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성남일화 구단이 김학범 전 감독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사령탑 자리에 신태용 감독대행을 선임했다.
지난 1일 신 감독의 선임이 발표되자 전문가들은 물론 팬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비록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기는 했으나 그가 성남의 '레전드'로서 창단 20년만에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감독이 됐다는 점도 놀랍고, 무엇보다도 그가 감독으로서의 경험이 전무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신 감독은 1992년 성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 13시즌 동안 성남에서 뛴 ‘골수’ 성남맨으로서 신인왕은 물론 1996년 18골(24경기)로 득점왕에 올랐으며 K-리그 최우수선수에 두 차례나 선정되는 등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내며 401경기에 출장, 99골-68도움을 기록했다.
이처럼 신 감독의 화려한 선수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감독 경험이 전무하다. 프로팀 감독의 자격요건인 지도자 1급 라이선스도 내년 시즌 개막 2개월 전인 1월에나 취득하게 된다. 그야말로 초보 중의 초보 감독이 K-리그 최고 명문 구단의 감독이 되는 셈이다.
이와 같이 감독으로서 실전에서 선수들을 지휘해 본 경력이 없는 신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결정한데 대해 박규남 성남 사장은 “신 감독대행은 13년 동안 성남 선수로 팀에 헌신했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성남을 대표해온 스타를 뒤늦게나마 감독으로 예우할 수 있어 다행스럽다. 다른 팀 지도자들에 비해 젊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신 감독의 선임에 대한 여러 해석 가운데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의견은 역시 그가 성남의 '레전드'로서 경기력 이외에 '팀 스피릿'을 일깨울 수 있는 인물라는 점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성남 선수 가운데서는 드물게 13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성남의 유니폼만을 입고 활약하며 영광의 시간을 보낸 그가 지난 2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서 실패를 맛보며 상처를 입은 성남을 추스릴 수 있는 팀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 줄 적임자로 지목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2006 독일월드컵 8강에서 탈락한 브라질이 새 사령탑에 둥가 감독을 앉혔을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일천한 지도자 경력과 다소 독선적인 성격을 문제 삼으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둥가 감독은 세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팀을 연승행진으로 이끌며 코파 아메리카 우승까지 일궈냈다.
전문가들은 둥가 감독이 브라질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 이전에 선수들에게 브라질 축구와 브라질 대표팀에 대한 정신을 살려냈다는데 높은 점수를 줬고, 이 점이 감독 경험이 없는 그가 브라질 대표팀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고 분석했다.
신태용 감독에게는 내년 시즌 성남을 새로운 팀으로 재탄생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그가 성남 선수들의 대선배로서 침체에 빠진 팀 분위기를 추스리는데 있어 브라질이 누렸던 '둥가 효과'와 같이 성남에도 '신태용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프로축구 K-리그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 대행이 1일 오후 성남구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