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원장들은 12일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강행 처리하려는 사법개혁안에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전국 법원장급 42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는 7시간 25분 뒤인 오후 9시 25분 종료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자유로운 논의를 보장하기 위해 불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법관 30명 증원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 제도 개편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 수색 영장 사전 심문제 도입 등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 개혁 5대 의제와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법원장들은 마라톤 회의후 공동명의 입장문을 통해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라며 "국민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돼야 하며, 이를 위해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히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인사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므로, 그 개선 논의에 있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통해서만 존립 가능하므로,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이에 사법부는 사법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회와 정부, 국민과의 소통에 열린 자세로 임하는 한편,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위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장들은 민주당 사법개혁안 5대 의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대법관을 현 14명에서 최대 30명으로 대폭 늘리려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충분한 숙고 없이 진행돼 사실심(1·2심)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며 "사실심 강화가 우선 과제임을 공감하고 대법관 증원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늘리더라도 4명 정도 증원이 적당하다는 구체적 주장도 나왔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법원행정처장을 빼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넣겠다는 대법관추천위원회 변경에 대해서도 위원회 구성 방식이나 인원에 따라 사법권 독립이 침해될 여지가 있어 우려를 표하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회 추천 인사가 법관 평가에 관여하게 하는 법관평가제도 개편에 대해선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 혹은 위헌성 소지 등 현재 발의된 법률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외부의 부당한 개입에 대하여는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지키되, 국민의 목소리를 적정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사법행정권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현재 소속 법원장들이 맡고 있는 법관 평가를 국회와 법률가단체가 각각 5명씩 추천한 외부위원과 법원 내부 구성원 5명이 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사법권 독립 침해 및 위헌성 소지를 이유로 우려를 표했다.

하급심 판결서 공개 확대나 사전심문제 도입에 대해선 “국민의 기본권 구현에 도움이 되는 개편안에 공감하며 다만 그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위한 검토도 아울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뭐가 위헌이냐”고 질타한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전국법원장들이 이처럼 민주당이 이달 중 강행하려는 사법개혁안에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사법개혁을 둘러싼 사법부와 정부여당간 전면전이 시작된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