수한 뒤 처음으로 열린 재판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 조성오 변호사 등 국민소송단에 맞서, 정부가 대형로펌인 율촌의 변호사를 비롯해 10명이 넘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는 것. 거액의 국민세금이 4대강 사업 강행을 위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상돈 교수가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재판 진행 보고문에 따르면, 국민소송단에선 조성오 변호사가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 위반에 대해 변론을 했고, 정부 변호인단은 소송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원고 적격에 대한 항변을 했다.
특히 정부 변호인단은 "국가재정법에 의한 예비타당성 조사는 정부 자체에 대한 내부적 절차이기 때문에 그것을 하고 안하고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는 것"이며 "하천법에 규정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비구속적 계획이라서 공사시행계획을 기속하지 않는다"며, 4대강 사업에 위법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상돈 교수는 이에 대해 글을 통해 "정부측 주장은 참으로 기이한 이론이 아닐 수 없다"며, 우선 예비타당성 조사를 안했어도 소송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명하는 국가재정법을 제정한 국회가 겨우 행정부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준칙을 정했다는 말인데, 법과대학 학생이 들어도 웃을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또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비구속적 계획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라며 "우리 하천법은 하천기본계획이 유역치수계획에 근거해야 하고, 유역치수계획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근거해야 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 변호단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또 "지난 국회 국정감사 때 이 부분을 따진 민주당 조정식 의원의 질문에 대해 국토해양부 국장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수정하지 않는 것이 잘못임을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호사란 의뢰인이 고용한 ‘총잡이’(‘hired gun’)이기 때문에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고용한 의뢰인을 대변한다고 해도 이런 해석은 지나치다"며 "이런 논리에 의하면 국회가 어렵게 통과시킨 우리나라 법률의 대부분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준칙에 불과한 셈이니, 엄청난 ‘국회모독’이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다음은 이상돈 교수의 글 전문.
‘4대강 소송’ 법정 소식 (1)
어제(12월 18일 금요일) 오후 4시 서울행정법원(서초동 소재) 200호 법정에서 4대강 소송의 하나인 한강 소송에 대한 첫 공판이 있었다. 피고(국토해양부 장관)측에서 답변서를 미리 내지 않은 상태에서 첫 기일이 잡힌 것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재판부는 제6부 합의체였다. 사안은 공사중지신청에 관한 것이어서 위법성 여부를 다투는 본안 사건과는 달리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있느냐가 중요한 쟁점이다. 재판장도 이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피해’ 여부를 ‘위법성’ 여부와 분리해서 볼 수 없는 것이 이런 사건의 특성이다.
행정소송은 정부를 피고로 한 소송이다. 정부 기관은 변호사 예산이 충분치 않아서 정부가 이길 수 있는 사건도 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정부가 선임한 변호사가 대형 로펌인 율촌의 변호사 등 열 명이 넘었다. 정부가 이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 알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사실 이 소송은 정권의 ‘아킬레스 건(腱)’을 겨눈 것이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재판정에서는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우리측에선 조성오 변호사가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 위반에 대해 변론을 했다. 피고측(정부)은 소송 당사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원고 적격에 대한 항변을 하고 법적 쟁점에 대해 변론을 했다.
환경소송에서 원고 적격에 대한 시비가 붙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피고측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것과 하천법상의 계획절차를 위반한 데 대해 도대체 어떻게 주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피고측 변호사의 주장은 대략 이러했다. 국가재정법에 의한 예비타당성 조사는 정부 자체에 대한 내부적 절차이기 때문에 그것을 하고 안하고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는 것이고, 하천법에 규정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비구속적 계획이라서 공사시행계획을 기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측 주장은 참으로 기이한 이론이 아닐 수 없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정부 자체의 내부적 지침이라면 그것은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시(告示)로 정하면 되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명하는 국가재정법을 제정한 국회가 겨우 행정부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준칙을 정했다는 말인데, 법과대학 학생이 들어도 웃을 일이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비구속적 계획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우리 하천법은 하천기본계획이 유역치수계획에 근거해야 하고, 유역치수계획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근거해야 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하천법의 이 조항도 행정청이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단순한 권고라는 주장이다. 행정절차법은 정부의 계획도 입법예고절차를 따라 사전에 예고하도록 하고 있다. 행정부가 따라도 되고 따르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계획을 세우는데 무엇 때문에 예고를 한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또한 지난 국회 국정감사 때 이 부분을 따진 민주당 조정식 의원의 질문에 대해 국토해양부 국장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수정하지 않는 것이 잘못임을 인정한 바 있다.
변호사란 의뢰인이 고용한 ‘총잡이’(‘hired gun’)이기 때문에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고용한 의뢰인을 대변한다고 해도 이런 해석은 지나치다. 이런 논리에 의하면 국회가 어렵게 통과시킨 우리나라 법률의 대부분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준칙에 불과한 셈이니, 엄청난 ‘국회모독’이 아닐 수 없다.
1969년 말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The National Environmental Policy Act)를 통과시켰고, 닉슨 대통령은 이에 서명했다. 환경영향평가를 도입한 이 획기적인 법률은 추상적 문구로 이루어져 있어서 당시에는 그다지 실효성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이 법률에 관한 최초의 연방법원 판결은 유명한 캘버트 클리프 사건(1971년)이었다. 이 판결에서 연방항소법원 판사인 스켈리 라이트(J. Skelly Wright)는 “의회가 국가환경정책법을 제정할 때 ‘종이호랑이(paper tiger)’를 만든 것이 아니다”고 하면서, “정부는 이 법이 명하는 실체적 절차적 의무를 준수해야 할 것”이며 “법원은 이를 엄격히 심사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가이드라인 정도로 치부하는 정부측 변호사들이 되새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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