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아파트값 폭등할수록 한나라 유리"
'희안한 조사'로 MB정권에 조언? 투기부양책 남발 촉진 우려
<동아일보> 조언대로 한다면, 각종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급락에 부심하는 정부여당은 수도권 아파트값을 폭등시키는 정책을 더 쏟아내야 할 판이다.
<동아>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할수록 한나라 선거득표율 급등"
3일자 <동아일보>는 미국 플로리다대 정치학과 박원호 교수(40)와 함께 2000∼2008년에 치러진 7차례 선거와 선거 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지역에서 한나라당 득표율도 상승한 반면, 민주당(과거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포함)의 득표율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대서특필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04년 총선과 2008년 총선 사이 아파트 평균값이 3.3m²당 100만 원 미만 오른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1.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300만 원 이상 오른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8.2%포인트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서초구 잠원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에서 집값과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대선에서도 16대와 17대 대선에서 아파트 값이 100만 원 미만 오른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17.6%포인트 하락했지만 300만 원 이상 오른 지역에서는 25.2%포인트 하락했다. 16, 17대 대선을 비교할 때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의 3.3m²당 평균가가 2402만 원 오른 가운데 한나라당의 득표율이 8.1%포인트 상승했고 민주당 득표율은 25.6%포인트 떨어졌다. 강남구의 압구정동과 도곡, 삼성, 역삼동 등은 집값이 2000만 원 안팎에서 한나라당 득표율이 6∼10%포인트 올랐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2007년 대선 결과를 2002년 대선과 비교해 보면 이명박 후보는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더 오른 곳에서 2002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신문은 주장했다.
3.3m²당 아파트 평균가가 100만 원 미만 오르는 데 그친 지역(읍면동)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이 4.2%포인트 떨어졌지만 300만 원 이상 오른 지역에서는 6%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300만 원 상승 지역에서는 0.7%포인트 상승했다. 유권자가 많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대부분 지역이 300만 원 이상 올랐기 때문에 ‘집값 변화가 이 후보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이는 선거 당시 정치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대체적으로 유권자의 보수적 표심(票心)을 자극해 한나라당 득표율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를 실시한 박원호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유권자들이 경제상승률, 물가, 실업률 등을 기준으로 경제 투표를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광범위하게 보고된다”며 “한국에서 아파트 가격은 유권자의 표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동아>의 위험한 '일반화'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에 가장 호의적인 매체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동아일보> 조사결과를 정부여당은 조언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요컨대 정부여당이 향후 잇단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을 부채질하는 정책을 더 쏟아내야 한다는 의미인 셈.
문제는 <동아일보>가 도출한 결론이 극히 기계적이고 위험한 '일반화'라는 점이다. 한 예로 <동아일보>는 '집있는 사람' 입장에 기초한 결론을 도출했다. 집있는 사람은 제집값이 오를수록 상대적 '부의 팽창감'에 만족할성 싶다. 문제는 서울의 경우 집있는 사람이 전체 시민의 절반밖에 안된다는 점이다. 집값이 폭등할수록 서울시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무주택자들의 정치적 불만은 비등하게 마련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의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과 이로 인해 전세값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관련,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전반적인 투기 확산으로 이어지고, 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좌절감이 더 강화돼 갖고 더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역대정권은 아파트값 폭등으로 치명적 정치적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한 예로 80년말 노태우정권은 신도시 200만호 정책으로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민심 이탈로 벼랑끝 위기에 직면하자 3당합당이란 변칙적 정계개편과 토지공개념 도입 등으로 위기를 벗어나야 했다.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공약으로 집권한 노무현 정권도 김진표 경제팀이 부동산경기책을 펴면서 아파트값이 폭등하자 지지층이 대거 이탈, 집권내내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이명박 정권의 집권을 가능케 했다.
따라서 수도권 아파트값이 폭등할수록 한나라당에 유리하다는 <동아일보> 결론은 지극히 표피적이고 기계적 결론에 불과하며, 집권여당이 이 조언을 수용한다면 독배를 마시는 결과를 초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 큰 문제는 언필칭 언론사가 아파트값 폭등이 초래할 망국적 불로소득 팽창 및 양극화 심화, 경제붕괴 위험 증가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정치공학적 측면'에서만 접근해 여야에 대한 유불리로 단순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래서 한국 주류언론이 '건설족'의 일원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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