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부시 미정권의 그릇된 대북 정책은 대표적 정책실패라는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의 비판이 나왔다.
“잘못된 정보판단으로 북한에 응징정책을 취해”
미국 하버드 대학의 비확산 전문가인 그래이험 앨리슨 교수는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나 북한의 경우 미국은 정보의 실패라는 공통점이 있었으나 더 큰 문제는 바로 정책의 실패였다”며 “북한의 경우 지난 2002년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 충동질해 이라크와 관련해 매우 무모한 행동을 벌였듯이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정책 실패가 훨씬 더 컸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최근 북한과 핵타결에 나서는 등 종전의 강경입장에서 돌아선 데 대해 “부시 행정부가 존 볼튼 전 유엔대사가 추구하던 식의 강경한 접근방법을 포기하고 공화, 민주당 양당이 초당적으로 바라던 주류 외교로 돌아온 것을 축하한다”며 “6년전 부시 행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했더라면 북한과 벌써 타협을 봤을텐데”라고 꼬집었다.
그는 “볼튼은 이번에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핵타결을 한 것을 두고 부시 행정부 지난 6년의 근본적인 가정을 뒤엎었다며 비판하고 있는데, 난 오히려 부시 행정부가 오랜만에 정책 실패에서 깨어난 것에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물론 북한이 그새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를 가진 것은 나쁜 소식이지만 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합의를 제대로 지킬 것인가라는 일각의 의구심에 대해 “두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 이번 합의대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고 불능화해서 핵재처리를 막는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의 추가 핵제조를 막는다는 점에서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북한이 자체 플루토늄 저장고를 가까운 시일 안에 포기할지 무척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만일 북한 김정일이 부시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8~10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순수히 넘긴다면 기뻐할 일이나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문제도 미국이 지금보다 더 자세히 알아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게다가 미국은 처음부터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계획에 대해 정확히 알아낸 게 없기 때문에 앞으로 문제가 복잡해질 우려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계획에 대해 “북한이 과거 고농축 우라늄 계획을 추구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실제로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쓴 책을 보면 칸 박사가 북한에 20개의 원심분리기를 넘긴 것을 시인하고 있다. 북한이 문제의 원심분리기를 창고에 넣어 단단히 보관해놓은 뒤 아무런 작업도 안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분명한 점은 북한 고농축 계획에 관한 미국의 정보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이 문제는 증거의 문제이기보다는 추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고농축 우라늄 계획에 관한 미 정보당국의 판단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하나는 당시 미 정보당국의 대북정보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부분이 정확했고 또 얼마나 많은 부분이 부정확했는지 가리기가 힘들다는 점”이라며 “다른 하나는 나쁜 정책의 문제로 우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돌이켜 보면 미 정보당국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생화학 무기를 갖고 있다고 결론 내렸지만 오판으로 드러났다”고 이라크 전쟁에서의 실패를 거론했다.
그는 북한의 경우에 대해 “당시 이라크 상황을 오늘의 북한과 비교해보자. 지난 2002년 당시 미국의 정보 판단은 북한이 속이고 있으며, 파키스탄으로부터 20기의 원심분리기를 구매했다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그런 정보를 근거로 곧바로 정책으로 밀고 가선 안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부시 행정부는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에 응징정책을 취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결정으로 김정일은 영변 핵시설을 다시 가동해 매년 1~2개씩 추가로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뽑아냈으며, 또한 폐연료봉을 재처리해서 핵무기 6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며 “이라크나 북한의 경우 미국은 정보의 실패라는 공통점이 있었으나 더 큰 문제는 바로 정책의 실패였다”고 미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미국에선 뭔가 일이 잘못되면 무조건 정보당국 탓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정책적인 측면의 실패는 눈감아주지만 이라크의 경우를 보면 정책 실패가 훨씬 더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북한의 경우 또 다른 예다. 지난 2002년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 충동질해 이라크와 관련해 매우 무모한 행동을 벌였듯이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고 본다”고 거듭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