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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 월드컵 즐기고 있나?

2002년에 비해 과중해진 성적부담에 심리적 압박감 커

월드컵 4강진출의 신화를 이루어냈던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 대표팀을 이끌던 히딩크 감독이 언론과의 인터뷰때마다 자주 사용하던 표현이 있었다. 바로 "경기를 즐기겠다"는 내용의 발언이 그것이었다.

물론 우리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하는 심리적인 압박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세계 최고수준의 선수들과의 멋진 경기를 펼치며 그 경기자체를 즐기다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히딩크 감독의 철학이 담긴 표현이었다.

훗날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한 이영표도 그 영향을 받았는지 인터뷰에서 자주 "경기를 즐기려고 노력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표팀 부진한 평가전 내용으로 인해 심리적 여유 잃은 모습

2002년 월드컵으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우리 대표팀에 쏠려있는 관심은 4년전의 그것 이상이다. 선수들이나 코칭스템이 기자회견장에서 또는 훈련장에서 내뱉는 멘트 한마디 한마디는 그 자체가 바로 뉴스가 되고있다. '말의 홍수'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만큼 4년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선수들도 코칭스텝도 엄청난 양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의 홍수' 속 어디에도 "경기를 즐기겠다"는 표현을 찾아보긴 힘들다. 아드보카트 감독을 위시한 우리 대표팀 전체가 어떤 거대한 힘에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자회견에서 선수단이 쏟아내는 발언의 내용은 '16강진출'과 '예선경기 필승의 다짐'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전초기지인 스코틀랜드로 출정한 이후 지난 2일(한국시간) 노르웨이 평가전(0-0 무승부)과 지난 4일 가나와의 평가전(1-3 패)을 거치면서 국내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비판적인 평가가 이어지자 점점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히딩크 감독이 '오대영'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국내 축구팬들과 언론으로부터 직간접적인 퇴진압력에 시달리던 시기에도 대표팀내부적으로는 오히려 더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던 4년전과는 분명 차이가 나는 모습이다.

토고전 승리를 통해 자신감, 경기 즐기는 여유 회복해야

물론 그 원인을 단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시간의 문제일것이다.

히딩크 감독의 치밀한 계획하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월드컵을 준비했던 4년전에는 선수단 전체가 스스로에게 좋은 결과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내부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촉박한 시간안에 손발을 맞춰 4년전의 성과에 준하는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지금의 대표팀은 아무래도 심리적 여유라는 측면에서 4년전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02년에 비해 우리 대표선수들의 말솜씨는 늘었을지언정 심리적인 여유까지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유럽의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월드컵이라는 존재가 선수에게 주는 압박감은 특별하다.

4년전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개막직전 세계최강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상대로 평가전을 가졌고, 그 경기에서 대등한 경기력을 발휘하며 스스로에게 자심감을 가질 수 있었고 그와 함께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찾았다. 그러나 지금은 평가전이 모두 끝난 상태다. 그것도 노르웨이와 가나를 차례로 상대해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우리 대표팀은 조별예선 첫 경기인 토고전 승리를 통해 자신감과 여유를 회복해야하는 상황이다. 우리 대표팀으로서는 홈에서 열리는 대회가 아니란 점 이외에 이런 심리적 요인까지도 4년전과 비교해볼때 분명 불리한 상황이다.

지난 4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국가대표 축구팀 ⓒ 연합뉴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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