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초생활수급자가 장기기증 의사를 담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5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초생활수급자인 김모(68)씨가 보낸 한 통의 우편물이 본부 측에 전달됐다.

우편물에는 죽은 뒤 자신의 장기와 월세보증금 300만원을 장기기증본부에 기증하겠다는 내용의 유서와 김씨의 장기기증 등록증이 들어있었다.

편지를 보낸 김씨는 암사동의 한 옥탑방에서 혼자 어렵게 생활해왔으며 지난 3일 오후 강동구청과 장기기증본부에 등기로 유서를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월남한 뒤 줄곧 혼자 생활해온 김씨는 젊은 시절 건설업으로 성공해 부유하게 살다가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던 집을 팔고 월세방을 전전해왔다.

김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 2005년 장기기증본부에 장기기증 등록을 했고 매월 5천원씩 후원도 계속해왔다.

김씨는 유서에서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어 한 많은 세상을 떠나려 합니다. 저의 시신 중 모든 부분은 장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해 주십시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시신이 늦게 발견돼 각막 기증을 할 수 있는 사후 6시간을 넘기면서 김씨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장기기증은 이뤄질 수 없었고 유서에 따라 시신은 6일 오후 고려대 해부학교실에 기증될 예정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본부장은 "어려운 삶속에서도 이웃과 나누고 싶어했던 고인의 귀한 뜻을 기려 시신을 의대생의 해부학 실습을 위해 기증할 것이며 그가 남긴 유산은 장기부전을 앓는 환우들을 위해 뜻깊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