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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일의 금융패닉', 그 공포의 메시지

환율 27원 폭등, 주가 59p 폭락...참고참던 개미들 투매

9월이 시작된 1일, 시장이 "9월 위기설은 없다"는 정부당국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었다.

1일 금융시장은 '검은 월요일'이란 표현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공포의 월요일'이란 표현이 더 시장 분위기에 가까웠다. 말 그대로 '패닉'이 발생한 것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무려 27원 폭등한 1,11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정부의 거듭된 구두 경고에도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디 개입할려면 해 보라는 식이었다. 정부는 시장의 살벌한 기세에 눌린듯 실제 개입을 하지 않았다.

환율 폭등에 금리 역시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주 말보다 0.11%포인트 오른 연 5.97%로 마감했고, 3년 및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 5.88%와 연 6.07%로 각각 0.11%포인트 뛰어올랐다.

증시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59.81포인트나 폭락하며 1,414.43까지 추락했다. 무려 4.05%나 폭락하며 지난해 3월 수준으로 주가가 주저앉았다. 코스닥 지수는 더욱 낙폭이 커 31.07포인트 폭락하며 439.21까지 곤두박질쳤다. 무려 6.61% 폭락하며 지난 2005년 3월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이날 주가폭락은 개미가 주도했다. 그동안 "내일이 되면 나아지겠다"라며 참고참던 개인이 무려 3천607억원이나 투매했다. 기관은 3천979억 순매수로 폭락을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날 금융시장은 한마디로 환란이 발생하기 직전인 1997년 하반기때 공포에 사로잡혀 투매를 거듭하던 증시와 외환시장의 분위기, 그대로였다. "우리경제 펀더맨털은 튼튼하다"는 정부 외침도 당시와 그대로이고, 시장이 정부 주장을 절대 불신하는 모습도 그대로였다.

이날 패닉의 원인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미국의 금융경색 재현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경제의 어두운 앞날이다.

우선 미국의 금융경색 재현 소식이 시장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지난주말 10번째 미국 지방은행 도산 소식에 월가 최대 헤지펀드인 아티쿠스의 50억달러대 대규모 손실 소식, 여기에다가 월가의 회사-금융채 금리가 지난 3월 베어스턴스 파산때 수준으로 급등했다는 악재들이 향후 미국주가 급락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면서 투매를 촉발시켰다.

그러나 이날 금융패닉에서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투자가들을 극한 불안으로 몰아넣은 우리경제의 내적 요인이다. 이날 다른 아시아 증시도 미국 금융위기 재현 소식에 하락했다. 그러나 일본이 1.83% 하락하는 등, 다른 나라 낙폭은 우리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미미했다. 왜 유독 한국만 연일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하고 있는가.

우선 한국경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다. 이날 8월 무역적자가 32억달러로 급증했다는 정부 통계가 발표됐다. 그러나 충격적 내용은 무역적자 규모가 급증한 것보다 반도체, 컴퓨터, 가전, 자동차의 수출이 급감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나마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수출에마저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여기에다가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의 이날자 "한국 부동산거품이 터지기 시작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시장불안 심리를 증폭시켰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부동산거품이 심한 것으로 평가돼온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거품이 터질 경우 예측불허의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이란 위기감에서다.

기업에 대한 불신도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시장은 지난 수년간 기업사냥으로 외형을 부풀려온 두산을 비롯해 한화, 유진, 금호 등에 대해 알레르기에 가까운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남의 돈으로 덩치를 부풀려온 기업 행태에 대한 불신 표출이자, 향후 이들 기업의 전망에 대한 극한 불신의 표출이다. 여기에다가 최근 은행채의 스프레드가 1.2%포인트까지 올라가며 급속 확산되고 있는 '은행발 자금대란설'도 악재로 작용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선 정부의 상황인식에 대한 의구심이 폭발했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취임후 6개월동안 이 정도면 선방한 것"이란 발언이 시장을 절망케 했다.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이와 함께 지금 시장은 단지 외국인들의 9월 만기도래 채권뿐 아니라, 건설업계-내수-중소기업 연쇄도산 우려 및 급속한 수출경기 위축 등 복합적 요인으로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데 정부는 기껏 "외환보유고가 튼실하다"는 엉뚱한 진화발언만 하고 있는 데 대한 불신이 대단하다.

화불단행(禍不單行), 본디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드는 법이다. 몰려드는 악재중에는 우리 힘으로 어찌 해볼 없는 것들도 있다. 월가의 금융위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국내문제는 그렇지 않다. 상당 부분은 정부 등 경제주체가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당분간 고통스럽더라도 헤쳐나갈 길을 제시하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모든 게 엉켜있는 양상이다. '지도력'을 찾을 길 없다.

9월1일, 시장의 패닉이 던진 메시지는 한마디로 정부와 기업 등에게 믿을 수 있는 '지도력'을 보여달라는 거다. 지도력이 요구되는 최우선 주체는 당연히 정부일 터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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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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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

    환율 1150원..........
    추석전에 이라도 금통위 열리기전이라도 가능...
    오늘 환율상승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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