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조선일보>의 '노건평 사설' 맹질타
"올바른 언론이라면 이래선 안돼", "검찰, 盧수사때는 날쌘 표범"
이준구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아무리 취지가 좋았다 하더라도 C일보의 이 사설은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된 것"이라며 이같이 꾸짖었다. 그는 "올바른 언론이라면 아직 유죄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부당한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덧붙이기도 했다.
이 교수는 문제의 사설을 보면서 몇가지 의문이 든다며 <조선>에 대해 두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우선 첫번째, "최근 제기되고 있는 노건평씨에 대한 의혹이 확인된 것인가요?"라고 물은 뒤, "유죄판결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 단지 의혹 수준에 머물고 있는 단계에서 이런 사설을 썼다는 것은 분명 인권 침해의 소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검찰이 어떤 의도를 갖고 이런 정보를 흘렸는지 모르지만 그것 자체도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고 봤다"며 "이렇게 부적절하게 흘려진 정보에 기초해 마치 죄 있는 것이 입증된 양 사설을 쓰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꾸짖었다.
그는 검찰에 대해서도 "여러분들도 비슷한 느낌이겠지만, 최근 이 정권 실세들의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보면 뜨뜻미지근하기 짝이 없지 않습니까? 업자들 로비스트들은 몇 십억원씩 주었다고 하는데 검찰이 밝혀낸 것은 고작 몇 억원뿐일 때가 허다하구요"라며 "그런데 노 전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파헤질 때는 날쌘 표범처럼 돌변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아직 완벽하게 확인도 되지 않은 의혹 사건을 언론에 흘리는 일도 서슴지 않구요"라고 꼬집었다.
그는 "만약 노건평씨가 정말로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다면 철저하게 파헤쳐 응분의 징벌을 내려야 한다"며 "그러나 유죄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지금 이 시점에서 그는 아직 무죄이며, 따라서 사설을 통해 모욕을 해도 좋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두번째, "지금 이 시점에서 대통령 가족 부패 문제를 거론하면서 전직 대통령을 예로 드는 것이 적절한가"라고 <조선>에 물었다.
그는 "대통령 측근 비리 문제가 심각한 이슈라는 데는 한 점의 이의도 없습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당연히 측근 비리부터 뿌리 뽑아야 마땅한 일"이라며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 측근 비리를 추방하려면 살아있는 권력의 측근이 저지른 짓부터 단죄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미 죽어버린 권력의 측근이 저지른 짓부터 단죄해야 할까요? 모든 일에 우선순위가 있는 법 아닙니까?"라고 힐난했다.
그는 "구태여 오래 전에 죽은 권력의 측근이 저지른(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저질렀다고 추정되는) 비리를 예로 들어 측근 비리 척결을 부르짖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군요"라며 "만약 현 정부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서 대통령 측근 비리의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면 부득이 전직 대통령의 예를 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측근의 비리라면, 현 정부는 이전 정부들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한 것 같지 않습니다. 단지 그 많은 측근 비리가 검찰의 무성의로 말미암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려 한다면 우선 이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는 것이 순리 아닙니까? 즉 현 정부의 측근 비리를 철저하게 수사해 그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촉구하는 것이 순리"라며 "전직 대톨령 측근의 예를 들어 이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정말로 생뚱맞다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 교수가 이렇게 호되게 꾸짖고 이준명 창원지검 차장검사도 21일 "일부 언론이 노 씨와 뭉칫돈 계좌 사이에 거래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노 씨와 (직접적인) 거래는 없었고, 연관도 없다"고 한걸음 물러섰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22일 또다시 '괴자금 계좌서 3년간 현금 100억 빠져나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은 노건평씨 측근인 박영재 경남 김해시 진영읍 번영회장 측 계좌에 들락거린 괴자금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 관계자가 21일 "수사가 중요한 고비를 넘고 있다. 우리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도 알아가고 있다"며 "자금 추적에 앞으로 열흘 이상 더 걸리겠지만, 기본적인 방향과 계좌의 실제 주인 문제는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박영재씨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업자금이고 이미 세무조사와 검찰수사를 다 받았다"고 말하는 데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돈이면 왜 이렇게 시끄럽겠느냐. 수사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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