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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컴 "6경기만 더 뛰게 해달라"

英 축구 맥클라렌 감독, '베컴 딜레마'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신임 사령탑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이 지난 2006 독일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을 사퇴한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맥클라렌 감독은 오는 16일(현지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올드트래포드구장에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으로서 데뷔전을 갖는다. 상대는 유로 2004 우승팀 그리스다. 비록 경기의 성격이 친선경기이기는 하나 이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전술을 통해 맥클라렌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구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은 경기라고 할 수 있는 경기다.

맥클라렌 감독은 지난 11일 그리스전에 대비한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 명단에 베컴을 제외시켰고, 베컴의 후임 주장으로 존 테리(첼시)가 임명되었다. '1기 맥클라렌 사단'이 그 진용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베컴 "단 6경기만 더 뛰게 해달라"

센츄리클럽 가입을 단 6경기 남겨두고 대표팀에서 탈락한 데이비드 베컴 ⓒ연합뉴스


베컴이 제외된 잉글랜드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자 영국의 언론은 일제히 베컴이 대표팀 주장은퇴에 더 나아가 대표팀까지 은퇴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유력일간지 <더 타임즈>는 "역사의 인물이 된 베컴"이러고 표현했고, <BBC>는 "맥클라렌이 베컴시대를 종식시켰다"는 표현을 동원, 베컴이 앞으로도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보도를 냈다.

그러나 베컴은 비록 대표팀 주장자리는 테리에게 넘겨줬지만 아직 대표팀을 은퇴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있다. 베컴의 가슴속에는 아직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대표선수로서 A매치 100경기 출장, 즉 '센츄리클럽' 가입이라는 목표이자 꿈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베컴은 지난 1996년 9월 21살의 나이로 첫 A매치(몰도바전)에 출장한 이후 이후 10년동안 A매치 94경기에 출전, 센츄리클럽 가입에 단 6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유로 2008 예선에서의 활약만으로도 그는 현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이다. 맥클라렌 감독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음은 물론이다.

맥클라렌 감독은 지난 11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기 직전 베컴에게 대표팀 탈락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했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베컴도 이런 맥클라렌 감독의 뜻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의 대중지 <더 선>은 13일 보도에서 베컴이 맥클라렌 감독으로부터 전화로 대표 탈락을 통보받자 "최소한 6번만 더 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현재 베컴이 빠져나간 자리는 신예 에런 레넌(토트넘)을 비롯, 션 라이트 필립스(첼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등 쟁쟁한 중견선수들이 메우고 있다. 결코 전력약화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신구선수간의 경쟁을 통한 전력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맥클라렌, 산만한 대표팀 분위기 개혁을 위해 베컴 제외 가능성

그러나 맥클라렌 감독이 베컴을 대표팀에서 제외한 것은 단순히 세대교체를 통한 팀전력 향상에만 목적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베컴은 축구뿐 아니라 축구 외적인 측면에서도 '뉴스메이커'이자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다. 그가 가는 곳엔 수많은 파파라치와 광고관계자, 그리고 엔터테이너로서의 베컴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빈다.

이런 베컴의 존재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금전적인 가치를 올려놓는데도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때때로 잉글랜드 대표팀의 경기력과 대회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려놓는데도 일조를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사례중에는 베컴과 팝그룹 '스파이스걸스'의 멤버출신 출신인 베컴의 부인 빅토리아가 만들어내는 뉴스와 구설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상당부분이었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할 때 에릭손 감독의 밑에서 코치로서 5년간 이런 상황들을 지켜봐왔던 맥클라렌 감독으로서는 팀개혁작업에 있어 대표팀의 정신적인 개혁 차원에서 베컴을 제외시켰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베컴딜레마', 멕클라렌 감독에게 주어진 첫 '시험문제'

14일(한국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맥클라렌 감독은 "나는 베컴이 대표팀에 다시는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밝혀 향후 베컴이 대표팀에 재발탁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전했다. 발언내용대로라면 상황에 따라 베컴이 잉글랜드 대표선수로서 다시 발탁되어 언젠가는 현재 자신이 원하는 센츄리클럽 가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대표선수로서 팬들과 코칭스텝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명예롭게 은퇴하는 모양새와 기록달성을 위한 배려차원의 대표선수 발탁과 이에 따른 단순한 '출장경기수 채우기'를 마치고 은퇴를 하는 모양새는 누가 봐도 차이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베컴의 대표팀 제외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개혁을 선언한 맥클라렌 감독의 '에릭손 시대'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첫번째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맥클라렌 감독은 오랜 기간 대표팀의 '캡틴'으로서 많은 기여를 했던 베컴의 '명예로운 은퇴'를 챙겨야하는 위치에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감독으로서 '베컴 딜레마'는 맥클라렌의 첫 '시험문제'가 되고 있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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