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사진 연출' 5명 징계
"취재 윤리 불감증과 부주의로 벌어진 일"
<중앙일보>는 9일 오후 징계위원회를 열고 미국 쇠고기 식당 사진 연출 파문과 관련, 편집국장, 담당데스크, 경제부문 기자, 사진기자, 내근기자 등 5명에 대해 감봉과 경고 등의 징계를 내렸다.
<중앙일보>는 이어 10일자 공지를 통해 "이번 사태는 현장취재 기자들과 내근 데스크 및 선임기자들의 ‘취재 윤리 불감증’과 부주의로 벌어진 일"이라며 "연출 사진을 쓸 경우 독자의 판단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한 중대한 실책"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다음은 공지문 전문.
사진·기사 검증시스템 강화하겠습니다
-연출사진, 취재윤리 불감증이 부른 중대 실책
중앙일보는 7월 5일자 9면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 제목의 사진이 연출됐다는 사실을 8일 독자 여러분들께 알리고 사과했습니다. 본지 기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장면을 찍어 게재했다는 내용입니다. 중앙일보는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 자체 조사를 했고, 약속드린 대로 그 결과를 밝힙니다.
◇취재 및 사진 게재 경위=검역 재개 이후 통관된 미국산 쇠고기가 언제부터 식당에서 판매되는지는 언론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경제부문 기자가 그 식당이 어디인지 취재한 결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식당이 4일 저녁부터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기자는 사진부문 기자와 함께 오후 5시쯤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각각 대학생 인턴을 한 명씩 대동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현장엔 손님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식당 주인은 “6시30분은 돼야 손님이 올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들은 “일단 저녁이나 먹자”며 미국산 갈비살과 양지살을 주문, 식사를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식사비는 신용카드로 계산했습니다.
사진기자는 시험판 신문의 마감시간 전에 사진을 전송하기 위해 사진부문 내근기자에게 “일단 우리 일행이 식사하는 사진을 찍어 보낸 뒤 일반 손님 사진으로 교체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고는 경제부문 기자의 뒷모습과 대학생 인턴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찍었습니다.
기자들이 식사를 마칠 무렵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6시20분쯤엔 세 테이블에 각각 4명, 4명, 2명의 손님들이 앉아 고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식당 주인은 “두 테이블은 미국산 양지를, 한 테이블은 미국산 갈비살을 시켰다”고 말했습니다. 기자가 자세한 취재에 나섰지만 손님들은 신문에 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거듭 요청했지만 사진을 찍거나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이에 연출 사진이 전송돼 사진부로 들어왔습니다. 사진부 내근기자는 이 사진에 아는 얼굴이 없어, 손님들이 들어온 뒤 찍어 보낸 사진으로 잘못 알고 출고했습니다. 현장 사진기자는 추가 보고 없이 퇴근했습니다. 편집국에는 많은 야근자가 있었지만 역시 사진의 문제점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경제부문 기자는 뒷모습만 노출돼 동료기자들도 누군지 알 수 없었고, 인턴은 근무한 지 이틀밖에 안 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신문에 실린 후 인터넷 일각에서 사진설명이 논란이 됐습니다. ‘이 식당 생갈비살은 1인분(130g)에 6500원, 양지살은 1인분(130g)에 1700원을 받는다. 국내산 생삼겹살의 시중가격은 1인분(200g)에 약 8000원이다’고 쓴 것은 비교 대상이 맞지 않다는 문제제기였습니다. 이 식당에서 파는 미국산 삼겹살은 130g에 3500원이었습니다. 사진설명을 쓴 다른 기자가 좀 더 쉬운 비교를 위해 국내산 삼겹살 가격을 취재해 적었습니다. 인터넷 논란 과정에 “혹시 설정된 사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한 본사는 바로 경위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 무렵 한 인터넷 언론사가 취재해 오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연출 사진임을 확인하고는 일단 이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사과해야 한다고 판단해 8일자 2면에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동시에 조사팀을 구성해 보다 자세한 내용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드러난 문제점과 향후 대책=이번 사태는 현장취재 기자들과 내근 데스크 및 선임기자들의 ‘취재 윤리 불감증’과 부주의로 벌어진 일입니다. 연출 사진을 쓸 경우 독자의 판단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한 중대한 실책입니다. 이 때문에 중앙일보는 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휘책임을 진 편집국장과 관련 데스크, 해당 기자들에 대해 각각 그 책임에 따라 감봉·경고 등 징계조치를 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유력 신문들은 취재 윤리와 관련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솔직히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번 일을 계기로 취재 윤리에 더욱 충실할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사진과 기사에 담긴 내용들을 검증하는 ‘팩트 체킹 시스템(fact-checking system)’을 한층 강화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중앙일보>는 이어 10일자 공지를 통해 "이번 사태는 현장취재 기자들과 내근 데스크 및 선임기자들의 ‘취재 윤리 불감증’과 부주의로 벌어진 일"이라며 "연출 사진을 쓸 경우 독자의 판단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한 중대한 실책"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다음은 공지문 전문.
사진·기사 검증시스템 강화하겠습니다
-연출사진, 취재윤리 불감증이 부른 중대 실책
중앙일보는 7월 5일자 9면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 제목의 사진이 연출됐다는 사실을 8일 독자 여러분들께 알리고 사과했습니다. 본지 기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장면을 찍어 게재했다는 내용입니다. 중앙일보는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 자체 조사를 했고, 약속드린 대로 그 결과를 밝힙니다.
◇취재 및 사진 게재 경위=검역 재개 이후 통관된 미국산 쇠고기가 언제부터 식당에서 판매되는지는 언론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경제부문 기자가 그 식당이 어디인지 취재한 결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식당이 4일 저녁부터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기자는 사진부문 기자와 함께 오후 5시쯤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각각 대학생 인턴을 한 명씩 대동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현장엔 손님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식당 주인은 “6시30분은 돼야 손님이 올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들은 “일단 저녁이나 먹자”며 미국산 갈비살과 양지살을 주문, 식사를 하면서 기다렸습니다. 식사비는 신용카드로 계산했습니다.
사진기자는 시험판 신문의 마감시간 전에 사진을 전송하기 위해 사진부문 내근기자에게 “일단 우리 일행이 식사하는 사진을 찍어 보낸 뒤 일반 손님 사진으로 교체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고는 경제부문 기자의 뒷모습과 대학생 인턴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찍었습니다.
기자들이 식사를 마칠 무렵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6시20분쯤엔 세 테이블에 각각 4명, 4명, 2명의 손님들이 앉아 고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식당 주인은 “두 테이블은 미국산 양지를, 한 테이블은 미국산 갈비살을 시켰다”고 말했습니다. 기자가 자세한 취재에 나섰지만 손님들은 신문에 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거듭 요청했지만 사진을 찍거나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사이에 연출 사진이 전송돼 사진부로 들어왔습니다. 사진부 내근기자는 이 사진에 아는 얼굴이 없어, 손님들이 들어온 뒤 찍어 보낸 사진으로 잘못 알고 출고했습니다. 현장 사진기자는 추가 보고 없이 퇴근했습니다. 편집국에는 많은 야근자가 있었지만 역시 사진의 문제점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경제부문 기자는 뒷모습만 노출돼 동료기자들도 누군지 알 수 없었고, 인턴은 근무한 지 이틀밖에 안 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 신문에 실린 후 인터넷 일각에서 사진설명이 논란이 됐습니다. ‘이 식당 생갈비살은 1인분(130g)에 6500원, 양지살은 1인분(130g)에 1700원을 받는다. 국내산 생삼겹살의 시중가격은 1인분(200g)에 약 8000원이다’고 쓴 것은 비교 대상이 맞지 않다는 문제제기였습니다. 이 식당에서 파는 미국산 삼겹살은 130g에 3500원이었습니다. 사진설명을 쓴 다른 기자가 좀 더 쉬운 비교를 위해 국내산 삼겹살 가격을 취재해 적었습니다. 인터넷 논란 과정에 “혹시 설정된 사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한 본사는 바로 경위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 무렵 한 인터넷 언론사가 취재해 오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연출 사진임을 확인하고는 일단 이를 독자들에게 알리고 사과해야 한다고 판단해 8일자 2면에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동시에 조사팀을 구성해 보다 자세한 내용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드러난 문제점과 향후 대책=이번 사태는 현장취재 기자들과 내근 데스크 및 선임기자들의 ‘취재 윤리 불감증’과 부주의로 벌어진 일입니다. 연출 사진을 쓸 경우 독자의 판단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한 중대한 실책입니다. 이 때문에 중앙일보는 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휘책임을 진 편집국장과 관련 데스크, 해당 기자들에 대해 각각 그 책임에 따라 감봉·경고 등 징계조치를 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유력 신문들은 취재 윤리와 관련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솔직히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번 일을 계기로 취재 윤리에 더욱 충실할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사진과 기사에 담긴 내용들을 검증하는 ‘팩트 체킹 시스템(fact-checking system)’을 한층 강화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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