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일본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의 버블 붕괴'를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1990년대초 부동산거품 붕괴로 장장 13년동안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경험국. 때문에 일본 기업인들의 한국거품 붕괴 우려는 우리 경제가 중차대한 위기국면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한 일본기업 "한국경제 최대위험은 버블 붕괴"
대한상공회의소가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센터, 서울재팬클럽(SJC)과 함께 한국진출 일본기업 340개사, 일본진출 한국기업 3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발표한 '한.일 기업환경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한 일본기업들은 한국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버블 붕괴'(22.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노사관계'(13.4%), '임금상승'(9.9%), '원화가치 상승'(8.5%), '국내 제조업 공동화'(7.8%) 순이었다.
또한 내년도 경기전망에 관해 '한국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일본기업은 14.5%에 불과했다.
일본의 충고는 계속 됐었다
주한 일본기업인들의 버블 붕괴 경고는 그들이 거품파열이 얼마나 가공스러운 경제적 폐해를 몰고오는가를 생체험한 당자자들이라는 점에서 어느 경고보다 의미가 있다.
문제는 이같은 경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지난 2005년 5월27일 한국에서 열린 한-중-일 중앙은행총재 모임에 참석한 일본의 후쿠이 도시히코 총재는 강연에서 "경제거품이 붕괴된 후에야 모든 거품은 붕괴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통한의 경험을 밝혔다.
그는 "일본은 90년대 중반부터 장기조정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 과도한 잉여, 부채, 실업률 상승 등의 고통이 있었다"며 "가격안정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당시 부동산거품이 거침없이 부풀던 한국에 경고성 조언을 했다.
분양모델하우스가 찾는이들의 발길이 끊겨 황량할 정도다. ⓒ연합뉴스 차기정권 최대 난제는 역시 부동산
이같이 잇따르는 경고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부동산거품 처리 문제는 차기정권의 최대 난제가 될 게 확실하다.
이미 미분양 아파트가 공식으로 10만채(10월말 현재)를 돌파하고, 업계가 추산하는 실제 미분양 아파트는 18만채에 달할 정도로 한국은 이미 부동산거품이 파열되는 국면에 진입했다. '고분양가-과잉공급'이 초래한 결과라는 점에서 이는 부동산거품 붕괴가 분명하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대선주자들이 문제의 본질을 잘못 읽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유력대선주자인 이명박 후보의 경우 최근의 거품파열의 원인을 엉뚱하게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에서 찾고 해법을 '충분한 공급'에서 찾고 있다. 특히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부동산경기 부양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에 이미 강남 일부 재건축단지에서는 매물이 사라지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며, 극한위기에 몰린 지방 건설업체들 사이에서는 쓰러지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뭔가 대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물론 일시적 부양책으로 버블 파열 시기를 늦출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후다. 더 큰 반대급부가 필요해진다. 국민적 큰 기대를 모으며 출범했던 노무현 정권이 집권후 1년도 안돼 지지율이 급락하며 그후 표류를 거듭했던 것도 원인은 부동산거품 방지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다음 정권의 최대 난제도 부동산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지배적 평가다. 잘못 대응하면 진짜 '잃어버린 10년'이 도래할지도 모르는 삼엄한 상황이다.