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자 부모들, 찬바닥서 '무기한 단식' 돌입
"너무 많이 죽고 있다", "살아 내 발로 안가겠다". 민주당은 만만디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어제가 용균이 얼굴을 못 본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며 "용균이로 인해 만들어진 산안법으로는 계속되는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변한 게 없다. 매일같이 용균이처럼 끼어서 죽고, 태규처럼 떨어져 죽고, 불에 타서 수십 명씩 죽고, 질식해서 죽고, 감전돼서 죽고, 과로로 죽고,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화학약품에 중독돼서 죽는다. 너무 많이 죽고 있다. 제발 그만 좀 죽었으면 좋겠다. 보고 있기가 너무 괴롭다"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좀 만들어달라고, 정부와 국회가 안전을 책임져서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국회에서 7일부터 노숙농성을 했다. 국회의원들에게 법 좀 만들어달라고 허리 숙여 간절히 얘기도 했다. 그러다가 때로는 들리지 않을 것 같아 소리 높여 답답한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아직 논의도 안하고 있다니 너무도 애가 타고 답답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어머니는 "그래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마지막 선택을 했다"며 "저는 평생 밥을 굶어본 적이 없어, 무섭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자신을 갉아먹는 투쟁방법을 다른 사람들이 단식을 하는 것도 따라다니며 뜯어말리고 싶었는데 이제 저 스스로 택한다"며 무기한 단식 돌입을 선언했다.
이어 "나의 절박함으로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제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법이 제대로 만들어질 때까지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단식을 할 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될 때까지 잘 버텨보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도 "많은 유가족들은 생업마저도 포기하고 오늘도 진상규명을 위해 울부짖고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기업은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유가족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며 "이런 참극이 하루에 6~7명씩 수십 년간 지속되었는데 정부와 국회는 방치해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와 유가족은 일터에서 가족을 잃는 참극을 멈추게 하기위해 10만 국민의 동의를 얻어 법안을 발의했다"며 "정기국회에서 수많은 법안이 통과됐으나 저희가 제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분노했다.
아버지는 "모든 삶이 부서져버린 저희와 같은 가족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나라, 일하러 갔다가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계속되는 죽음을 보며 계속 고통 받지 않기 위해, 그래서 저희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한다"며 "오늘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을 할 것이다. 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살아서 제 발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174석의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한 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보다 12일이나 늦게 발의된 공정거래법은 절차와 논의 무시하고 사활을 걸면서, 왜 국민들 생명 지키고 안전 지키는 일에는 사활을 안 거는지 엄중히 따져 묻고 싶다"며 민주당을 질타했다.
심상정 의원도 "더불어민주당에게 묻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필요성, 더 설명이 필요하냐? 의석이 더 필요하냐? 국민의 지지가 더 필요하냐? 야당의 반대 때문에 안되냐? 도대체 왜 안하냐? 왜 못하냐? 재계 일부를 빼고는 대한민국에 이렇게 국론으로 단결된 적이 어디 있냐"고 가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급할 게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임시국회 내에 상임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음 목요일 정책의원총회가 소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대재해법은 제정법이라 거쳐야 할 필수과정이 많고 관련된 범위가 워낙 넓다"며 "법끼리의 충돌이나 여러가지 부분이 있어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다. 이해 관계자들이나 현장의 목소리도 심도 깊게 들을 필요가 있다"며 임시국회내 처리에 대해선 확답을 피했다.
민주당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산재사망자 부모들은 엄동설한에 찬바닥에서 생명을 갉아먹는 무기한 단식을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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