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엄기영과 한나라의 탈선 탱고, 어지럽다"
"한 이불속에 들어간 건 한국 정신사에 커다란 오점"
그는 광우병 사태를 거론하며 "당시 촛불 허위난동에 용감히 맞섰던 인물 중 하나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었다. 당이 훗날 그를 최고위원으로 영입한 것은 그의 소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며 "그런 정권이 지금은 거꾸로 사태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방송사의 사장 출신을 끌어들였다"며 MB정권의 이율배반성을 꼬집었다.
그는 또한 "엄기영은 지난해 2월 사장을 그만둔 후 최근까지 MBC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고 한다"며 "그런 그가 지난해 7월엔 강원 재·보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의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후보와 식사를 하면서 격려했다. 세상 사람과 한나라당이 보란 듯이 공개적으로 그렇게 했다. 자신은 조직으로부터 매달 1000만원이 넘는 금전적 혜택을 받으면서 정치적 중립이라는 조직의 가치엔 칼질을 해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공영방송 MBC에는 매년 ‘언론’이란 두 글자에 심장이 뛰는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지금도 수많은 기자와 PD가 언론이란 두 글자에 끌려 땀을 흘려가며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 앞에 서고 있다. 광우병 오보 같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PD수첩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고발 프로로 남아 있다"며 "언론에 인생을 묻으려는 후배들 앞에서 엄기영은 공리(公利)와 사리(私利)를 바꿔치기해 버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화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려 "대통령이 반대했다면 당이 엄기영을 영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공천은 당에서 하는 것'이라고 해봐야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며 "대통령과 당은 자신들의 순정(純情)이 유린당했던 기억을 까맣게 잊고 있다. 스스로 정기(精氣)를 지키지 못하니 정권이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한나라당 지도부가 ‘봉숭아 학당’이 된 지는 이미 오래지만 이제는 대놓고 도덕적 레드 라인(red line·금지선)마저 넘고 있다. 지사 자리 하나에 정권의 가치를 팔아버리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정신을 훼손하는 어느 유명한 지식인과 표 몇 장에 정신이 구제역에 걸려버린 집권당…그들이 추어대는 탈선의 탱고에 이 봄이 어지럽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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