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바지계약' 사기 적발, 금융계 '쇼크'
A사, 미분양아파트 분양된 것처럼 속여 거액 대출 받아
미분양대란에 건설사 '바지 계약' 사기 횡행
13일 검찰과 은행권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은 지난 10월29일 경남지역에 본사를 둔 A사의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우선 분양팀 관련자 2명을 긴급체포했다.
A사는 경산에 지은 아파트의 분양률이 저조하자 브로커를 고용, 200여명의 세칭 '바지 계약자'를 모집해 분양이 완료된 것처럼 속여 은행 등 금융권에서 200여억원의 중도금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경남뿐 아니라 서울 등 전국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으며 TV광고도 쉼없이 하고 있는 유명 건설사다.
검찰은 문제의 '바지 계약' 행위가 A사 최고경영진의 지시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인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앞서 검찰에 구속된 불법대출 알선전문 브로커가 A사 외에 다른 건설사들과도 '바지 계약' 행위를 한 혐의가 짙어, 수사결과에 따라 유사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문제의 '바지 계약'은 부산-경남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성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대구경북 지역 내 또 다른 단지도 바지 계약자를 모아 계약률을 올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 미분양 사태로 궁지에 몰린 지방건설사 상당수가 유사한 행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금융권 경악 "어디 한군데 뿐이겠나"
'바지 계약' 사실이 알려지자, 은행-저축은행 등 금융권에 초비상이 걸렸다. 건설사의 사기행위에 속아 잘못 나간 대출이 천문학적 거액에 달할 수도 있고, 이같은 대출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에서다.
시중은행 임원은 "바지 계약을 통해 분양이 완료된 것처럼 속이고 대출을 받은 것은 사기행위"라며 "문제 건설사가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대출금 회수 등 상응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이런 행위가 과연 A사 한 군데만 했겠느냐는 데 있다"며 "건설업계가 공식적으론 미분양아파트가 16만채라고 발표하고 비공식적으론 25만채라고 하는데 차이가 나는 9만채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사기 대출을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든다"며 건설업계에 대한 극한 불신을 나타냈다.
신성건설 부도 등으로 건설사 연쇄도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의 '바지 계약' 사기 사실까지 적발되면서 건설사의 신뢰도가 급락, 건설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심각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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